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다친 딸을 먼저 돌보느라 4일 뒤에야 병원을 찾은 어머니가 보험사로부터 보험사기 혐의로 고소당했다. / AI 생성 이미지
횡단보도에서 딸과 함께 차에 치인 어머니가 딸을 챙기느라 자신은 4일 뒤에야 병원을 찾았다가 보험사로부터 '보험사기' 혐의로 고소당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실제 사고 가해자는 벌금형을 받았지만, 피해자였던 어머니는 한순간에 피의자로 전락해 경찰의 2차 조사까지 앞두게 됐다. 법률 전문가들과 함께 억울한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한 법적 대응 방법을 짚어봤다.
딸 구하려다 다쳤는데... 4일 늦은 치료가 '보험사기'로 둔갑
사건은 지난 3월 22일,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시작됐다. 다른 지역에 사는 딸을 보러 온 어머니는 딸과 함께 길을 건너다 우회전을 기다리던 차량에 사고를 당했다.
차가 딸의 허벅지를 들이받았고, 딸이 충격으로 밀려나 넘어지려던 아찔한 순간 어머니가 그를 붙잡아 주었다. 사고 직후 딸은 바로 병원으로 가서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어머니는 딸을 돌보는 데 집중하느라 자신의 몸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4일이 지나서야 어깨와 허리에 참을 수 없는 통증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다. 딸의 보험 처리는 즉시 이뤄졌지만, 어머니의 뒤늦은 보험 처리 요청은 상대 보험사에 거부당했다.
결국 경찰에 사고를 정식 접수한 뒤에야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었고, 가해 운전자는 구약식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두 달 뒤, 보험사는 돌연 어머니만을 '과잉진료를 통한 보험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왜 거기 있었나" 피의자 취급... '말꼬리 잡기' 2차 조사 예고
어머니는 보험사의 고소로 피의자 신분이 되어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딸에 따르면,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다른 지역 사람인데 이 지역에 왜 왔냐", "왜 그 거리를 지나갔냐"는 등 방문 목적과 동선을 자세히 물으며 어머니를 범죄자처럼 대했다고 한다.
1차 조사를 마친 경찰은 보강 조사를 위해 2차 조사를 하겠다고 통보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2차 조사가 보험사 측이 제출한 추가 자료를 토대로 진술의 일관성을 검증하려는 절차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규희 변호사(법무법인 대한중앙)는 "1차 조사 이후 보험사 측에서 '이것 보라, 어머니가 사고 당일 멀쩡히 걸어 다녔다'거나 '사고 4일간 다른 병원 진료 기록이 있다'는 등의 추가 의견서나 소위 '조사원 밀착 마크 영상(마이카 등)'을 경찰에 제출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라며 "2차 조사에서는 1차 조사 때 했던 말과 한 치의 어긋남이 없는지 '말꼬리 잡기'를 시도할 확률이 높습니다"라고 경고했다.
법조계 "명백한 사고, 지연성 통증... 무혐의 입증 가능"
법률 전문가들은 어머니의 보험사기 혐의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사고가 발생해 가해자가 처벌받은 사실이 명확하고, 사고 충격으로 인한 통증이 며칠 뒤 나타나는 '지연성 통증'은 의학적으로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진열 변호사(법무법인 엘케이비평산)는 "어머니가 4일 뒤 병원을 방문한 것은 교통사고 후 지연 발현되는 경우로 의학적으로 설명 가능합니다. 어깨·허리 부위 염좌 등은 사고 직후보다 며칠 후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가 흔하며, 이는 의료 기록으로 뒷받침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핵심은 어머니의 치료가 의사의 전문적 판단에 따른 정상적인 의료 행위였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환진 변호사(법률사무소 도결)는 "어머니 진술은 감정이 아니라 자료로 뒷받침하는 것이 핵심입니다"라고 강조하며, 진료기록과 사고 직후 정황을 입증할 자료를 미리 정리해 둘 것을 조언했다.
억울함 벗으려면? "변호사 동석으로 방어권 보장해야"
전문가들은 2차 조사에서 억울한 결과를 피하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경찰의 압박이나 유도신문에 휘말리지 않도록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박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유)는 "수사기관의 강압적인 태도를 차단하고 어머니의 방어권을 안전하게 보장받기 위해서는, 2차 조사 전 단계부터 조사 동석 및 의견서 제출 등 경험이 풍부한 형사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체계적으로 대응하시기를 권장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시완 변호사(법률사무소 평정) 역시 변호사가 조사에 동석하면 경찰의 압박적 질문이나 유도신문을 즉각 제지할 수 있어 어머니의 방어권을 보호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법인인 보험사를 상대로 개인이 홀로 대응하기보다는, 객관적 증거를 바탕으로 법률 전문가와 함께 일관된 주장을 펼치는 것이 억울한 혐의를 벗는 지름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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