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역대 최단기 방한객 1000만명 시대가 열렸지만, 관광업계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급격한 관광 트렌드 변화에 발이 묶인 사이 주요 소비가 유통·뷰티·의료 분야로 쏠리면서 관광업계로까지 상승 효과가 이어지지 못한 탓으로, 수요 전환에 맞춘 산업의 본질적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셋째 주까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7월 중순쯤 1000만명을 돌파했지만 올해는 이보다 한 달가량 빠른 속도다.
지난달 방한 외국인 관광객도 195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9.4%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131% 수준이다. 지난 5월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카드 지출액도 2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2018년 1월 집계 이후 처음으로 월 2조원을 넘어섰다.
이처럼 곳곳에서 좋은 신호가 감지되고 있지만, 관광산업의 체감 온도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숙박업과 유통, 뷰티·의료 업종은 외국인 유입 효과를 직접적으로 누리는 반면, 인바운드 여행사와 관광가이드, 관광수송업 등 전통 관광업계는 체감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행 패턴 변화가 이 같은 차이를 만들어 낸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방한객 관광은 중국 단체관광객을 중심으로 여행사. 가이드, 관광버스, 단체 식당, 면세점 등으로 이어지는 패키지 형태의 상품 소비가 주를 이루며 산업 내부에서 순환하는 구조를 보였지만, 최근 들어 개별자유여행객(FIT) 중심의 시장 재편이 가속화되며 소비 흐름도 크게 달라졌다.
관광객이 항공권과 숙소를 직접 예약하고, SNS, 지도 앱, 글로벌 OTA를 활용해 성수동 편집숍, 올리브영, 다이소, 백화점, 맛집, 피부과 등을 직접 찾는 식의 사용자 중심의 관광 수요가 폭증하며 급격한 트렌드 변화를 가져왔다. 이로 인해 관광객은 늘었지만 소비는 기존 관광 생태계를 거치지 않게되는 새로운 구조가 만들어졌고, 결과적으로 패키지 형태의 관광상품의 급격한 위축을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실제 올리브영이 글로벌택스프리와 분석한 결과 올해 3월과 6월 ‘올영세일’ 기간 외국인 방문객은 3년 전보다 11배 급증했다. 와이즈앱·리테일 집계에서도 올해 1~5월 유니클로 결제 추정금액은 전년 대비 87.2%, 무신사는 29.7% 증가하는 등 리테일업계가 외국인 소비 확대의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떠오른 것으로 확인된다.
익명을 요청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예전처럼 단체 관광객 위주 패키지보다 소수 인원으로 구성된 노옵션 상품이나 프리미엄·고부가가치 상품 등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는 추세”라며 “개별 여행객이 늘어난 만큼 기존 방식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OTA 확산도 관광업계 고민을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이전까지는 국내 여행사가 항공권과 숙박, 일정 예약을 맡으며 수익을 올렸지만 지금은 부킹닷컴과 아고다, 트립닷컴 등 글로벌 OTA를 통한 예약이 일반화된 탓이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관광상품을 판매하더라도 산업적으로는 여행업이 아닌 플랫폼 사업자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관광객은 한국 여행을 위해 OTA를 이용하지만 예약 수수료와 플랫폼 이용 데이터는 국내 관광산업이 아닌 글로벌 플랫폼으로 축적되며, 국내 관광산업에 남는 부가가치는 제한적인 것이다.
업계에서는 관광객 유치 규모보다 관광객의 소비를 관광 생태계 안으로 연결하고, 소비 데이터를 확보하는 구조를 만드는 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관광객이 어디에서 무엇을 소비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있어야 리테일과 뷰티, 의료, 지역 콘텐츠를 연계한 새로운 관광상품을 기획하고 수익 모델도 다양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방한 관광의 성장 지표를 관광객 수와 소비 총액만으로 볼 것이 아니라, 그 소비가 어느 업종과 지역으로 흘러가는지 함께 봐야 한다는 강조한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지금은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리테일과 의료·뷰티 업종은 활성화되고 있지만 관광업은 그 수혜를 제대로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며 “관광객이 어떤 소비를 하는지 데이터를 관광업계가 확보해야 연결한 수익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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