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절차를 둘러싼 갈등으로 번지면서 지배구조를 둘러싼 양측의 대립이 한층 첨예해지고 있다.
영풍·MBK파트너스는 감사위원 독립성 강화를 위한 공개추천 절차를 내세우고 있는 반면, 고려아연은 해당 절차가 회사의 공식 후보 추천 과정과 무관한 개별 주주의 활동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시장 혼선을 우려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MBK는 지난 5일부터 진행한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 공개추천 접수를 전날 마감했다. 양측은 이번 절차를 통해 기업경영, 회계·재무, 법률·컴플라이언스, ESG, 산업·기술, 리스크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갖춘 10여명 이상의 후보가 추천됐다고 밝혔다.
영풍·MBK는 일반 주주뿐 아니라 기업지배구조 관련 기관, 전문가 단체, 시민사회단체(NGO) 등으로 추천 대상을 확대해 후보군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후보 추천 단계부터 특정 주주나 경영진의 영향력을 최소화해 감사위원회의 실질적인 독립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외부 전문가 3인으로 구성된 독립 후보심사위원회를 별도로 운영하고 후보자의 전문성, 독립성, 이해상충 여부, 평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최종 후보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풍·MBK 측은 경영권 분쟁 상황일수록 감사위원회의 견제 기능과 독립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감사위원 선임이 향후 이사회 운영과 내부통제 체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폭넓은 후보군 확보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반면 고려아연은 영풍·MBK의 공개추천 절차가 회사의 공식 감사위원 후보 추천 절차와는 별개의 사적 활동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회사의 공식 감사위원 후보 추천 절차는 오는 30일까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영풍·MBK 역시 여러 주주 중 하나로서 후보를 추천할 수 있으며, 제출된 후보는 다른 주주들의 추천과 동일한 기준으로 검토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특히 영풍·MBK가 공개추천 절차 종료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과정에서 마치 고려아연의 공식 후보 추천 절차가 종료된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다른 주주들의 참여를 위축시키고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양측의 갈등은 감사위원 후보 추천 방식 자체에 대한 시각차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일정 요건을 충족한 주주에게 후보 추천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현재 기준은 0.1% 이상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하거나 1%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로, 여러 명의 주주가 연합해 기준을 충족하는 것도 가능하다.
고려아연 측은 이러한 기준이 무분별한 후보 난립을 방지하고 추천 후보의 신뢰성과 검증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설명한다. 후보 추천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책임성을 요구하는 것이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필요하다는 논리다.
반면 영풍·MBK는 해당 기준이 결과적으로 후보 추천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감사위원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반 주주와 외부 전문가 집단까지 참여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이번 갈등의 본질이 단순한 후보 추천 절차를 넘어 고려아연의 향후 지배구조 방향을 둘러싼 경쟁으로 보고 있다.
감사위원회는 회계감사와 내부통제, 경영진 감시 기능을 수행하는 핵심 기구다. 특히 분리선출 감사위원 제도 아래에서는 최대주주의 영향력을 일정 부분 제한할 수 있어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상징성과 실질적 영향력이 모두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지분 경쟁을 넘어 이사회 구성, 감사위원 선임, 거버넌스 개선 방안 등으로 전선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양측 모두 주주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식에서는 적지 않은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향후 감사위원 후보 확정 과정과 주주총회 표 대결이 또 다른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풍·MBK가 공개추천을 통해 선발한 후보를 실제 주주제안 형태로 추천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고려아연 역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심사를 거쳐 공식 후보군을 확정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감사위원 선임 결과는 단순한 이사회 인선 차원을 넘어 고려아연의 향후 지배구조 체제와 경영 안정성, 주주권 보호 방향을 가늠할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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