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와 정치권은 현행 세제 지원 방식만으로는 글로벌 가격 경쟁과 수요 부진을 버티기 어렵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국내 배터리 산업 지원 방안 논의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여야 국회의원들과 공동으로 'K-배터리 재도약을 위한 산업전략 국회토론회'를 열고 국내 배터리 산업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 전략과 함께 세제 지원 확대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토론회에서는 최근 전기차 시장 둔화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구조적 변화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전략산업팀장은 "현재 시장 위축은 미국과 중국, 유럽의 산업 정책 변화에 따라 시장 구조 자체가 달라지는 과정"이라며 "미국과 유럽의 대중국 견제로 한국 기업에 기회가 생길 수 있지만, 현재의 어려움을 넘기지 못하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만큼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한 국가는 많지 않다"며 "시장 점유율 하락이 이어질 경우 전문 인력과 기술, 산업 기반이 함께 약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흑자 기업만 혜택"…직접환급형 세액공제 도입 요구
전문가들은 국내 배터리 기업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세제 지원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핵심 대안으로는 미국 등이 도입한 '직접환급형 세액공제(Direct Pay)'가 제시됐다.
현재 국내 세액공제 제도는 기업이 법인세를 납부한다면 세금을 감면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 직접환급형 세액공제는 기업이 적자를 기록하더라도 공제액을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제도다.
안정혜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주요 경쟁국들은 세액공제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제도는 흑자를 낸 기업만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배터리 산업 특성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배터리 3사 "공급망 경쟁력 유지 위한 정책 지원 필요"
패널 토론에서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정부 지원 확대와 공급망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윤영두 SK이노베이션 부사장은 기업의 자구 노력과 함께 정책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남호 LG에너지솔루션 상무는 "중국 CATL의 성장 배경에는 정부의 재정·금융 지원이 있었다"며 국내생산촉진세제에 직접환급제 도입 필요성을 제안했다.
노명호 삼성SDI 그룹장은 원재료부터 생산, 재활용에 이르는 공급망 전반에 대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다. 유럽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재개하는 데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배터리 수요처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시장 조정기를 안정적으로 넘길 경우 차세대 배터리 시장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폴리뉴스 김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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