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이 화장품 관련 시장을 정조준하며 사업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기존 화장품에 제약사 고유 기술을 접목한 기능성 '더마코스메틱' 제품으로 소비자 신뢰를 얻는다는 전략이다. 특히 최근 약가인하의 파급 효과와 업황 부진 등으로 실적 타개책으로 제약사들에게 더마코스메틱 시장이 실적 대안으로 각광받는 모양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들은 자사 브랜드를 활용한 기능성 화장품 시장으로의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더마코스메틱은 피부과학(Derma)와 화장품(Cosmetic)의 합성어로, 피부과학적 연구와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효능과 안전성을 강조한 기능성 화장품을 의미한다.
기존 화장품이 브랜드 이미지와 감성 마케팅에 무게를 둔다면, 더마코스메틱은 성분 배합의 과학적 근거와 작용 원리, 인체 적용 시험 결과 등 객관적 데이터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보인다.
더마코스메틱은 민감성 피부나 트러블, 피부 장벽 손상, 노화 개선 등 세분화된 피부 고민을 겨냥한 고기능성 제품이 주를 이룬다. 특히 제약 기술을 기반으로 한 더마코스메틱의 확장은 K-뷰티 산업이 기능성과 데이터 중심 구조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마코스메틱이 각광받으면서 약국이 화장품 판매의 새로운 블루오션 채널로 급부상 중이다.
서울의 명동과 홍대, 강남 등 주요 관광 상권을 중심으로 '방한 외국인 관광객 특화 약국'도 빠르게 확산되며 K-더마 시장의 핵심 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특화 약국은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비교할 수 있는 H&B 스토어의 매장형 구조를 갖추고 외국인 통역 인력 상주와 즉시 세금 환급 기기 등이 도입됐다. 올해에는 약사의 학술적 상담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추천 서비스도 강화될 전망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이같은 트렌드를 타고 더마코스메틱 제품 개발에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동화약품은 상처치료제 '후시딘' 브랜드를 기반으로 더마코스메틱 사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다이소 전용 더마 브랜드 '후시덤'도 선보였다.
대원제약은 2023년 12월 회생 절차를 밟던 에스디생명공학을 인수해 2024년 2월 자회사로 편입함으로써 화장품 사업에서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대원제약은 최근 에스디생명공학 신임 대표로 더마코스메틱 전문가인 김혜원 전 씨엠에스랩 상무를 선임하기도 했다. 김 신임 대표는 아모레퍼시픽, 네오팜, 씨엠에스랩 등 국내 뷰티 기업에서 26년 경력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제약은 흉터치료제 '노스카나'의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더마 브랜드 '파티온'을 CJ올리브영 등에 선보이고 있다. 여드름 흉터 치료와 피부 재생 등 기존 제약 기술 노하우를 화장품에 이식한 고기능성 제품군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대웅제약은 독자 EGF 성분 'DW-EGF'를 앞세운 더마 브랜드 '이지듀'를 꾸리고 있다. 피부 재생 기능을 강조한 기미 앰플 등이 흥행 가도에 올랐다.
동국제약은 2015년 더마 브랜드 '센텔리안24'를 론칭하며 일찌감치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대표 제품인 '마데카 크림'은 상처치료제 마데카솔의 핵심 성분인 센텔라아시아티카 정량추출물(TECA)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2024년 기준 누적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한미사이언스는 최근 프리미엄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아데시'를 론칭했다. 아데시는 피부 본연의 균형과 회복을 추구하는 브랜드로 선진기술·피부과학·효능임상 등을 핵심 철학으로 내세운다. 첫 제품으로는 특허 출원 원료 'H-EGTI'와 블랙 PDRN 등을 함유한 '블랙펄 PDRN 네오 세럼'을 출시했다.
한미사이언스는 기존 약국 전용 더마 브랜드 '프로-캄'도 운영하고 있다. 프로-캄이 약국 전용 브랜드라면, 아데시는 올리브영 등 일반 유통 채널 판매를 추진하며 보다 폭넓은 소비자층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유한양행은 국민 연고 '안티푸라민'에서 영감을 받은 더마케어 브랜드 '더마푸라민'을 통해 피부자극지수 '0'이라는 장점을 어필하며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더마코스메틱 시장 진출에 잰 걸음을 보이는 이유는 그만큼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또한 신약과 달리 개발·생산에 걸리는 기간이 비교적 짧은 점도 화장품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국내 스킨케어 시장이 연평균 2.1% 성장하는 동안 더마 스킨케어 시장은 연평균 15.7%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화장품 시장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로 '롱제비티 뷰티'(Longevity Beauty)를 꼽는다. 롱제비티는 단순한 수명 연장을 넘어, 질병 없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건강 수명'을 극대화하는 패러다임인데, 이 개념이 뷰티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시장 흐름을 바꾸고 있다.
최근 뷰티 트렌드는 노화에 대한 무조건적 거부보다는 노화를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이면서 세포 재생과 피부 장벽 강화 등 근본적 기능 유지에 집중한다. 이는 기존 안티에이징 화장품들이 주름, 탄력 저하 등에 사후적으로 대응한 것과 달리, 롱제비티 뷰티 제품들은 사전 예방 차원의 대응을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롱제비티 뷰티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생명공학 기술이 화장품 제품에 적극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며 "기술 발전에 따라 소비자 눈높이가 올라가고 이점이 다시 브랜드의 기술 개발을 자극하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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