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던 금 가격이 최근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초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상승 랠리를 이어가던 금값이 불과 몇 달 만에 20% 넘게 밀려나면서 시장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되는 모습이다.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최근 온스당 4000달러 선 아래로 내려앉으며 지난해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1월 기록했던 최고점과 비교하면 30% 가까이 하락한 수치다. 국내 금 시세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연초 g당 27만원에 육박했던 금 가격은 최근 20만원 아래로 떨어졌으며, 순금 한 돈(3.75g) 기준 판매 가격도 112만원 수준에서 87만원 안팎까지 내려왔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금값 고점 찍고 급락... 안전자산 신화 흔들리나
당초 투자자들은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최근 들어 추가 긴축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금리가 높게 유지될 경우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의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달러 강세도 금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일반적으로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금 수요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로 최근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함께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금 시장으로 유입되던 자금이 빠르게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열풍 역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AI 기업들이 연이어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주식시장으로 집중되고 있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금과 같은 안전자산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됐다는 것이다.
국내 금 관련 ETF에서도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ACE KRX금현물, TIGER KRX금현물, KODEX 골드선물 등 주요 금 ETF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금 가격 상승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거나 손실을 줄이기 위해 매도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금값이 장기적으로 완전히 무너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 다변화를 위해 꾸준히 금을 매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과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기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가격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국제 금 가격이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을 이어갈 수 있지만 온스당 3900달러 부근에서는 강한 지지력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AI 산업 중심의 투자 열기가 지속되고 미국의 긴축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금값 반등 역시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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