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피두센터 한화에 당도한 큐비즘의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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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피두센터 한화에 당도한 큐비즘의 걸작

더 네이버 2026-06-25 09:42:47 신고

후안 그리스, ‘아침 식사’, 1915년 10월, 캔버스에 목탄, 유채, 92×73cm. Purchase, 1947. Centre Pompidou, Paris. ©Centre Pompidou, MNAM-CCI/Philippe Migeat/Dist. GrandPalaisRmn

프랑스 파리의 현대미술관 퐁피두센터는 파리를 예술 중심지로 드높이는 이름 중 하나다. 하지만 리노베이션을 위해 2025년부터 2030년까지 휴관에 접어든 후 여행객의 아쉬움을 자아내던 차, 한국 분관 오픈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하여 지난 6월 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별관에 퐁피두센터 한화가 공식 개관했다. 
기대를 모은 개관전의 테마는 바로 큐비즘이다. 1900년대 초 피카소와 브라크를 필두로 파리에서 태동한 현대미술 사조이며, 퐁피두센터는 20세기 큐비즘의 주요 걸작을 다량 소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통적인 재현 방식을 해체하고 추상미술, 개념미술에 이르는 현대미술 운동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큐비즘으로 시작을 알리는 일은 상징적이다. 
개관전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은 파리 퐁피두센터 국립현대미술관 근대 컬렉션 총괄 큐레이터 크리스티앙 브리앙과 서지은 퐁피두센터 한화 책임 큐레이터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총 9개 섹션에 걸쳐 1907년부터 1920년까지의 작품 91점을 소개한다. 세잔의 영향을 받은 초기 실험에서 분석적 큐비즘, 살롱 큐비즘,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변화 양상까지 시대순으로 톺아보는 흐름이다. “큐비즘은 20세기 최초의 아방가르드 운동 중 하나이자, 가장 중요한 예술 운동이다”라는 브리앙의 설명처럼 표현법을 바꿔놓은 혁명을 실제로 확인할 기회다. 
큐비즘 전시의 연장선에서 제2전시실에는 특별 섹션 <코리아 포커스: 모던 아방가르드를 향한 꿈의 지도>가 마련되었다. 제목 그대로 한국 현대미술에 집중한 아홉 번째 섹션으로, 이상, 김환기, 유영국, 박래현 등 같은 시기 한국 근현대미술 작품을 통해 서양 미술 운동이 한국 화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연결점을 제시한다. 서구 아방가르드를 향한 동경과 새로운 미학에 대한 갈증, 한국적 해석의 시도를 엿볼 수 있다. 그들이 그토록 동경하던 파리의 작품을 같은 공간에서 내다보는 구성이 애틋하게 다가온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구성은 공간 디자인에도 반영되었다. 1전시실에는 직선이 아닌 곡선형 가벽을 세워 물 흐르듯 유기적 동선을 조성했고, 가벽의 프레임 너머로 다음 섹션의 작품을 우연히 마주하는 구조다. 또 전시장 내부가 제법 어둡게 느껴지는데, 이는 작품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조명 디자이너가 설계한 최적의 조도라고. 전시 공간 설계는 대림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을 거친 홍예나 전시 디자이너가 맡았다. 기자간담회 당시 크리스티앙 브리앙 큐레이터는 전시작 중 페르낭 레제의 ‘예인선의 다리(1920)’에서 홍 디자이너가 아이디어를 얻었노라 설명했다. 홍예나 디자이너에게 큐비즘 작품과 전시 디자인의 관계에 대해 직접 물었다. 

1 퐁피두센터 한화 건물 외관. 2 2전시실의 홍예나 전시 디자이너. 3 조각 작품과 피카소의 패브릭 작품이 어우러진 2전시실 전경.

큐비즘이 발전한 20년의 역사를 시대순으로 소개하는 구성이다. 공간 디자인에 관해 큐레이터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 작년 12월 합류했을 당시 전시 작품이 대부분 결정된 상황이었다. 합류하자마자 디자인에 착수했다. 서지은 책임 큐레이터와 큐비즘이 관객에게 가볍게 다가가길 바란다고 의견을 모았다. 연대기적인 전시는 아카데믹하기에 다소 무거울 수 있어서다. 또 한국에서 큐비즘이 피카소와 같은 대표작에 한정되어 소개되었기에, 여러 면모를 폭넓게 보여주고자 했다. 


큐레이터가 설명하길 페르낭 레제의 작품 ‘예인선의 다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큐비즘 초기 작품은 어둡고 형태적으로 쉽게 상상하기 힘든 이미지가 많았다. 반면 레제의 작품은 색채가 다양하고 화려하며 단순한 리듬감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주목한 이미지 중 하나다. 큐비즘의 연대기를 보여줄 때 직관적인 도형의 느낌이 관객에게 유연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 그 작품에 집중했다. 공간에 그러한 도형 요소를 반영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어떤 자료를 참고했는지 궁금하다. 파리와 일본에서 큐비즘 전시가 열린 적이 있어 관련 자료를 찾아봤다. 또 지난 1월 디자인 협의를 위해 파리 퐁피두센터를 방문했을 때 까르띠에 파운데이션, 파리 시립현대미술관의 기획전을 감상하며 함께 리서치를 했다. 처음 기획 당시에는 섹션당 하나의 방을 구상했다. 그러다 파리와 서울의 큐레이터들과 논의를 거쳐 전체 흐름을 조망하는 것이 적합하겠다는 방향을 잡았다. 

