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의료계 안팎에서는 필수의료 붕괴의 핵심 원인으로 '기형적인 수가 불균형'을 지목해 왔다. 복지부 소속 의료비용분석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혈액검사 등 검체검사의 원가 대비 수익률은 190%, CT·MRI 등 특수영상 검사는 194.1%에 달했다. 100원을 들여 검사하면 병원이 190원을 번다는 뜻이다.
반면, 의사가 직접 환자를 보고 진단하는 진찰(70.7%), 밤낮없이 환자를 돌보는 입원(57.3%), 수술 생사를 가르는 마취(75.1%) 분야는 수지타산이 전혀 맞지 않는 극심한 적자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결국 병원들은 수익을 내기 위해 의사 한 명이 하루에 수백 명의 환자를 쫓기듯 보는 '3분 진료'와 불필요한 '과잉 검사'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고, 정작 고된 당직과 의료 분쟁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필수 중증 수술 분야는 의사들이 기피하는 뼈아픈 악순환이 이어졌다.
정부는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타파하기 위해, 지불 제도를 과감히 개편하고 기존 5~7년이 소요되던 수가 개편 주기를 2년 이내로 대폭 단축해 불합리한 점을 신속하게 고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비수도권과 수도권 중 의료 취약지로 꼽히는 6개 진료권(경기 의정부권, 남양주권, 이천권, 포천권 및 인천 서북권, 중부권)의 종합병원 이상에서 시행되는 약 2700가지의 모든 수술과 처치에 건강보험 수가를 10% 더 얹어준다. 이를 야간이나 휴일에 응급으로 시행할 경우 10%가 추가로 가산해 지방 병원의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계획이다.
극적인 변화는 수치로 확인된다. 가령, 전북 지역에 있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야간에 응급으로 동맥류절제술(뇌혈관 수술)을 집도할 경우, 기존에는 1050만 원이던 수가가 지역 우대 및 야간·응급 가산이 적용되면 1702만 원으로 껑충 뛴다.
이와 함께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 84개 시·군·구에 위치한 종합병원, 병원, 동네 의원(총 2249곳)에는 기본 진찰료와 입원료를 각각 5%씩 올려 인구 소멸 위기 속에서도 지역 주민들의 최전선 의료 방파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20년 동안 꽁꽁 묶여있던 진찰료 상대가치점수(의료 행위의 가치를 점수로 매긴 지표)를 인상해 동네 의원의 초진 진찰료는 6%(1만 8840원→1만 9980원), 재진은 4%(1만 3370원→1만 3900원) 상향한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초·재진 모두 2%씩 올린다.
환자들이 머무는 입원실의 질을 높이기 위해 10년 이상 동결됐던 입원료 기본 수가 역시 일반병실 7%, 중환자실 10%를 각각 인상한다.
특히, 의사가 환자 상태를 여유 있게 꼼꼼히 살필 수 있도록 '심층 진찰' 문화를 제도적으로 유도한다. 현재 시범사업 중인 제도를 본 사업으로 전환 및 확대해 상급종합병원 전문의나 동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15분 이상 충분히 진료하고 상담할 경우, 초진 진찰료의 2~3배 수준(상급종합병원 기준 약 8만 5720원)을 파격적으로 보상하기로 했다.
내과,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등 일차 의료기관에서도 10분 이상 심층 상담 시 연 4~6회에 한해 초진 진찰료의 2배 수준을 적용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의사가 수익을 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진료 시간을 15분 이상 질질 끌어 환자 대기 시간만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복지부 측은 사전 설명회에서 "현재 시범사업 결과 의료진이 돈을 위해 시간을 늘리는 형태는 없었으며, 환자와 의사 모두 충분한 설명에 만족도가 매우 높아 사업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고 선을 그었다.
진찰료 인상으로 병원들이 환자를 불필요하게 자주 오게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단순 방문 일수가 늘어나지 않는지 전반적으로 꼼꼼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답했다.
