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글로벌 바이오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K-바이오만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미국 바이오주가 글로벌 빅파마의 인수합병(M&A) 확대와 신약 개발 기대를 바탕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는 반면 국내 바이오주는 기술수출 확대에도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같은 바이오 업종 안에서도 극명한 온도차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바이오주는 빅파마 M&A 훈풍을 타고 상승세를 이어간 반면 K-바이오는 반도체 쏠림과 투자심리 위축 속에 같은 바이오 업종 안에서도 극명한 온도차를 보였다. ⓒ 챗GPT 생성 이미지
증권가는 국내 바이오 산업 경쟁력이 약화됐다기보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중심의 수급 쏠림, 미국과 다른 산업 구조, 성장주에 불리한 금리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바이오 업종이 상대적으로 소외됐다고 분석한다.
25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3월31일부터 이달 24일까지 미국 나스닥 바이오지수(NBI)는 5839.40에서 6279.40으로 7.5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소형 바이오 중심의 SPDR S&P 바이오 ETF(XBI)는 127.73에서 147.32로 15.34% 올랐다.
반면 국내 바이오 업종은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제약지수는 같은 기간 1만6641.42에서 1만4812.17로 10.99% 하락했고, 코스닥 제약지수는 1만5399.10에서 1만592.23으로 31.22% 급락했다.
◆ 美 바이오는 M&A 타고 질주…국내는 수급 공백
미국과 국내 바이오주의 온도차는 투자 환경과 산업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미국에서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특허만료(LOE)에 대응하기 위해 바이오텍 인수와 라이선스 계약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바이오 업종 전반으로 투자심리가 살아났다.
실제 지난해 글로벌 신약 파이프라인 라이선싱 규모는 2420억달러, M&A 규모는 1330억달러로 전년 대비 133% 증가했다. 후기 임상 파이프라인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바이오 기업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헬스케어 섹터는 특허만료와 약가 규제 압박이 관리 가능한 영역 내에 있음이 확인되면서 재평가 국면에 진입했다"며 "빅파마들은 지난 5년간 선제적 M&A 및 라이선싱을 통해 파이프라인 세대 교체를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시장에서는 반도체와 AI 중심으로 투자자금이 이동하면서 바이오 업종이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가 지수를 끌어올리는 동안 바이오를 비롯한 코스닥 성장주는 투자자 관심에서 밀려났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같은 기간 미국 바이오텍 지수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어 이번 조정은 글로벌 바이오 펀더멘털 훼손보다 국내 수급 약화와 타 섹터 쏠림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쏠림에 더해 삼천당제약을 둘러싼 공시 신뢰성과 계약 구조 논란도 바이오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구용 인슐린과 비만치료제 개발 기대감으로 급등했던 삼천당제약은 이후 추가 검증 필요성이 제기되며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고, 개별 기업 이슈가 바이오 업종 전반에 대한 경계심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금리 환경도 부담이다.
바이오 기업은 현재 실적보다 미래 파이프라인 가치가 기업가치에 크게 반영되는 만큼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질수록 밸류에이션 할인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가 이어지면서 성장주 전반의 투자심리도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 기술수출은 역대급인데…주가는 '무반응'
산업 경쟁력과 주가가 따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공개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 계약은 8건, 계약 규모는 약 13조원으로 지난해 연간 계약 규모의 절반을 넘어섰다. 아리바이오와 알테오젠, 한미약품, 오스코텍 등이 대형 계약을 잇달아 성사시키며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다.
특히 최근에는 플랫폼 기술뿐 아니라 신약 후보물질 자체를 이전하는 사례도 늘면서 K-바이오의 기술 경쟁력이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기술수출 호재가 업종 전반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미국처럼 바이오텍 M&A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시장과 달리 국내는 개별 기업의 기술이전(L/O)이 중심인 만큼 업종 전체를 끌어올릴 모멘텀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은 빅파마의 M&A 기대가 바이오 업종 전반으로 확산된 반면 국내는 기술수출이 개별 기업 호재에 그치면서 업종 전체의 투자심리를 끌어올리지 못한 셈이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바이오 랠리의 핵심은 M&A 기대감이지만 국내 바이오는 기술이전 중심 구조여서 같은 수혜가 업종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했다"며 "다만 금리 부담 완화와 개별 모멘텀이 맞물리면 국내 바이오도 반등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기술력보다 자금의 흐름이다. 증권가는 반도체 중심의 수급 쏠림이 완화되고 기술수출과 임상 성과가 다시 주가에 반영되기 시작하는 시점이 K-바이오 반등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금 K-바이오에 부족한 것은 기술력이 아니라 투자심리"라며 "반도체 쏠림이 완화되고 기술수출과 임상 성과가 다시 주가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국내 바이오도 글로벌 흐름에 맞춰 재평가를 받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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