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 '튀르키예 국가기록원 소장 한국전쟁 문서 번역집'
1950∼51년 문서 25건 정리…한국 지도 요청·참전 반대 청원 등 눈길
'미숙한 운전병' 교통사고 내기도…"전쟁 둘러싼 환경 재구성할 단서"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부산 남구 유엔평화로 93, 유엔기념공원 전사자 묘역에는 튀르키예 장병 462명이 잠들어있다.
약 8천㎞ 떨어진 땅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다 숨진 이들이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가 2023년 펴낸 '6·25전쟁 통계 자료집'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당시 육군을 중심으로 2만1천212명(연인원)을 보내 참전했다.
1950년 10월 파병 첫 부대가 부산항에 도착한 이후 전쟁이 멈출 때까지 900명 이상 목숨을 잃었고, 포로로 잡힌 사람도 240여 명에 달했다.
70여 년 전 전쟁의 기억을 담은 튀르키예 자료가 공개됐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최근 '튀르키예 국가기록원 소장 한국전쟁 문서 번역집: 1950∼1951년 문서 25선'을 펴냈다고 25일 밝혔다.
튀르키예 국방부 산하 총참모부 군사사와 전략연구처 소장 문서 5천304건 가운데 중요도, 연구 활용 가치 등을 고려해 25건을 선별해 우리말로 옮겼다.
도서관은 발간사에서 "연합군 내부의 협력과 긴장, 전쟁을 둘러싼 국제적 환경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할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자료"라고 평가했다.
문서 곳곳에는 전쟁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1950년 8월 18일 제2군 감찰국 참모장 대리 명의로 제작된 문서는 '작전' 상황을 추적하기 위해 자세하게 표현한 한국 지도를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을 전한다.
"수신 : 육군본부. 현재 보유 중인 한국 지도는 단지 지도책 수준에 국한돼 있어 작전 검토 시 이러한 소축척 지도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임."
요청받은 군에서는 "사관학교 (군사학술원) 및 서점들을 대상으로 조사했으나, 적절한 축척의 지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국 관련 정보를 담은 소책자를 보급하는 내용도 눈길을 끈다.
1950년 9월 12일 제작 문서에는 "전 장교 및 부사관들은 배부된 소책자의 내용을 숙지해야 하며, 이를 최대한 활용해 장병에게 교육·홍보해야 한다"고 지시하는 내용이 있다.
주한미국대사관 국방무관실에서 1950년 9월 21일∼10월 18일 작성한 한국 전쟁 관련 보고서는 전황을 기록한 지도와 함께 상황을 상세하게 전한다.
보고서는 "한국전에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기로 결정한 국가 수는 15개국으로 증가했다"며 구체적인 국가명과 파병 규모 등을 밝히고 있다.
서울·원산·포항 등 주요 지역의 튀르키예어 표기, 미국 육군성 회의에서 입수한 각종 정보, 당시 언론 보도 내용 등도 정리돼 있다.
1951년 3월 6일 날짜가 적힌 문서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셀라핫틴 토카이 중령 명의로 된 문서는 '뉴스위크' 잡지 12쪽에 실린 사진 속 인물이 튀르키예군이 맞는지 확인하라고 명한다. 사진은 중공군에 생포된 유엔군 포로였다.
"해당 사진의 복장 및 외양으로 보아 아군 소속 병사로 추정되는 인원이 확인됨. 각급 지휘관은 해당 사진을 면밀히 대조·검토해 즉각 보고할 것."
자료집에서는 파병을 둘러싼 튀르키예 내부의 '민감한' 상황도 엿볼 수 있다.
1950년 8월 23일 작성된 문서에 따르면 알리 쇤메즈 씨와 제키예 사바흐 씨는 군에 복무하는 가족이 한국전에 참전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파병에 반대하는 튀르키예 국회 야당의 선전 활동을 다룬 문서도 확인된다.
전쟁 상황 속에 뜻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1950년 11월 8일 제작된 문서는 "최근 미숙한 운전병이 트럭으로 한국 어린이 9명을 치어 그 가운데 3명이 사망하고 나머지는 중상을 입었다"고 전한다.
해당 문서는 사망한 아이들의 유족이 "운전병에게 가해질 모든 종류의 처벌을 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히며 피해자를 위한 성금 모금 계획도 명시했다.
이번 자료는 6·25전쟁 이면에 있는 다양한 역사를 담아 의미가 크다.
도서관 관계자는 "이번 자료를 통해 낯선 나라에서 청춘과 목숨을 바쳐야 했던 참전 군인의 시선으로 6·25전쟁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yes@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