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 극소수의 인력으로만 구성된 ‘초소형 팀’ 열풍이 불고 있다. 이는 AI(인공지능) 에이전트 등장으로 급격히 속도가 붙는 분위기다. 과거 여러 전문가가 협업해야만 가능하던 업무들이 이제는 AI가 대규모로 처리하면서 대형 조직만이 갖추던 역량을 작은 규모의 조직도 발휘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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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순한 형태로 자리 잡은 1인 기업
초소형 팀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주목받는 용어가 ‘솔로프러너’다 ‘혼자서 하는’의 뜻을 지닌 영어 단어 ‘솔로(Solo)’와 기업가를 나타내는 ‘안트러프러너(Entrepreneur)’의 합성어로, 혼자 사업을 운영하는 1인 기업가를 의미한다.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기술·아이디어 기반의 1인 창업이 늘어나는 현상을 말해주고 있다.
적은 인원으로도 큰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창업 환경이 만들어진 데는 AI가 가장 큰 역할을 차지한다. AI를 활용하면 1인 창업자도 최소기능제품(MVP) 제작과 시장 검증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어서다. 콘텐츠 개발과 데이터 분석 비용 역시 빠르게 감소해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초기 창업자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실제 소규모 창업 흐름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스타트업 지원 플랫폼 기업인 카르타에 따르면 2015년 미국 전체 스타트업의 17%에 불과한 1인 스타트업 비율은 지난해 35%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러한 ‘나홀로 창업’ 열풍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AI가 노동의 정의를 바꾸는 ‘생산성 혁명’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버의 뉴욕 지사장 출신인 조시 모어는 AI를 이용해 1인 창업에 성공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그는 2023년 음성 요약 앱 ‘웨이브AI’를 출시한 뒤 8개월 만에 월 매출 33만 달러를 내는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마케팅·사업 이력만 가졌던 그는 창업 당시 개발 지식이 전무했으나 생성형 AI로 코딩을 독학해 혼자 앱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스라엘 개발자 마오르 슐로모가 설립한 자연어 코딩 플랫폼 기업 베이스44는 설립 6개월 만에 8,000만 달러에 홈페이지 개발 기업 윅스에 매각됐는데, 슐로모는 베이스44의 첫 버전을 혼자 개발했고 이후 직원 8명을 추가로 고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여러 전문가가 협업해야만 가능하던 업무들이 AI의 등장으로 작은 규모의 조직도 가능해지면서 1인 기업의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Pixabay
적절한 정책 지원 뒷받침 필요하다는 지적도
저성장과 인구 절벽에 직면한 한국 경제에도 실리콘밸리의 흐름은 착안점을 제공한다. 한국의 경우 자영업 비중이 크고 중소기업의 구인난이 심각하다는 점에서, 인건비 부담을 기술로 상쇄하는 ‘AI 기반 1인 기업’ 모델은 하나의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국내에서도 1인 기업은 증가 추세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1인 창조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1인 창조기업 수는 116만 2,529개로 전년 대비 15.4% 증가했다. 평균 매출액도 전년보다 11.3% 늘며, 전체 창조기업 평균 매출액을 웃도는 수준을 유지했다.
기획부터 마케팅, 개발 등 사업 운영 전반에 필요한 업무 상당 부분을 AI가 대체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AC 업계 역시 이러한 인공지능 활용 역량을 갖춘 창업가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에 힘을 주는 모습이다. 스파크랩은 최근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스파크클로’를 선보이며 AI를 실질적인 팀원처럼 활용하는 ‘AI 네이티브’ 창업가를 발굴 및 육성하기로 했다. 마크앤컴퍼니 역시 삼일회계법인과 ‘AI 네이티브 팀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 AI 기반 경영 구조 설계부터 투자 연계까지 전 과정을 지원해 ‘초소형 고성장 기업’을 육성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아직까진 국내에서 솔로프러너가 적절한 정책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기부에 따르면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인 팁스(TIPS)와 사전 지원프로그램인 프리팁스(Pre-TIPS)는 지원 대상을 2명 이상으로 구성된 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쇼핑몰 운영자, 프리랜서, 유튜버 등 1인 자영업자는 중기부가 제공하는 ‘1인 창조기업’ 정책을 지원받을 수 있고, 독자 R&D를 할 수 있는 스타트업은 혼자서 현실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에 1인 창업 비율 증가 추세에 발맞춘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