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이 인기를 끌면서 교육계 일각에서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 신설 논의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양육자·인권 단체들은 해당 구상이 청소년에 대한 억압과 통제를 강화해 학교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학교 구성원 간 상호 존중과 신뢰에 기반한 공동체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하는엄마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등은 25일 국회 앞에서 ‘드라마 <참교육> 식 교권국 신설을 우려하는 청소년·양육자·인권 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교육>
이들은 경기도교육감 안민석 당선인의 드라마 ‘참교육’ 식 교권보호국 신설 추진에 대해 비판과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안 당선인은 지난 16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교사들이 통제하기 어려운 위기 학교나 문제 학생이 있는 곳에 20~30명 규모의 특수부대 출신 감독관(장교·부사관 등 전역자 교사)을 즉각 투입해 폭력이 아닌 강한 권위와 훈계를 통해 학교 분위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날 오전 10시에는 경기교육감직 인수위원회와 김준혁 국회의원, 미래교육자치포럼이 공동 주최한 ‘경기 교육활동보호국 제도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며 해당 구상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청소년·양육자·인권단체들은 이 같은 구상이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학생을 통제와 억압의 대상으로 전제하는 접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안 당선인의 발언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학생을 교육공동체의 주체로 인정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친화적 학교 조성 정책 권고’를 충실히 이행해야 하고 위기 학생과 위기 교사를 위한 전문 상담·지원 체계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청소년녹색당 수영 비상대책위원은 “‘참교육’ 방영 이후 안 당선인이 전면에 내세우는 교권보호국 신설 구상은 실제로 교사의 권리를 보호하기 어렵다”며 “‘문제학생을 응징하는 권위 있는 교사’라는 드라마적 해결책은 보는 이에게 통쾌함을 줄 수 있어도 학교 현장의 진짜 문제를 바로잡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공현 활동가도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과 같은 초법적이고 폭력적 기구는 아니라고 변명하지만 애초에 그런 식으로 현재 학교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이 부적절하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교육감이라면 명백한 아동학대이자 인권침해인 체벌을 옹호하는 참교육 속의 교육부 장관이나 교권보호국의 주장을 보며 위험성을 먼저 느껴야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학부모 단체의 발언도 이어졌다. 정치하는엄마들 백운희 운영위원은 “학교 현장의 갈등과 문제의 원인은 단편적이지 않다”며 “갈등의 상당수는 명확한 악의에서 비롯되지 않으며 의도하지 않은 오해나 실수, 서로 다른 기대치가 충돌하며 만들어지는 복잡한 관계 갈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디어에서 이분법적으로 재현되고 소비되는 모습으로만 문제에 접근하면 우리 교육이 처한 본질과 구조는 결국 가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학생·교원·학부모가 함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이제호 변호사는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대응, 피해 교원 지원, 악성 민원 대응, 정당한 생활지도 보호 등 다양한 제도가 법제화되고 정책화됐다”며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이름의 조직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도입된 제도가 실제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교사가 혼자 고립되지 않도록 하는 지원체계, 학생을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로 대하는 교육, 학부모를 적대적 민원인이 아닌 함께 책임지는 구성원으로 만나는 구조”라며 “그리고 무엇보다 학교 안에서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이를 처벌과 배제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회복과 대화, 절차와 인권의 원칙 속에서 해결할 수 있는 체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들은 안 당선인을 향해 △‘특수부대 출신 교원’ 활용 발언 즉각 철회 및 사과 △‘참교육’ 식 교육활동보호국 신설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더 나아가 교육당국에 학생·교사·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공개적이고 책임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친화적 학교 조성 정책권고’를 성실히 이행할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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