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임나래 기자] 정부와 여당이 특별사법경찰권과 상시 감시체계를 갖춘 독립 감독기구인 부동산감독원 신설을 추진한다. 연내에 전국 부동산 거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시세조작, 분양사기, 허위계약, 편법 증여 등 불법·이상 거래를 상시 단속하는 고강도 감독체계를 구축한다.
다만 강력한 통제 권한이 부동산시장 안정으로 직결될지는 미지수다. 법원 영장 없이 금융거래 정보와 과세자료, 행정기록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은 불법 거래 적발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으나, 정상 거래와 실수요자의 매수 심리까지 위축시킬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향후 입법 과정에서 권한 행사 범위와 남용 방지 장치 마련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전담 조직 100명 규모…투기 대응 상시 모니터링 체계 구축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47명은 지난 2월 “부동산감독원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 이 법안은 약 100명 규모의 전담 조직을 신설해 금융감독원처럼 부동산시장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불법·이상 거래를 조사·단속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부동산 불법행위 전담 감독기구 설치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국무조정실 산하에 부동산감독원을 설치해 조사와 수사를 체계화하고 투기와 불법을 근절하겠다”고 밝혔으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공언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부동산 감독기구 출범을 준비하기 위한 추진단을 꾸렸으며, 올해 안에 정식 조직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가 대출 규제와 세제 개편을 추진하며 부동산 시장 관리에 나선 만큼 감독원 설치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오는 7월 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마무리되면 법안 심사가 본격화된다.
◇특사경 권한 부여…시세조작·분양사기 직접 수사
과거 정부에서도 부동산감시원 설립이 추진됐으나 규제 과잉이라는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이번 입법안은 과거보다 조직 형태와 권한을 구체화한 점이 특징이다.
핵심은 부동산 분야 특별사법경찰권 확보에 있다. 특사경 권한을 갖게 되면 감독원은 시세조작이나 분양사기 의혹에 대해 직접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사법기관의 영장 발부 없이도 당사자의 금융거래 정보와 과세자료, 행정기록 등 증거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방식의 조사가 가능해진다.
다만 이러한 권한 집중이 시장 가격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불법 행위 차단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상시 조사를 의식해 거래를 기피하면서 정상적인 거래량까지 급감할 수 있어서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감독원은 집값을 직접 잡기보다 거래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며 “감독 기능이 강화되면 투기성 거래나 불법 거래에 관여한 시장 참여자들이 거래를 자제하는 자정 효과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감독원 출범만으로 시장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거래 위축이 나타날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기관과 업무 중복 쟁점…시장 자율성 조화가 성패 좌우
법안이 발의된 단계인 만큼 실제 기구가 출범하기까지는 국회 심사와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 조사권과 수사권이 단일 기구에 과도하게 집중될 수 있다는 점과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경찰 등 기존 행정·사법기관의 업무 범위와 중복되면ㅅ 국회 법안 심사의 쟁점으로 꼽히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부동산 투기 차단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입법화 가능성은 과거보다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금융·세제 규제와 더불어 전담 감독기구 신설을 통한 상시 감시망 구축 기조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그동안 부동산 시장에서 이 같은 권한을 가진 전담 기구가 없었던 만큼 실제 권한이 어떻게 행사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현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실제 출범 가능성은 이전보다 높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결과적으로 부동산감독원의 안착 여부는 권한의 크기보다 구체적인 행사 범위와 명확한 기준 설정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시장 교란 행위를 적발하는 감시 기능을 수행하되, 과도한 조사가 매매 시장을 경직시키거나 실수요자의 거래를 저해하지 않도록 설계하는 균형 감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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