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의 대중교통 무임승차 제도가 도입 40여 년 만에 대대적인 수술대에 오른다. 현행 65세인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높이는 대신 그동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를 무임승차 대상에 새로 포함하는 방안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서울시의 '70세 이상 버스요금 지원' 조례가 통과된 지난 24일 서울 도심 버스정류장에서 어르신들이 버스를 타고 있다. 이날 열린 서울시의회 제336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서울특별시 어르신 교통비 지원 조례안'이 통과되면서 서울에 거주하는 70세 이상 시민의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교통비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 뉴스1
인구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기준 변화를 반영하고 지하철 위주였던 교통복지 혜택을 동네 생활권인 버스로 확장해 고령층 내 교통복지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24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이병윤 시의원(국민의힘·동대문1)이 발의한 '서울시 어르신 교통비 지원 조례안'을 재적 의원 75명 중 찬성 69명, 반대 1명, 기권 5명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했다.
이번 조례는 서울시에 주민등록을 두고 거주하는 70세 이상 시민 중 서울시장이 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대상자에게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교통비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써 서울시는 고령층 버스 무임승차를 지원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를 확보하게 됐다.
고령층 버스 무임승차 도입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난 6·3 지방선거 핵심 공약 중 하나였다. 구체적인 지원 범위와 지급 방법 등 세부적인 시행 계획은 향후 서울시가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어르신 버스 교통비 지원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지하철보다 버스를 더 많이 이용하는 실제 교통 수요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7월 기준 발급된 '어르신 교통카드' 이용 실적을 정밀 분석한 결과 만 65~69세의 버스 사용 비율은 12.8%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70~74세는 16%, 75~79세는 21.3%로 상승했으며 만 90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버스 이용 비율이 37.8%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하철역이 가까운 역세권 거주 여부에 따라 고령층 사이에서도 교통복지 혜택의 불평등이 발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서울시는 이번 개편을 통해 무임승차 지원의 무게중심을 지하철에서 동네 생활권 중심으로 전환하고 실질적인 어르신 교통복지 격차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된다. 서울시는 버스 무임승차 지원 횟수를 월 최대 14회로 제한한다. 만약 월 15회 이상 버스를 탑승하게 될 경우 정부의 대중교통 환급 서비스인 'K-패스'를 이용해 환급금을 받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지하철 무임승차 기준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높이면 연간 약 572억 원의 운임 수입이 추가로 확보된다고 보고 있다. 산술적으로는 시의 추가 재정 투입 없이도 버스 무임승차 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동시에 1980년대 제도 도입 이후 변함없이 유지돼 온 '노인 연령 기준(65세)'을 고령화 시대에 맞춰 현실화하겠다는 목적도 명확히 했다.
다만 대중교통 무임승차 개편안이 전면 시행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이번에 시의회를 통과한 조례는 '버스 요금 지원'에 한정돼 있어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올리기 위해서는 별도의 조례 개정 작업이 필요하다.
시민들의 삶에 직결되는 민감한 복지 제도인 만큼 서울시는 일방적인 추진보다는 사회적 합의 도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19일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와 면담을 가졌으며 노인회 측의 공식 제안을 수용해 어르신, 전문가, 일반 시민들이 모두 참여하는 공청회를 다음 달 초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대중교통 무임승차 개편 제도의 정확한 시행 시기는 아직 유동적이다. 서울시는 다음 달 공청회를 시작으로 원활하게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이르면 내년부터 당장 전면 시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도입 시기는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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