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금융당국이 다음달 초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을 공개한다. 핵심 쟁점인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규제 방안이 이번 개선안에 명시될 예정이다. 당국은 법률 개정을 통한 직접 규제보다 모범규준과 가이드라인을 활용한 자율 규범 적용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점검 범위가 회장 연임 절차를 넘어 승계 프로그램, 후보군 관리,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체계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연말 인사를 앞둔 금융권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3연임 제한 합의 마무리…적용 방식 막판 고심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다음달 초 발표할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에는 회장 3연임 통제 방안이 포함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라인에서 전체적으로 검토된 최종안은 보고됐다”며 “3연임 관련해서는 이번에 마무리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추진했다.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 회장 연임 문제를 두고 “부패한 이너서클이 은행장 했다가, 회장 했다가 하면서 10년, 20년씩 해 먹는다”고 비판한 이후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개선안에는 회장 연임 제한과 함께 이사회 견제 기능 강화, 독립성 제고 방안이 담긴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재임 과정에서 나타나는 권한 집중과 견제 기능 약화를 주요 지배구조 리스크로 판단하고 있다.
◇법제화 부담에 모범규준 활용…실효성 확보가 관건
금융권은 금융당국이 지배구조법을 개정해 회장 연임을 직접 제한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대신 모범규준과 가이드라인을 통해 연임 검증 절차를 까다롭게 만드는 방향이 유력하다.
해외 주요 금융회사 중 CEO 임기를 법률로 제한한 사례가 드물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금융회사 역시 CEO 재임 기간을 인위적으로 막기보다 이사회 독립성과 승계 절차의 투명성, 주주 견제 장치로 지배구조를 관리한다. 민간 금융사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글로벌 투자자와 의결권 자문사 역시 CEO 재임 기간 자체보다 후보 검증 절차와 이사회 운영 체계를 핵심 평가 요소로 꼽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도 연임 횟수를 법으로 강제하는 방식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연임 자체를 원천 금지하기보다 검증 절차를 엄격하게 설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했다.
◇3연임 시 주총 특별결의 유력…높은 찬성률은 걸림돌
현재 가장 유력한 대안은 회장이 3연임에 도전할 때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의무화하는 방식이다. 특별결의는 일반결의보다 출석 주주 및 발행주식수 기준 의결 요건이 높아 장기 재임에 대한 주주 통제를 강화할 수 있다. 법률 개정 없이 정관 변경이나 가이드라인 수용으로 적용할 수 있어 현실적인 카드로 꼽힌다.
그러나 실효성 측면에서는 견해가 갈린다. 최근 금융지주 회장 연임 안건이 대부분 압도적인 찬성률로 통과됐기 때문이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연임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 안건 찬성률은 99.3%에 달했다. 빈대인 BNK금융 회장은 91.9%,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88.0%를 기록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회장 임기는 결국 경영 실적으로 평가받는다”며 “최근 연임에 성공한 회장들 역시 역대 최대 실적이나 인수합병 성과를 바탕으로 주주들의 지비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이사회와 주주 모두 실적 지표를 중심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자율 규제도 사실상 강제력…계열사 인사권까지 사정권
금융권은 법제화 여부와 상관없이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압박 자체에 주목하고 있다. 이 원장도 “지주 회장 선임뿐 아니라 행장 선임 절차도 다수 예정돼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 관련 모범규준과 법률 개정안을 망라해 적용할 과제가 있다”고 예고했다.
이는 지주 회장 선임뿐 아니라 은행장과 주요 계열사 CEO 선임 체계까지 점검 범위를 넓히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으로 연임을 막지 않는다고 해서 압박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모범규준 형태로 내려오더라도 당국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면 금융사 입장에서는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회장뿐 아니라 은행장과 주요 계열사 CEO 선임 체계까지 전방위로 영향권에 접어들면서 연말 인사를 준비하는 금융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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