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6선 송영길 의원이 당권 경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송 의원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 관저에서 비공개 만찬을 한 이후 연일 정청래 대표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저격수' 역할을 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호남 지지세가 강한 송 의원이 조만간 출마를 공식화하고 또 다른 당권주자인 김민석 국무총리와 함께 정 대표 연임 저지를 위한 '반청(정청래)' 연대를 구축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10%를 훌쩍 넘는 지지세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송 의원의 존재감은 어느때보다 커진 상태다.
李대통령, 유럽 순방 마치고 송영길과 관저 회동
"송영길, 李대통령에 출마 결심 얘기…李대통령, 잘하라고 해"
이재명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인 지난 18일 송영길 의원과 관저에서 비공개 만찬을 가진 사실이 확인됐다.
이 대통령은 순방 기간 SNS에 지방선거 이후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집권여당이 책임의 언어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른바 '여당론'을 올렸고, 순방 결과 브리핑에서도 현 지도부를 향한 쓴소리를 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송 의원에게 전당대회에서 '역할'을 요청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송 의원 측은 만찬 자리에서 전당대회 관련 대화는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측근은 "인간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동지애적 관계"라며 "의도성을 가진 만남이라기보다 위로와 축하의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 자리에서 전당대회 관련 언급이 있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24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송영길 의원이 관저 만찬에서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히자 대통령이 '잘하라'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어 "송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전당대회에서) 3자 구도로 가서 결국 김민석 국무총리와 단일화하는 방안을, 결선 투표에서 (표심이) 모이는 결과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송 의원이 당 대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호남 민심은 김민석 총리가 강세지만 송영길도 지지를 받고 있다"며 광주·전남 교수 107명의 지지 선언과 시민단체의 움직임을 언급했다.
정청래 저격수 자처…'결선 단일화 연대' 역할론도
송영길 의원이 이 대통령과 비공개 만찬 이후부터 정청래 대표를 향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저격수' 역할에 나선 것도 심상치 않다.
송 의원은 21일과 22일과 연이어 방송 인터뷰에 출연해 정 대표의 불출마를 촉구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지난 21일 KBC광주방송에서 "정 대표가 정면으로 대통령과 싸우겠다고 출마하려는 것"이라며 불출마를 압박한 게 대표적이다.
22일에는 MBC라디오에 출연해 지난 2022년 대선 패배 직후 당대표직에서 물러난 경험을 거론한 뒤 "당시 이재명 후보는 내게 당대표를 사퇴하지 말라고 만류했다"면서도 "하지만 나는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바로 다음 날 대표직을 사임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6·3 지선 결과와 관련해 "정청래 지도부와 관련된 분들은 형식적으로 승리라고 보지만 상당수 의원은 사실상 패배로 지적한다"며 "상황 인식에 차이가 있다. 상황 진단이 다르면 해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6·3 지선을 패배한 것으로 보고, 이를 지휘한 정 대표를 향해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뜻을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김민석-송영길 연대'가 성사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세 명의 당권주자 중 유일한 호남 출신(전남 고흥)인 송 의원은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광주·전남·전북 지역 민주당 당원 150명이 지난 21일 '송영길 당대표 출마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송 의원의 출마를 촉구했을 정도다.
김 총리가 호남 등 텃밭을 순회하며 지지층을 다지고 송 의원이 전면에 나서 정 대표의 저격수 역할을 하는 '역할 분담론'이다. 김 총리와 송 의원이 지닌 지지 세력이 합쳐지면 정 대표의 연임 도전이 무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지원 의원은 23일 KBS 라디오에서 "송 의원이나 김 총리는 나하고 두어 차례 만났었다"며 "송 의원은 '정 대표가 불출마 선언 않는다면 출마, 1차에서 과반 못하도록 결선까지 끌고 간 뒤 김 총리와의 단일화 방법을 찾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사실상 단일화를 통한 두 사람의 연대 가능성을 높게 점친 것이다.
[한길] 차기 당대표, 김민석 26.6% 정청래 23.6% 송영길 11.0%
[미디어토마토] 김민석 25.5% 정청래 30.0% 송영길 14.2%
정치권에서 김 총리와 송 의원의 연대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은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수치로도 설명할 수 있다.
쿠키뉴스가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0일~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차기 당대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유선 전화면접 3.1% 무선 ARS, 95% 신뢰수준에 ±3.1%P) 김민석 26.6%, 정청래 23.6%, 송영길 11.0%로 집계됐다.
김민석 총리와 정청래 대표의 격차는 3.0%P로 오차범위 내였다.
하지만 김 총리와 송 의원의 지지율을 합하면 정 대표를 훌쩍 넘어선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김민석 43.6%, 정청래 28.9%, 송영길 15.5%로 김 총리가 우세했다.
다른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22일부터 23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무선 ARS, 95% 신뢰수준에 ±3.0%P) 김민석 25.5%, 정청래 30.0%, 송영길 14.2%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에선 김민석 46.1%, 정청래 26.5%, 송영길 18.8% 순이었다. 여권의 핵심 기반인 광주·전라에서는 김민석 32.0% 정청래 24.0% 송영길 23.2%로 나타났다.
송영길, 전대 후 외교부 장관행?…미국 찾아 "김치처럼 숙성된 한미동맹"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이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 연임을 저지한 이후 외교부 장관에 지명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송 의원이 미국을 찾은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는 해석이다.
송 의원은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국 연방의회 도서관에서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 등의 후원으로 열린 '한국 문화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한 미국 하원의원으로부터 한미동맹에 대한 한국민의 인식에 대해 질문을 받고는 "걱정말라고 했다"며 "한미동맹을 숙성이 잘 될수록 더 깊은 풍미를 내는 김치에 비유하고 싶다. 70년 넘게 우리는 더 성숙해졌고 더 깊이 소통·협력하며 깊은 유대를 형성해왔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이 자리한 가운데 발언한 송 의원은 "어떤 상황이든, 우리가 어느 정당에 속해있건 간에, (한국의) 우리 모두는 한미동맹이 표현의 자유와, 우리의 삶을 지키는 기둥이라고 생각한다"며 철통같은 한미동맹이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미국 출장을 마치고 27일 귀국한 뒤 28일 전북을 방문해 전주에서 타운홀 미팅을 열어 당원 등을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30일께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후 당권 도전을 공식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