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중증 신생아 신속유전체 진단 연구…삼성서울병원 등 12개 기관 참여
"원인불명 진단방랑 줄이고 질환 규명"…국립보건연구원, 전국 단위 확대 계획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올해 재태주수 40주차에 태어난 남자아이가 생후 6일째에 갑자기 호흡 곤란, 의식 저하, 전신 경련 등 증상을 보여 대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혈액검사에서 혈중 암모니아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와 의료진은 선천성 대사 이상증인 'OTC 결핍증'을 의심하고 표준 유전 검사를 했으나, 2주 후 나온 결과는 음성이었다.
원인 불명 속에 아기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의료진은 중증 신생아 신속 유전체 검사를 택했다.
신속 유전체 검사 결과는 5일 만에 나왔다. 원인은 애초 의심했던 대로 OTC 결핍증이었다.
확진 후 치료가 명확해지며 아이는 차도를 보였고 희소 질환 산정 특례도 등록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모계 유전이라는 사실에 따라 의료진은 둘째를 희망하는 아이 엄마에게 착상 전 유전 검사 등을 안내했다.
국립보건연구원과 삼성서울병원 등은 이같은 '급성 중증 신생아 신속 전장 유전체 진단'(Rapid Whole Genome Sequencing·Rapid WGS)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4∼10주 걸리는 기존 유전체 검사와 달리, 신속 유전체 검사는 소요 시간이 5∼7일이다. 가장 빠르게는 3일 만에도 진단 결과가 나온다.
연구 책임자인 장윤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24일 광화문에서 열린 언론 설명회에서 "신생아는 원인 질환이 달라도 증상은 비슷하게 나타나고, 상태가 빠르게 나빠져 오랜 시간 진단을 기다리는 것은 환자와 가족에게 그야말로 살인적인 고통"이라며 "신속 유전체 진단은 검사·입원 부담을 줄이고 골든타임 내에 아기를 살리는 길"이라고 밝혔다.
기존 검사들은 소요 시간이 길다 보니 그사이 환아 상태가 나빠지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거나,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최대 수년 병원을 전전하며 온갖 검사를 반복하는 '진단 방랑'을 겪는 일이 많다.
중증 신생아 신속 유전체 검사는 유전체 전체를 한 번에 분석해 결과 도출까지 소요 시간을 크게 줄였다.
특정 질환군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희귀 질환을 피검사 한 번으로 빠르게 진단해 치료·생존 가능성을 높이고, 진단 방랑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국립보건연구원과 삼성서울병원은 2024년 시범 연구에서 중증 신생아 신속 유전체 검사로 아기 20명 중 10명의 유전 질환을 규명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연구를 본격적으로 확대 추진하고 있다. 참여 대학병원은 작년 6곳에서 올해 12곳으로 늘었다.
현재 참여 병원은 삼성서울, 서울아산, 강남차, 강남세브란스, 세브란스, 한양대, 중앙대, 아주대, 충남대, 전북대, 양산부산대, 강원대 등이다.
신속 유전체 검사에 참여한 환아는 지난해 75명이었고, 올해는 참여 환아 115명을 목표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달 15일 기준 환아 60명이 참여했다.
참여 병원의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한 생후 4주 이내 또는 교정 주수 44주 미만인 환아 중에서도 4가지 조건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하면 신속 유전체 검사 등록 대상이 된다.
조건은 ▲ 다발성 선천 기형 ▲ 중증 단일 장기 질환 ▲ 기존 치료 미반응·임상 경과 급악화 ▲ 담당의가 단일유전자질환으로 강하게 의심 등이다.
의료진이 대상 환자를 선별해 보호자 설명·동의를 거쳐 검사를 의뢰하고, 외부 검사 기관이 24시간 이내에 검체를 수거한 뒤 결과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7일 이내다.
현재까지 모집된 급성 중증 신생아 135명 중 43명이 신속 유전체 검사를 통해 질환의 원인이 되는 유전 변이를 확인했다. 양성 진단율은 31.9%이다.
지난해에는 재태주수 33주차에 이른둥이(미숙아)로 태어난 한 남아가 몸이 늘어지는 전신 근긴장 저하, 턱이 정상보다 작은 소악증, 입천장이 갈라진 불완전 구개열, 호흡 부전 등 여러 증상을 보여 신속 유전체 검사를 진행한 끝에 생후 10일 만에 '아르볼레다-탐 증후군'이라는 초희귀질환으로 확진됐다.
이 병은 태아 발달에 관여하는 KAT6A 유전자에 이상이 생긴 질환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환자가 3∼400명 수준으로 알려진 매우 희귀한 질환이다.
양미선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이 사례에 대해 "통상적인 방식을 적용했다면 원인불명으로 진단 방랑을 겪고, 이미 문제 증상이 진행된 후에야 병원을 찾는 등 발달 문제를 겪었을 것"이라며 "신속 검사로 조기에 진단함으로써 발달 지연을 완화하고 합병증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연구에 참여하는 병원을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참여 신생아 중환자실을 70개까지 늘려 매년 250명 안팎의 중증 신생아가 신속 진단과 맞춤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장 교수는 "중증 신생아 신속 유전체 검사를 통해 다수 검사를 회피하고 중환자실 입원 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 의료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며 "향후 검사 대상과 참여 병원을 확대하면서, 국민건강보험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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