우선 암, 심뇌혈관 질환 등 종합병원 이상에서 시행되는 난이도 높은 1600여 개 중증 수술 수가를 일괄적으로 20% 상향한다. 특히 이 수술들을 권역응급의료센터 등에서 휴일이나 야간에 급하게 시행할 경우, 현행 대비 무려 최대 5.5배(450% 가산)까지 보상액이 상승한다.
생명을 구하기 위한 필수 전제 조건인 전신마취와 고난도 특수 마취 수가도 대폭 올려 현행 대비 50% 인상한다.
인력난으로 신음하는 분만·소아 분야의 보상도 대폭 확대한다. 그동안 고위험 산모나 미숙아(조산아)를 돌보는 것은 병원 입장에서 엄청난 인력과 고비용이 들지만, 보상은 턱없이 부족해 기피의 대상이었다. 앞으로는 중증 모자(母子)센터에서 28주 미만의 조산아를 분만할 경우 기본 분만비에 약 440만 원을 얹어주고, 비수도권 센터라면 약 506만 원까지 과감하게 추가 지원한다.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료 역시 비수도권의 경우 현행 대비 최대 2.5배까지 대폭 올려 지급한다. 소아 진찰과 입원 시 추가로 가산금을 지급하는 연령 기준도 기존 '6세 미만'에서 '8세 미만'으로 확대한다. 급성기 치료를 마친 중증 환자가 다시 응급실로 돌아오지 않고 재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급성기-회복기 의료 체계 확립에도 연간 5000억 원을 지원한다.
복지부는 2026년 하반기까지 150% 수준으로 1차 인하하고, 2028년까지 110%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깎아 잉여 이익이 나지 않는 '균형 수가'를 만든다는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했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1999년 제정 이래 27년 만에 대대적으로 단행되는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의 전면 개편이다. 그동안 상당수 동네 의원들은 자체 혈액 검사 시설이 없어 환자의 피를 뽑아 외부 전문 수탁기관에 보내왔다. 이때 의원은 단순히 피를 뽑아 수거업체에 전달만 하고도 전체 검사비의 10%를 '위탁검사관리료' 명목으로 챙겨갔다.
복지부는 이러한 불투명한 수수료 배분 구조가 수탁기관 간의 단가 후려치기(가격 덤핑)와 동네 의원들의 불필요한 과잉 검사를 남발하는 주범이라고 판단해 10%의 관리 수수료를 전면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폐지 조치 하나만으로도 약 2400억 원의 재정이 절감된다.
하지만 지역과 필수 의료 수가를 무려 3조 6000억 원이나 인상하면, 자칫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 나거나 환자들이 내야 할 병원비가 치솟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환자가 직접 체감하는 병원비 폭탄이나 급격한 부담 증가는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신설되는 지역 우대수가의 경우 건강보험 재정에서 전액 부담하여 환자 본인부담금을 아예 매기지 않도록 세심하게 설계해 취약지 주민들의 비용 부담을 원천 차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필수 진료비 상승분은 앞서 언급한 검체·특수영상 검사 수가 인하로 절감되는 환자 본인부담금과 맞물려 상당 부분 상쇄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번 수가 구조 개편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순수하게 추가로 떠안는 순부담액은 연간 약 1조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복지부 측은 "매년 지출 효율화를 통해 3000억 원씩 절감하면 향후 10년간 15조 원의 절감 효과가 있고, 반도체 기업 등 고성장 기업의 성과급 지급 증가에 따른 건강보험료 수입 증대도 예상된다"며 "하반기에 수입 기반 확충 전략을 추가로 발표해 보험료의 급격한 인상 없이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도록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혁신방안은 국민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지역·필수의료에 대한 투자를 대폭 강화하는 첫걸음"이라며 "역대 최대 규모인 연 3조 6000억 원의 투자를 시작으로, 지역 의료 인력을 확충하고 의사들이 최선을 다한 진료에 대해 의료사고 부담을 완화해, 국민 누구나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신속하게 응급치료를 받고 병원 걱정 없이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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