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HJ중공업이 최근 복잡하고 변동성이 큰 산업 환경 속에서 조선과 건설, 양대 사업 축을 동시에 보유한 독특한 포트폴리오로 업황 변동성을 흡수하고 신성장 동력 확보와 창출을 동시에 구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HJ중공업은 국내 산업계에서 보기 드문 조선·건설 복합 사업구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 국내 건설업계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미분양 증가, 원자잿값·공사비 상승 등으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조선업계는 슈퍼사이클의 정점은 지났지만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와 이란 전쟁에 따른 유조선·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 증가에 힘입어 호황을 누리고 있다.
▲ 전체 매출 중 조선·건설 비중 절반씩 차지
이러한 상황에서 HJ중공업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414억원, 영업이익 246억원, 순이익 25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2%, 347%, 355% 증가한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도 매출 1조9997억원, 영업이익 670억원, 순이익 514억원을 기록하며 뚜렷한 성장 흐름세를 이어갔다.
HJ중공업의 조선·건설 부문 매출 비중은 비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분기 HJ중공업의 전체 매출에서 조선 부문 매출은 2686억원으로 49.6%를 차지했다. 이 기간 건설 부문은 2693억원으로 집계돼 49.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HJ중공업 측은 “조선 부문의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물량 매출 반영과 건설 부문에서의 원가구조 개선 노력의 합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도 단순한 업황 회복 효과를 넘어 조선과 건설이 서로 다른 시기에 실적을 뒷받침하는 사업구조 자체가 HJ중공업의 경쟁력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내 주요 조선사 중 건설업을 함께 영위하는 회사는 HJ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2곳뿐이다. 삼성중공업은 상선과 해양 부문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토건 사업 부문도 삼성중공업 조직도에 포함돼 있다.
▲ 삼성重, 토건사업 부문 매출 비중 4%...미미
토건 사업 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4232억원으로 집계돼 전체의 3.97%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중공업 토건 부문의 주요 시공 실적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3·P4 마감공사 △타워팰리스 2차 단독 시공 △‘쉐르빌’ 브랜드 론칭 및 다수의 주택 시공 등이 꼽힌다.
국내 조선사 대부분은 조선·해양·특수선(방산) 부문에 한정해 전문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집중 전략은 업황 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HJ중공업은 조선과 건설이란 서로 다른 산업 사이클을 가진 사업을 동시에 영위함으로써 특정 업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단순한 사업 다각화와는 결이 다르다. 일반적인 사업 다각화가 여러 사업을 나열하는 수준이라면 HJ중공업의 경우 상이한 경기 흐름을 가진 산업을 결합해 실질적 리스크 분산 효과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건설 경기가 위축될 경우 조선업이 호황이면 이를 통해 실적 방어가 가능하다. 반대로 조선업이 침체에 빠질 경우 건설 부문이 안정적인 수익 기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HJ중공업은 이러한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조선 부문의 성장 수혜를 누림과 동시에 건설 부문의 안정적인 수주 기반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며 “지난 1분기 영업이익 측면에서 볼 때 건설 부문은 국내외 건설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한 공사 원가 부담을 극복하고 원가율 관리에 주력한 결과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 업황 변동성 흡수...신성장 동력 창출
HJ중공업 건설 부문은 다른 건설사들과 비교해 주택사업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도로와 철도, 공항, 항만 등 국가 기간시설 분야에서 축적한 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공공 인프라 사업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최근 건설사들이 주택시장 둔화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도 토목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HJ중공업이 비교적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점은 여기서 비롯된다. HJ중공업 건설 부문은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해 인천대교, 부산항 신항, 경강선 고속철도 원주-강릉 2공구 등 대규모 국책사업에서의 사업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HJ중공업 건설 부문의 올해 1~4월 누적 공급계약 규모는 1조3539억원으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큰 폭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단순히 특정 사업의 수주 성과가 아니라 공공 인프라와 도시정비사업을 균형 있게 확보한 결과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조선 부문은 특수선(방산)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지난 1974년 국내 함정부문 방위산업체 1호 기업으로 지정된 이후 해군의 대형 수송함 독도함과 마라도함, 초계함, 상륙함, 공기부양정, 해양경찰의 경비함 등을 다수 건조·인도하며 국내 최다 함정 건조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 양대 사업 상호 보완적 관계...수익성·안정성 확보
상선 분야는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신조 발주량 급감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장기간 지속된 조선 불황기로 인해 이렇다 할 수주 실적을 찾기 어려웠다. 이 시기 HJ중공업은 특수선에서 꾸준히 수주를 이어가며 조선 부문의 명맥을 유지해 왔다. 최근 들어 상선 시장에서도 수주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이러한 HJ중공업의 사업구조가 더욱 부각되는 이유는 향후 성장 동력 역시 조선과 건설 두 분야에서 동시에 확보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건설 부문은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과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노후 인프라 교체 수요 등의 수혜가 기대된다. 조선 부문은 친환경 선박 전환과 글로벌 선대 교체·방산 수요 확대,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참여 등이 새로운 성장 기회로 거론된다.
업계에선 HJ중공업이 단순한 조선사도, 건설사도 아닌 복합 산업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조선과 건설이라는 두 개의 엔진이 서로 다른 시기에 동력을 제공하는 구조가 향후 계속 유지된다면 HJ중공업은 단순한 실적 개선을 넘어 장기적인 수익성·성장성·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한 기업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HJ중공업 관계자는 “친환경·고부가 선박을 중심으로 고수익 프로젝트 매출 비중이 확대되면서 1분기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며 “조선·건설 양대 사업 부문에서 3년치 이상의 안정적인 수주잔량을 확보한 만큼 지속적인 체질 개선과 원가구조 혁신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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