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사노조 "체감 제도 부족…교육청 책임 구조 마련해야"
학부모·학생 "교권보호 공감하나 학생 인권 위축 안 돼" 당부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교사 입장에서 보면 지금 학교의 실상은 '참교육'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고, 더 처참합니다."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경기 교육활동보호국 제도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용인 구갈중 김세준 교사는 교권의 실상을 이같이 토로했다.
교직 경력 16년 차인 김 교사는 "학생부장 시절 한 학생에게 흡연했는지를 확인하고자 물었다가 학부모로부터 '자녀를 낙인찍고 조사했으니 집에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는 민원을 받았다"며 "결국 학생 집에 가서 사과했다. 수업 중에 자는 학생을 깨울 때도 많은 고민을 해야 할 정도로 교권 문제는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의 고유 영역인 학생 평가와 생활기록부 작성과 관련한 민원도 많다"며 "학부모가 원하는 대로 작성되지 않으면 어마어마한 민원에 시달린다. 교사가 학생을 보고 그대로 적는 생활기록부마저 민원의 대상이 된다면 학교에서 교사가 필요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는 고충도 털어놓았다.
토론회에 참석한 교사와 교원단체 관계자들은 교사 개인이 악성 민원에 대응할 수밖에 없는 현 제도의 한계를 꼬집었다.
경기교사노조 설문 결과 최근 3년 이내 교육활동 침해 또는 악성 민원을 경험한 교사는 79%에 달했으나 교권보호위원회 절차를 경험한 교사는 6.9%에 불과했다.
이들이 교권보호위원회의 도움을 받지 않은 이유는 2차 피해 우려(65.2%), 조치 실효성 부족(52.1%), 사안 확대 및 장기화 우려(43.6%) 등이었다.
교사들을 보호하겠다고 만들어진 제도가 현장에서 제 기능을 못한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경기교사노조 이현주 교권실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현재도 교권보호위원회, 법률지원, 심리상담, 교권보호지원센터 등 다양한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현장의 체감은 높지 않다"며 "이는 지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학교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교육청이 함께 책임지는 구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교육기관에 기구나 조직 하나를 만드는 데서 그치지 말고, 실제로 교육활동 보호 기능이 작동하는 실행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연구원 이경아 연구위원은 "서이초 교사 사건 이후 여러 제도가 확대됐지만 산발적으로 되어 있다"며 "국가책임형 교육활동보호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연구위원은 교육부는 교육활동보호국을 신설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각 시도교육청은 법률지원·교육감 의견서 지원을, 교육지원청 현장지원팀은 학교방문 및 학부모 면담·자료 작성 지원을, 학교 관리자(교육활동보호책임관)는 피해 교원과 학급 회복 지원을 하는 등 4단계 체계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육부·교육청·학교가 민원에 통합적으로 대응해야 교사를 보호할 수 있다는 취지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드라마 '참교육'에서 그려진 '교권보호국'처럼 응징적 방식이 아닌 현실적인 행정체계를 수립해야 한다고도 입을 모으기도 했다.
패널 토론으로 참석한 학부모와 학생 역시 교권 보호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학교 구성원 간 대립 구도가 아닌 상호 신뢰하는 관계 속에서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학폭OUT학부모시민모임 신혜정 대표는 "지금 필요한 것은 선의를 가진 학부모와 선의를 가진 교사가 한 테이블에 앉아 정말 필요한 아이의 문제를 논의할 수 있도록 국가가 보호하는 '시스템' 그 자체"라며 "경기도의 교육활동보호국에 대한 논의는 결국 학교라는 공동체 전체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논의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외고 1학년 전수민 양은 "신뢰가 깨진 현장에서 교사의 정당한 권한을 보장할 장치가 시급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러나 교권 보호가 학생 인권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가선 안 된다"며 "교육활동보호국이 '징계 기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교사, 학생, 학부모의 소통을 돕고 신뢰를 회복하는 중재 기구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은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을 국회와 함께 추진하겠다"면서 "저는 교육감으로서 하늘이 무너져도 교권을 바로 세울 것이다. 선생님들께서는 가르치기만 하시라. 지켜드리겠다"고 말했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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