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들을 국민의힘 당원으로 집단 가입시킨 혐의를 받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구속됐다. 95세 고령에도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고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20대 대선과 22대 총선 전후로 신도 5만 명 이상을 국민의힘에 집단 입당시키도록 지시한 의혹을 받는 이만희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당법 위반·업무방해 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서울중앙지법 김진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정당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이 총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 뒤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총회장 측은 고령에도 수사에 성실히 응해 왔고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구속은 정교유착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지난 1월 6일 출범한 지 169일 만에 이뤄졌다. 합수본은 신천지 관련 의혹의 정점으로 이 총회장을 지목해 왔다. 앞서 지난 17일 고동안 전 신천지 총무와 요한지파·시몬지파 전 총무 등 전직 간부 3명이 구속된 데 이어 이 총회장의 신병까지 확보했다.
5만 6000여명 국민의힘 가입 의혹
이 총회장은 2021~2024년 국민의힘 대선·총선 경선 등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신도들에게 당원 가입을 강제한 혐의를 받는다. 정당법 제42조는 본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승낙 없이 정당 가입이나 탈당을 강요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합수본은 신천지가 지파별로 ‘필라테스 프로젝트’ 등 명칭을 붙여 신도들의 국민의힘 입당을 독려했고, 최소 5만 6472명의 신도가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합수본은 이 같은 당원 가입이 단순한 개인적 정치 참여가 아니라 조직적인 지시 체계에 따라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수사팀은 당원 가입 지시가 이 총회장을 거쳐 총무, 각 지파장, 교회 담임, 장년회·부녀회·청년회 등으로 내려간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회장의 승인이나 지시 없이는 대규모 입당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게 합수본의 시각이다.
시기별 가입 규모도 구체적으로 파악됐다. 합수본은 2021년 7~9월 사이 신도 6482명이 국민의힘에 입당했고, 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에는 2873명이 추가로 가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을 앞둔 2022년 12월부터 2023년 1월 사이에는 3만 5073명이 입당했고, 22대 총선을 앞둔 2023년 9월부터 2024년 1월 사이에는 이른바 ‘필라테스 프로젝트’를 통해 1만 2044명이 가입했다는 게 합수본 판단이다.
합수본은 이 과정에서 신천지가 교회 건물 용도 변경 등 교단 내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려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대규모 조직 동원을 통해 특정 정당 경선이나 선거 업무에 영향을 미치려 했고 그 결과 국민의힘의 선거 업무에 지장이 초래됐다고 보고 업무방해 혐의도 적용했다.
이 총회장이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전국 장년회장과 청년회장, 부녀회장 등에게 윤석열 당시 후보를 언급하며 신도들을 국민의힘 당비 납부 당원으로 가입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진술도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은 향후 이 총회장의 직접 지시 여부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정치권 관여 여부도 수사선상
합수본 수사는 이제 신천지 내부 지시 체계를 넘어 정치권과의 연결 고리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은 신천지 전 간부가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한 신도들의 명단과 규모를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 캠프 관계자에게 건넨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2022년 10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시 캠프 네트워크본부장이던 오모씨가 신천지 간부 측에 신도 명단을 요구했고, 이 총회장의 승인 아래 명단이 제공됐다는 의혹이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합수본은 신도들의 집단 당원 가입이 정치권의 요청이나 관여로 이뤄졌는지, 또는 교단 현안 해결을 위한 청탁과 대가 관계가 있었는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이 총회장의 구속으로 합수본은 조사 강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이미 고동안 전 총무 등 핵심 간부들이 구속된 상황에서 이 총회장까지 신병이 확보되면서 신천지 내부 의사결정 구조와 실제 지시 경로를 대조하는 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합수본은 앞서 신천지 총회 본부와 국민의힘 당사 등을 압수수색해 신도 명단과 당원 명부 등을 확보한 바 있다.
교단 내부 자금 문제도 별도 수사 대상이다. 합수본은 고동안 전 총무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100억원대 횡령 의혹에 이 총회장이 관여했는지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앞서 합수본은 신천지 총회 본부와 전국 12지파를 상대로 조세 포탈 및 횡령 의혹 관련 강제수사도 벌였다.
이번 사건은 95세인 이 총회장의 구속이라는 점에서도 이목을 끌고 있다. 신천지 측은 고령과 수사 협조를 이유로 불구속 수사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를 더 크게 봤다. 법무부에 따르면 6월 현재 90세 이상 수감자는 5명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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