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건설사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모듈러(조립식) 주택 시장에 국내 양대 가전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단순한 가전제품 판매를 넘어 가전과 인공지능(AI), 주거 공간을 통째로 패키징해 공급하는 '스마트 주거 플랫폼'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 최대 4조 4,000억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8일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기업 공간제작소와 손잡고 '삼성 AI 모듈러 홈'을 출시하며 B2C(소비자간 거래) 시장에 본격 출사표를 던졌다. 경기도 화성시에 20평형과 100평형 등 총 2개소의 실물 쇼룸도 전격 공개했다.
삼성의 핵심 무기는 '플러그 앤 플레이(Plug & Play)' 방식의 AI 홈 솔루션이다. 기존 주택은 입주 후 가전을 따로 구입하고 홈 IoT(사물인터넷)를 연결해야 했지만, 삼성 AI 모듈러 홈은 공장 제작 단계부터 삼성의 AI 가전과 스마트싱스(SmartThings) 플랫폼을 탑재해 배송된다. 입주자는 집안에 붙어 있는 QR 코드 하나만 스캔하면 가전과 스마트 기기 20여 종을 즉시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공장 자동화 생산 시스템을 통해 균일한 품질을 확보한 모듈러 주택에 삼성의 독보적인 AI 홈 역량을 결합했다"며 "단독주택을 시작으로 향후 아파트와 공공주택 등 중층 빌딩까지 영역을 넓힐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보다 앞서 모듈러 주택 브랜드 '스마트코티지'를 선보인 LG전자는 기술적 완성도와 글로벌 B2B(기업간 거래) 확장에 방점을 찍고 있다. 최근 전라북도 김제에 오픈하우스를 열고 개인 고객 대상 마케팅을 강화하는 한편 해외 200조 원 규모 프리패브(Pre-fabrication)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 스마트코티지는 국내 모듈러 주택 최초로 한국에너지공단의 제로에너지건축물 최고 등급인 'ZEB 플러스(Plus)'를 획득했다. 히트펌프 냉난방공조(HVAC) 시스템과 태양광 발전을 결합해 에너지 생산량이 소비량을 넘어서는 구조다.
여기에 한국전기안전공사와 협력해 공장 제조 단계에서 전기 안전을 사전 인증하는 '미리 안심 인증제도'를 최초 도입하는 등 '안전하고 효율적인 주택'이라는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호주, 유럽 등 해외 현지 모듈러 주택 제조사들과 잇달아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가전·공조 솔루션을 통합 공급하는 대형 B2B 사업으로 판을 키우는 모양새다.
하드웨어에서 '공간 비즈니스'로… 패러다임 전환
전자 업계가 모듈러 주택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가전 시장의 정체를 돌파할 '공간 비즈니스'의 가능성 때문이다.
냉장고, 세탁기 등 단품 판매는 교체 주기가 길고 경쟁이 치열하지만 주택 자체를 플랫폼화하면 공조 시스템, 보안, 에너지 관리 솔루션까지 한 번에 묶어 공급( 락인·Lock-in)할 수 있다. 기존 가전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건축업계 관계자는 "기존 철근콘크리트 공법 대비 공사 기간을 50% 이상 줄일 수 있는 모듈러 주택은 공사비 상승과 폐기물 감축 대안으로 급부상 중"이라며 "가전 업계의 인공지능(AI) 기술이 결합되면서 모듈러 주택이 단순한 '조립식 집'이 아닌 '가장 진화한 형태의 스마트홈'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폴리뉴스 김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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