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이앤씨, 4,500억을 잃고 48조를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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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이앤씨, 4,500억을 잃고 48조를 쌓았다

폴리뉴스 2026-06-25 14:15:12 신고

포스코이앤씨 송치영 대표이사가 서울 중구 직업능력심사평가원에서 열린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건설사 간담회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사진=연합뉴스)

포스코이앤씨는 2025년 약 4,51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손상채권 규모는 전년 대비 247.4% 폭증해 1조 5,958억 원에 달했다. 부채비율은 118.1%에서 172.6%로 뛰었다. 총차입금은 1조 171억 원에서 1조 9,985억 원으로 거의 두 배가 됐다. 그러나 같은 해, 수주잔고는 창사 이래 최대치인 48조 원을 기록했다. 손실과 수주잔고가 동시에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이 비대칭이 포스코이앤씨를 읽는 핵심이다.

손실의 정체

2025년 적자의 실체는 신규 사업의 실패가 아니다. 오래 묵힌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낸 결과다. 송도 B3블록 주상복합, 삼척블루파워 EPC, 폴란드 바르샤바 소각로 등에서 대규모 대손충당금이 설정됐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의 특수관계자 채권도 엄격하게 감액 처리했다. 송도국제도시개발 관련 채권은 984억 원에서 356억 원으로, 우이신설경전철 관련 채권은 533억 원에서 311억 원으로 줄었다.

회계 용어로는 '빅배스(Big Bath)'라 부른다. 쌓여온 부실을 한 해에 일괄 반영하고 출발선을 다시 긋는 전략이다. 새 경영진이 들어설 때 자주 쓰는 방식이다. 

48조 원이 말해주는 것

수주잔고 48조 72억 원. 2023년 38조 원에서 2년 만에 10조 원이 늘었다. 회사의 연간 매출 규모로 환산하면 7년 치 이상의 일감이 이미 확정된 상태다. 2025년 한 해 건축사업본부 단독으로 10조 9,231억 원의 신규 수주를 창출했다.

유동성도 견고하다. 1조 2,462억 원의 가용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고 있다. 순차입금비율은 24.8%로 통상적인 우량 기준선인 30%를 여전히 하회한다. 사내 유보율은 1,337.3%로 일반 안전 기준선 200%를 아득히 넘는다. 빚이 늘었지만 갚을 능력도 함께 확인된다.

수주잔고의 질도 달라졌다. 지방 미분양 리스크를 피해 수도권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을 썼다. 외형이 아니라 사업성을 골라 담은 결과가 48조 원이다.

오티에르, 브랜드가 돈이 되는 순간

포스코이앤씨가 꺼낸 카드는 '오티에르(HAUTERRE)'다. 기존 '더샵'을 넘어 최상위 자산가 계층을 겨냥한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다.

2026년 4월 서초구 신반포21차 재건축 '오티에르 반포' 일반분양에서 3만여 개의 청약통장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 710.2 대 1. 2026년 7월 입주를 앞둔 후분양 단지여서 계약 후 잔금 납부까지 시간이 극도로 짧았다. 막대한 현금 동원력이 필요한 조건이었다. 그럼에도 100% 조기 완판이 나왔다.

이 결과가 연쇄반응을 만들었다. 부산 시민공원 촉진2-1구역 재개발에서는 삼성물산을 이기고 수주를 따냈다. 비수도권 최초로 오티에르 브랜드를 적용하고 필수사업비 전액 무이자 지원, 1,240억 원의 사업촉진비를 제안했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수주전에서는 최종 시공권을 현대건설에 내줬지만 조합원의 40%가 포스코이앤씨를 선택했다. 지면서도 존재감을 남긴 싸움이었다.

공장을 짓는 방식도 바뀌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CES 2025'에서 로봇 분야 혁신상을 받았다. 국내 건설사가 소비자기술협회 무대에서 혁신상을 받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수상 기술은 '콘크리트 시공이음부 요철생성 로봇'이다. 대형 구조물을 여러 층으로 나눠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 층과 층 사이의 접합면을 거칠게 깎아내는 작업을 자동화한 것이다. 과거에는 작업자가 전동 공구를 들고 직접 콘크리트 바닥을 갈아내야 했다. 분진 노출, 근골격계 질환, 불균일한 품질이 고질적 문제였다. 로봇이 이를 대체하면서 품질 균일성과 안전성이 동시에 확보됐다.

AI 품질관리 시스템도 가동 중이다. 레미콘 차량의 GPS 정보와 현장 플랫폼을 실시간 연동하고, AI 카메라가 타설 직전 콘크리트의 점성과 수분 함량을 자동 판독한다. 숙련공의 직관에 의존하던 검사 방식을 데이터로 대체했다. 7D BIM 기반 디지털 트윈 시스템을 통해 시설물의 노후화 추이를 예측하고 문제 발생 전 알람을 보내는 예측 정비 체계도 구축했다.

에너지 사업의 방향

포스코이앤씨가 그리는 미래는 건설사가 아니라 에너지 인프라 기업이다.

해상풍력에서는 덴마크 오스테드, 노르웨이 에퀴노르, 덴마크 CIP, 영국 코리오 등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디벨로퍼들과 협력 관계를 맺었다. 1.4GW 규모 인천 해상풍력 사업, 750MW 규모 반딧불이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포스코 철강 부문의 원자재 공급과 해상 운송·설치 역량까지 묶은 수직계열화 구조다.

원자력에서는 i-SMR 개발에 민간기업 최초로 종합설계 분야 참여자로 이름을 올렸다. 4세대 원전인 고온가스로 개발도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함께 추진 중이다. 신한울 3·4호기 주설비공사에도 참여하며 소형 원전과 대형 원전을 동시에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폴란드 바르샤바 소각발전소 증설 프로젝트는 2025년 12월 준공을 앞뒀다. 유럽 환경 규제를 통과한 이 레퍼런스가 동유럽 시장 확장의 발판이 된다.

건설업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그 속에서 나쁜 것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 회사와, 드러내지 못하고 쌓아두는 회사의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진다.

포스코이앤씨가 2025년에 치른 비용이 2026년 이후를 어떻게 만들지, 그 답은 48조 원 수주잔고가 실적으로 잡히기 시작하는 시점에 나올 것이다.

[폴리뉴스 박수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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