곡선형 가벽을 세운 1전시실.


제1전시실을 위에서 바라보면 가벽이 하나의 큰 곡선과 두 개의 작은 곡선을 이룬다. 큐비즘은 하나의 큰 연대기이고 초반부와 후반부 작업이 서로 연계된다. 처음에는 피카소와 브라크라는 두 중심축에서 시작되었지만 이후 다른 작가들에게 파생되고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하나의 큰 물줄기이되, 섹션별로 부분적인 디테일을 보여주기 위해 작은 물줄기를 더해 디자인했다.


가벽에 창문 같은 사각 프레임을 냈는데. 각도에 따라 시창 너머 서로 다른 작품이 보인다. 전시 초반부에서 후반 작품을 보며 ‘큐비즘이 이렇게 발전되는구나’ 짐작할 수 있고, 후반부에서는 잊기 쉬운 초반 작품을 다시 관람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결성이 전시장 안에서 계속 이어지길 바랐다. 또 관객이 답답함을 느끼지 않도록 개방적으로 연출했다. 


건물 구조의 차이 때문인지 1전시실은 가벽으로 흐름을 강조한 반면, 2전시실은 보다 정직한 구성이 돋보인다. 1전시실은 층고가 7m에 달한다. 그래서 공간에 들어설 때 느끼는 스케일과 압도감을 강조하고 싶었다. 섹션 7, 8에 해당하는 2전시실은 시기가 짧아서 시대적인 흐름보다는 당대의 전체적인 장면을 보여주고자 했다. 1전시실에서 과도기의 빠른 흐름을 체험한다면, 2전시실에서는 과도기 이후의 큐비즘을 안정적인 공간에서 천천히 둘러보는 동선이다. 

1 프랑시스 피카비아, ‘우드니(미국 소녀; 춤)’, 1913년, 캔버스에 유채, 290×300cm. Purchase, 1979. Centre Pompidou, Paris. ©Centre Pompidou, MNAM-CCI/Audrey Laurans/Dist. GrandPalaisRmn 2 박래현, ‘노점’, 1956년, 종이에 먹, 색, 267×21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3 파블로 피카소, ‘여인의 흉상’, 1907년 6~7월, 캔버스에 유채, 66×59cm. Gift of Louise and Michel Leiris, 1984. Centre Pompidou, Paris. ©2026 – Succession Pablo Picasso – SACK(Korea) ©Centre Pompidou, MNAM-CCI/Philippe Migeat/Dist. GrandPalaisRmn


피카소의 ‘메르퀴르 발레 무대 막(1924)’이 걸린 2전시실 아래층은 전시의 하이라이트처럼 보인다. 작은 광장 같기도 한데, 왜 그 공간을 비웠나? 가운데가 뚫린 복층은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전시장 구조다. 이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지 많이 고민했다. 낮은 천장과 높은 천장이 한눈에 보이는 구조를 활용하는 것이 첫 번째 아이디어였다. 1층에 조각 작품을 모아 작품 사이를 거닐며 관람하고, 동시에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사실 발레 무대 막은 중후반 단계에 전시가 결정됐다. 유럽 밖으로 반출된 적이 없는 데다 피카소가 직접 작업한 패브릭 소재 작품이기에 장거리 운송에 대한 우려가 컸다고 한다. 조각 작품들과 연대기가 비슷하므로 함께 선보이는 게 좋다고 판단하여 추후에 완성한 전시실이다. 


공간적으로 눈여겨볼 지점을 소개한다면? 1전시실의 섹션이 전환되는 지점마다 곡선 구조가 잘 드러나는 포인트가 있다. 그런 지점에서 구조적 흐름과 작품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면 좋을 것이다. 또 앞서 이야기한 시창을 통해 보는 장면에 집중해볼 것을 권한다.


누구보다 전시를 많이 둘러본 담당자로서, 전시 관람 팁이 있을까? 주요 작품은 구성 면에서 강조했기에 빠르게 보고 싶다면 주요작 위주로 둘러볼 것. 그리고 다른 전시와 달리 유리 액자가 없는 작품이 많다. 작가의 터치를 자세히 관찰할 드문 기회다. 큐비즘 작품은 콜라주를 자주 활용했는데, 작품 속에서 당시의 영수증이나 라벨을 찾는 재미도 있다. 


마지막으로 전시작 중 특별히 좋아하는 작품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하나를 꼽기는 어렵지만, 2전시실 계단 뒤쪽 섹션 8의 작품 아홉 점이 펼쳐진 공간을 좋아한다. 기하학적 도형이 잘 드러나고 색감도 재미나다. 작품 자체에서 리듬감이 느껴진다. 귀엽고 아기자기해서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밝아진달까. 그곳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을 같이 느끼길 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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