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위고 브로스 감독이 25일(한국시간)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몬테레이 스타디움서 열린 한국과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최종 3차전 도중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몬테레이|AP뉴시스
[몬테레이=스포츠동아 백현기 기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첫 월드컵 토너먼트 진출을 이뤄낸 위고 브로스 감독(74·벨기에)가 선수들의 경기력과 정신력을 모두 칭찬했다.
남아공은 25일(한국시간)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몬테레이 스타디움서 열린 한국과 2026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최종 3차전서 1-0으로 이겼다. 1무1패였던 남아공은 1승을 추가해 승점 4가 되어 조 2위로 32강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했다. 월드컵 본선에 네 번째 도전 만에 첫 토너먼트 진출이다. 남아공은 29일 미국 LA에서 공동 개최국 캐나다와 32강전을 치른다.
브로스 감독은 특히 선수단의 단결력을 가장 큰 원동력으로 꼽았다. 그는 “선수들과 나는 감독과 선수 이상의 친구 같은 관계”라며 “선수들끼리 실수를 하더라도 서로 비난하지 않고 함께 이겨내는 문화가 지금의 남아공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브로스 감독과의 일문일답.
-경기 총평은.
“전술이 계획대로 잘 맞아떨어졌고 모든 선수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이전 경기들과 가장 달랐던 점은 볼을 소유했을 때 훨씬 더 위협적이었다는 것이다. 빠르게 공격했고 공간도 잘 활용했다. 전반이 끝난 뒤에는 ‘지금처럼 하면서 득점 기회를 만들자’고 주문했고 선수들이 후반에 그대로 실행했다. 지난 2주 동안 우리를 향한 비판이 많았지만 결국 해냈다.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경기 종료 후 그라운드에 엎드릴 정도로 감격한 모습이었다.
“감정이 북받쳐올랐다. 멕시코에 올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멕시코에 졌고 체코와 비기면서 한국전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득점 이후 긴장감은 더 커졌지만 결국 승리했다. 어쩌면 내 커리어 마지막 월드컵 경기가 될 수도 있었는데 다시 기회를 얻었다. 이런 순간은 모든 감독이 꿈꾸는 장면일 것이다.”
-남아공 역사상 첫 월드컵 토너먼트 진출인데.
“아마 이번이 내 마지막 월드컵일 것이다. 4년 뒤면 78세다. 벤치에서 이 긴장감을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대회가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한다. 우리는 5년 전부터 이 여정을 시작했고, 결과가 좋지 않을 때도 선수들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언론의 비판이 많았지만 선수들은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오늘 그 믿음이 결실을 맺었다.”
-골키퍼 론웬 윌리엄스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이번 월드컵이 선수들에게 어떤 의미가 될까.
“첫 경기에는 월드컵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 많아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2차전에서 좋아졌고 오늘은 더 발전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력이었다. 선수들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었고 팀 전체가 함께 성장했다.”
-짧은 시간 안에 LA에서 32강을 준비해야 한다.
“내일은 상대를 분석할 계획이다. 파추카를 거쳐 LA로 이동해야 하는데 원래는 곧바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FIFA 일정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아쉽고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은 훈련보다 회복이 더 중요하다. 32강 전까지 최대한 몸을 회복시키겠다. 멕시코전 템바 즈와네의 퇴장 판정은 아직도 이해하기 어렵다. 심판은 비디오판독(VAR)도 확인하지 않았다.”
-감독 커리어 최고의 업적인가.
“하나만 꼽기는 어렵다. 우승도 해봤고 벨기에와 유럽에서도 많은 경험을 했다. 이번 성과도 내 커리어에서 매우 중요한 업적 가운데 하나다.”
-한국전은 어떻게 준비했나.
“한국은 예상했던 대로 많이 뛰고 빠르며 수비 뒷공간을 적극적으로 노렸다. 우리는 이를 대비해 역습을 준비했고 그 전략이 잘 통했다. 한국이 볼을 소유할 때는 최대한 막아내고, 공을 빼앗으면 빠른 선수들을 활용해 더 위협적으로 공격하려 했다. 1-0으로 앞서면 상대가 조급해질 것이라는 점도 알고 있었다. 이후 수비 조직을 잘 유지했고 큰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한 것은 무엇인가.
“우리 팀의 가장 큰 장점은 분위기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도 누구도 서로를 비난하지 않는다. 서로 격려하고 도와준다. 감독과 선수라기보다 친구 같은 관계다. 나는 규율은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군대식 통제는 하지 않는다. 자율 속의 규율이 우리 팀을 만들었다.”
-이번 대회 어디까지 갈 수 있다고 보나.
“아직 그런 이야기를 하기에는 이르다.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계속 올라가는 과정에 있다. 32강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선수들은 준비돼 있다. 또 다른 역사를 만들기 위해 계속 도전할 것이다. 적어도 경기 직후 귀국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몬테레이|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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