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여행하다보면 식당에서 따뜻한 물이나 차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한여름에도 얼음물 대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물이 제공되곤 하는데요. 중국인들은 왜 더운 날씨에도 뜨거운 물을 고집하는 걸까요?
그 배경에는 중국만의 위생 역사가 숨어 있습니다. 과거 중국은 오늘날처럼 정수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물을 안전하게 마시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강물이나 우물물에는 각종 세균과 기생충이 섞여 있어 콜레라나 장티푸스 같은 전염병으로 이어지기도 했죠.
이때 가장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해결책은 물을 끓이는 것이었습니다. 한 번 끓이기만 해도 상당수의 병원균을 제거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물을 그대로 마시기보다 끓여서 식혀 마시는 습관을 갖게 됐습니다.
물론 이웃 나라인 한국과 일본에도 물을 끓여 마시는 문화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이 습관이 유독 강하게 자리 잡은 데에는 20세기 중반의 정책적 영향이 컸는데요. 신중국 수립 이후 중국 정부는 위생 개선을 중요한 과제로 삼으며 국민들에게 물을 끓여 마실 것을 적극 권장했습니다.
1950년대 펼쳐진 '애국위생운동' 과정에선 끓인 물을 마시는 것을 핵심 생활 수칙으로 강조하기도 했죠. 이 시기 학교와 공장, 기차역 같은 공공장소에는 온수 공급 시설이 대대적으로 마련됐는데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컵이나 보온병을 들고 다니며 뜨거운 물을 받아 마시는 생활에 익숙해졌습니다. 덕분에 지금도 중국의 기차역이나 공항에서 무료 온수기를 쉽게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중국의 전통적인 건강 습관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국 전통의학에서는 몸 안의 음양 균형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차가운 물은 몸을 급격히 식히고 소화기관에 부담을 줘 이 균형을 깨뜨린다고 여겼습니다.
인식은 자연스럽게 취향으로 이어졌습니다. 많은 중국인이 차가운 물보다 따뜻한 물이 목 넘김이 훨씬 편하다고 느낀 것이죠. 결국 중국인의 뜨거운 물 문화는 위생과 정책, 건강 습관이 오랜 시간 겹쳐 만들어낸 일상의 풍경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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