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조별리그 A조 최종전이 열린 25일 오전. 경기 수원시 원천동 일대는 이른 시간부터 북적였다.
아주대학교 총학생회와 아로새길 아주대 대학로 상인회가 마련한 단체 응원 행사에 아주대 재학생과 외국인 유학생, 교직원, 지역 상인 등 150여 명이 모였다. 26학번 새내기부터 졸업을 앞둔 학생들까지 다양한 구성원이 모두 같은 유니폼을 입고 대표팀을 응원했다. 최기주 아주대 총장도 현장을 찾아 학생들과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흥미로운 점은 응원 현장을 찾은 학생들 상당수가 자신을 '축구팬'이라고 소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정 구단을 응원하거나 K리그를 챙겨보는 학생은 거의 없었지만, 월드컵만큼은 예외였다.
아주대 재학생 이연수(20)씨는 "야구도 원래 특별히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닌데 친구들이 다 야구장에 가고 SNS에 사진을 올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다"며 "요즘에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도 하나의 문화처럼 소비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월드컵도 비슷하다. 인스타그램에 응원 사진이나 게시물이 계속 올라오고 다 같이 경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표팀을 둘러싼 각종 논란과 저조한 기대감 탓에 대회 개막 전만 해도 흥행을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조별리그 첫 경기 승리 이후 분위기는 달라졌다. 학생들은 "관심이 없을 것 같던 친구들도 어느새 경기 결과를 찾아보고 응원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수하(20)씨는 "K리그는 잘 모르고 축구도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월드컵은 꼭 챙겨본다"며 "선수들이 대한민국을 대표해 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강하게 느끼지는 않지만 월드컵이나 올림픽 때 모두가 함께 응원하면서 하나가 되는 분위기는 좋다"고 덧붙였다.
이날 응원 현장에서는 또 다른 특징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학생 대부분이 2001~2007년생으로, 2002 한일 월드컵은 물론 거리 응원이 익숙하지 않은 세대라는 점이다.
경기 시작 전 재학생 박준석(26)씨가 응원석 앞에 나서 "대~한민국" 구호를 선창하자 학생들은 박수를 맞추며 응원에 동참했다. 그러나 응원 초반에는 박수 타이밍과 동작이 어색하게 엇갈리는 모습도 보였다. 일부 교직원들이 응원 동작을 알려주고 박수 타이밍을 맞추기도 했다.
조세원(23)씨와 김동영(25)씨는 "이렇게 많은 사람과 함께 월드컵을 응원한 것은 처음이라 기대가 컸다"며 "다 같이 응원해보니까 혼자 보는 거 보다 훨씬 재밌고 응원하니까 단합력이 더 생기는 거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송재원 아주대학교 총학생회장은 "대학생들은 대학 4년 동안 사실상 한 번의 월드컵을 경험하게 된다"며 "학생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윤재춘 아로새길 아주대대학로 상인회장은 "경기도 좋지 않고 상권도 어려운 상황인데 학생들이 먼저 이런 자리를 만들어줘 고맙다"며 "다 같이 모여 응원하니 재미도 있고 앞으로 대학과 지역 상권 모두 더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열띤 응원에도 대표팀은 웃지 못했다.
한국은 남아공에 0-1로 패했다. 조 2위에서 3위로 내려앉으며 남아공에 32강 직행 티켓을 내줬다. 다만 다른 조 경기 결과에 따라 32강 진출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경기 종료 후 학생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박수로 대표팀을 격려했다. 일부 학생들은 "아직 경우의 수가 남아 있다"며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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