[메디먼트뉴스 박규범 기자] 축구 국가대표 출신 해설가 안정환이 남아프리카공화국전 패배 이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무기력한 경기력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며 독설에 가까운 쓴소리를 쏟아냈다.
안정환은 25일 중앙일보에 기고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한국과 남아공전 관전평을 통해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의 전술 부재와 무너진 팀 분위기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전술도 의욕도 실종된 최악의 매치... "손흥민 조커 카드 불발과 이강인 고립 지적"
이날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은 남아공에 0-1로 패배하며 조별리그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경기 과정을 지켜본 안정환은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이렇게 답답한 경기가 또 있었을까 싶다며 조별리그 3경기 중 단연 최악이자 참혹한 수준이었다고 강도 높게 혹평했다. 그는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최소한의 의욕이나 절실함조차 보이지 않았다며 졌지만 잘 싸웠다는 졌잘싸라는 표현조차 아까운, 이게 과연 월드컵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의 졸전이었다고 단언했다.
특히 홍명보 감독의 경기 운영과 전술 부재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안정환은 경기 내내 전술이라고 부를 만한 유기적인 움직임 자체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며 팀의 전체적인 틀과 패스 타이밍이 모두 어긋나 있었다고 분석했다. 스코어에서 뒤지고 있는 위기 상황에서도 승부수를 띄우는 모험적인 포메이션 변화가 전혀 없었다는 점도 꼬집었다. 추격 골을 넣기 위해서는 공격수들이 패널티 박스 안으로 전진 배치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수비 라인이 위치한 뒤쪽에만 과도하게 많은 숫자가 머물러 있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핵심 공격수 손흥민을 전반에 아끼고 후반 교체 카드로 활용한 벤치의 전략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상대의 체력이 떨어지는 시점을 노려 후반에 승부수를 띄우려던 홍명보 감독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결과적으로 상대 수비에 완벽히 읽히며 전혀 먹혀들지 않은 실패한 전략이 됐다고 짚었다. 홀로 고군분투한 이강인에 대해서는 혼자서 공격을 이끌고 수비까지 헌신적으로 가담했지만 주변의 지원 부족으로 상대 수비수 2, 3명에게 꽁꽁 둘러싸여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국은 앞선 두 경기를 치르는 동안 이미 모든 전술이 상대에게 노출된 상태였음에도 하나의 전술만 고집했다며, 상대 맞춤형 변화가 실종된 점이 패배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홍명보 감독 책임론과 축구협회 쇄신 요구... "원팀 무너진 내부 상태 비판 속 선수 비난은 경계"
안정환은 대표팀의 전술적 문제에 그치지 않고 내부 분위기와 결속력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스스로 국가대표 선수로 오랫동안 뛰어봤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부 사정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팀이 무언가 큰 문제가 있거나 내부적으로 곪아 터진 것 같은 불협화음이 강하게 느껴졌다고 지적했다. 월드컵 무대에서 가장 중요한 동력인 원팀(One Team)으로서의 결속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는 진단이다.
결국 이 모든 사태의 최종 책임은 사령탑인 홍명보 감독에게 귀결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대의 흐름이 변해 선수 개개인의 개성과 성향이 중요해졌다고는 하지만, 궁극적으로 하나의 원팀을 만들어내는 것은 감독의 고유 역할이자 책임이라는 설명이다. 향후 대표팀이 조 3위 간 성적 비교를 통해 극적으로 32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든 혹은 어떤 성적을 성적표로 받아들든 간에, 이번 남아공전에서 보여준 처참한 경기력만 놓고 본다면 감독직에 대한 책임론은 결코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만약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끝내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과거 오랜 인연이 있더라도 내가 가장 앞장서서 강하게 홍명보 감독을 비판하겠다고 이전부터 공언해 왔다며 날을 세웠다. 이번 실패를 계기로 일이 잘못된다면 대한축구협회 수뇌부를 포함한 조직 전체를 싹 다 바꾸고 완전히 갈아엎는 수준의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스템 자체가 새롭게 태어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국제 대회에서 이와 똑같은 참사와 실패가 무한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독설 속에서도 그라운드에서 뛴 선수들을 향한 무분별하고 과도한 마녀사냥식 비난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안정환은 손흥민의 체력을 안배하기 위해 선발로 먼저 출전한 선수들이 결코 실력이 부족한 선수들이라는 뜻은 아니라며, 결과가 나쁘다고 해서 특정 선수들을 타깃 삼아 비난하는 것은 해당 선수들에게 치명적인 자괴감과 상처만 안겨줄 뿐이라고 우려했다. 대표팀이 경기에서 졌다고 비아냥대며 좋아할 것이 아니라,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시급히 개선하고 어떤 시스템을 개혁해야 하는지 건전한 지적을 이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나는 그 누구의 라인도, 편도 아니며 오직 뼛속까지 대한민국 축구의 발전을 바라는 진정한 한국 축구의 편이라며 관전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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