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국 국무부 중재로 5차 평화 협상에 나선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레바논 남부에 투입된 이스라엘군의 철수가 아닌 단계적 축소에 기반한 미국 측 평화안에 모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동을 순방 중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전날 쿠웨이트에서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 있는 유일한 이유는 헤즈볼라가 그곳에서 로켓과 드론을 발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레바논 정부군과 레바논 정부가 점차 더 많은 자국 영토를 통제·확보해야 한다"며 "레바논군이 더 많이 확보할수록 헤즈볼라의 통제 지역은 줄고, 그만큼 이스라엘도 레바논에서 (점령지역을) 줄일 것이다. 그게 이번 협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레바논 정부군이 현재 이스라엘군이 장악한 레바논 남부 일부 지역에 들어가 통제권을 확보하고 치안을 유지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미국은 이처럼 레바논 정부군의 통제권 확보 지역을 '시범 구역'(pilot zones)이라 칭하면서, 이 시험 구역을 넓혀가면 헤즈볼라 소탕을 위해 레바논 남부에 들어온 이스라엘군도 단계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루비오 장관은 "레바논군이 더 많은 지역을 확보할수록 헤즈볼라의 통제권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레바논에 주둔하는 이스라엘군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이것이 현재 양국 간 회담을 통해 우리가 추진 중인 과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란과의 종전 합의 후속 협상을 위해 이란 측이 강조해온 핵심 전제조건인 '레바논 내 이스라엘군 철수' 문제를 이런 단계적 철수 계획을 통해 매듭지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평화 협상의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생각은 달라서 합의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정부 관계자와 사안에 정통한 또 다른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가 레바논 휴전안을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의 일부로 편입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이스라엘과 레바논 모두 불만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이 헤즈볼라와 레바논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 4월 미국이 구축한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소통 채널의 본래 목적을 훼손한다는 게, 양국이 이 구상에 반대하며 제시한 논리라는 것이다.
더욱이 그동안 철군 불가 입장을 고수해온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정부는 오는 10월 총선을 앞두고 한층 커진 정치적 압박으로 인해, 주둔군 축소 수용 여력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스라엘은 미국에 분노하면서 남부 레바논에서 병력을 일부 철수하라는 미국의 요청을 수용할 가능성이 한층 낮아졌다"고 상황을 전했다.
또 이란이 레바논 영토 내 문제에 대해 레바논 정부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인식을 불식시키려는 레바논 정부도 이스라엘과 협상에서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이 때문에 레바논 정부는 이스라엘이 현 단계에서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광범위한 군대 철수안을 이번 협상에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당초 25일 마무리될 사흘간의 회담 말미에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군 일부가 철수하고 레바논군이 그 역할을 대체하는 시범 프로그램에 대한 합의 발표를 원했던 미국의 계획은 성사되기 어렵게 됐다고 소식통들은 전망했다.
미 국부부 대변인 측은 이에 대한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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