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의 창] "15년간 꿈꿔온 모국…독립운동가 고조부의 뿌리를 찾았어요"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동포의 창] "15년간 꿈꿔온 모국…독립운동가 고조부의 뿌리를 찾았어요"

연합뉴스 2026-06-25 15:25:12 신고

3줄요약

美 메릴랜드 권예서 양, 독립유공자 후손으로 차세대동포 모국연수 참가

한국어·역사·가족이 이어준 정체성…"이제는 자랑스러운 '코리안'"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권예서 양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권예서 양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권예서 양. 2026. 6. 23. phyeonsoo@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어릴 적 매년 방학이면 한국으로 떠나는 친구들이 부러웠어요. 미국에서 태어나 자라며 늘 그리워했던 모국에 드디어 왔다는 사실이 아직도 꿈만 같아요."

재외동포청이 주최하고 재외동포협력센터가 주관하는 '2026 차세대동포 모국 초청 연수' 현장에서 지난 23일 만난 권예서(18·미국명 안젤라 권) 양의 얼굴에는 설렘과 벅찬 감격이 묻어났다.

미국 메릴랜드주 프레더릭에 거주하는 권 양은 이달 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UMBC(University of Maryland, Baltimore County) 심리학과 진학을 앞두고 있다.

권 양에게 이번 방한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다. 두 살 이후 15년 만에 이뤄진 모국 방문이자,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온 자신의 뿌리를 확인하는 시간이다.

권 양은 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한국어 구사 능력은 유창하다. 비결은 어머니의 교육이었다. 집에서는 한국어만 사용했고, 벽마다 한글 카드를 붙여놓은 채 어머니가 읽어주는 한국어 동화책을 들으며 자랐다.

여기에 한인교회 활동과 초등학교 시절부터 9학년까지 다닌 한글학교, 10∼11학년 때 한글학교 보조교사로 활동한 경험이 더해지며 자연스럽게 한국어 실력을 쌓았다.

특히 지역 사회에서 자원봉사 활동 공적을 인정받아 2024년 미국 대통령이 수여하는 자원봉사 공로상(President's Bronze Volunteer Service Award)도 받았다.

2024년 받은 미국 대통령 수여 자원봉사 공로상 2024년 받은 미국 대통령 수여 자원봉사 공로상

[본인 제공]

권 양은 특히 "교과서에서 배우는 한국어와 실제 생활 한국어는 다르다"며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을 보면서 자연스러운 표현을 많이 익혔다"고 웃었다.

그의 아버지는 결혼 직후 박사과정을 밟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과학자로 현재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항암 방사선 치료 후유증 저감 연구를 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인인 어머니는 유치원 교사로 일하다 자녀 양육을 위해 전업주부의 길을 택했다.

권 양은 "어린 시절에는 가정 형편 때문에 한국에 오지 못한 부모님이 원망스럽기도 했다"며 "하지만 대학 진학을 앞둔 지금은 당시 박사후연구원 급여만으로 생활하셨던 부모님의 현실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커질수록 정체성을 둘러싼 고민도 깊어졌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한인들이 많은 지역에서 자라며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를 접했지만, 중학교 진학 후 아시아계 학생이 거의 없는 지역으로 이사하면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현실을 경험했다.

미국 어스카로라 고등학교 졸업식 사진 미국 어스카로라 고등학교 졸업식 사진

이달 초 고교 졸업식에서 권예서 양은 영어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잘한다는 이유로 받은 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본인 제공]

역사 수업 시간에는 중국 관련 영상을 보던 친구가 "저기 너희 아빠야?"라고 묻기도 했고, 코로나19 초기에는 "네가 코로나를 미국에 가져왔냐?"는 차별적인 말을 듣기도 했다.

권 양이 자신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하게 된 계기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과 부모로부터 전해 들은 독립운동의 역사였다.

그는 "나라를 잃은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절박함을 보며 많이 울었다"며 "선조들이 내가 내 문화를 부끄러워하라고 싸우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더욱 자랑스러워졌다"고 전했다.

그는 "2년 전 친할아버지로부터 고조할아버지가 독립운동 자금 모금 활동을 펼쳐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아 1990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큰 자부심을 느꼈다"고 했다.

권 양은 "고조할아버지의 용기와 헌신을 본받아 작은 일이라도 옳다고 믿는 일을 위해 행동하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권예서 양 고조부 독립유공자 권명상 선생 공적 내용 권예서 양 고조부 독립유공자 권명상 선생 공적 내용

[재외동포협력센터 제공]

지난 8일 입국한 권 양은 전주와 수원의 친가와 외가를 찾았고, 홍대와 노원 등 서울 곳곳도 둘러봤다.

"사방을 가득 메운 한글 간판부터 실시간 열차 위치를 알려주는 지하철 시스템, 식당의 빠른 서비스, 무료 공중화장실과 반찬 문화까지 모든 것이 새롭고 인상적이었어요".

그는 "한국 사회의 빠른 속도가 오히려 제 성격과 잘 맞는다"며 "한국에 와 보니 왜 세계인이 한국을 좋아하는지 직접 실감했다"고 말했다.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는 손흥민과 김민재 같은 축구 선수는 물론 K-팝의 인기도 매우 높다고 소개했다.

앞으로는 "뇌과학과 신경과학까지 학문적 관심을 넓혀 상담학 석사 과정을 거친 뒤 미국에서 상담사로 활동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활용해 병원 통역이나 한국 아티스트의 해외 투어 통역 분야에서도 일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phyeonsoo@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