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들] 진보교육 받은 2030은 왜 보수 지지로 기울었을까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시간들] 진보교육 받은 2030은 왜 보수 지지로 기울었을까

연합뉴스 2026-06-25 08:15:00 신고

3줄요약
학생인권조례 도입한 진보교육의 주역들 학생인권조례 도입한 진보교육의 주역들

(서울=연합뉴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건강연대에서 열린 '학생인권조례제정 등 학생인권신장 정책협약 체결식'에 참석한 서울, 경기, 인천의 곽노현(가운데), 김상곤(왼쪽), 이청연(오른쪽) 예비후보들이 학생들을 바라보는 색안경을 벗으라는 의미로 선물받은 수수깡 안경을 끼고 있다. 2010.5.10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학교에서 체벌 없고 휴대전화도 자유롭게 쓴 아이들이 왜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가.' 많은 기성세대가 던지는 의문이다. 특히 민주화 운동과 전교조의 물결 속에서 성장한 4050 세대에게는 더욱 낯선 현상이다. 자칭 '깨어있는 세대'의 눈에 지금의 사회와 학교는 군사문화와 권위주의 교육에 맞서 자신들이 쟁취한 결과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진보의 논리대로라면 학생인권조례(2010년 첫 시행)의 혜택을 누린 2030은 마땅히 진보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예상과 다르게 흐르고 있다. 2030, 특히 남성들은 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 민주당이 질래야 질 수 없는 싸움이라던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그들은 오세훈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내 당선의 일등공신이 됐다.

1980년대 초·중·고 학생들이 경험한 학교는 지나치게 권위적이었다. 교사는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 되는, 부모보다 더 숭고한 존재였고 교사의 체벌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실정법과 같았다. 그래서 그들의 사고는 자연스럽게 자유를 확대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반면, 그들의 자녀인 2030은 정반대 환경에서 성장했다. 학생인권조례가 도입돼 체벌은 사라졌다. 대신 교권 붕괴와 학교폭력 증가, 수업 중 휴대전화 몰카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 학생들이 엎드려 자고 교실을 활보하는데도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의 보복이 두려워 잔소리조차 꺼리는 풍경이 일상이 됐다.

벌써 30대가 된 '이대남', 진보진영은 얼마나 바뀌었나 벌써 30대가 된 '이대남', 진보진영은 얼마나 바뀌었나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30일 '국회에서 20대 남성들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간담회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일자리와 민생, 양성평등 역차별 논란, 20대 남성과의 소통 문제 등의 주재로 토론한다. 2019.1.30

심리학에서는 인간이 대개 자신이 결핍을 느낀 가치를 추구한다고 본다. 자유가 부족하면 자유를 원하고, 질서가 부족하면 질서를 원한다. 기성세대가 자유를 원했다면, 2030은 부모들이 의도하지 않았던 '방종의 환경'에 질려 질서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한 셈이다.

2030이 바라는 질서는 군기문화나 체벌 부활이 아니다. 교사가 학생을 때리는 것을 반대하지만, 학생이 교사를 무시하고 때리는 것 역시 혐오한다. 상사의 갑질은 싫지만, 상하·수평 관계를 막론하고 규칙을 무시하는 태도 또한 싫어한다.

남성들의 경우 고등학교까지 똑같은 규칙을 적용받다가 대학 입시부터 병역, 직장, 공직까지 여성을 배려 또는 우대하는 환경을 무질서로 보고, 이것을 강제하는 부모 세대의 '진보적 태도'를 배격해야 할 권위주의로 인식하는 것이다.

미국 또한 우리처럼 진보가 보수화를 부르는 역설을 경험했다. 1960년대 베트남전으로 촉발된 자유주의가 확산했지만, 이후 민주당 카터 행정부 아래서 사회 혼란과 치안 악화, 무기력한 국가를 목도하며 법과 질서를 갈망하게 됐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로널드 레이건과 아버지 조지 부시로 이어지는 공화당의 12년 장기 집권이었다.

2030 표심 공략 오세훈 2030 표심 공략 오세훈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청년정책 꿀팁버스 행사가 열린 서울 숭실대에서 학생들과 점심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6.3.24 ondol@yna.co.kr

지금의 2030 보수화 현상을 단순히 선진국 세대의 우경화로 치부할 수 없다. 소위 '내로남불'로 불리는 공정 가치에 대한 이중성, 성적 역차별, 경제적 좌절, 그리고 진보주의 확산 속에서 경험한 질서의 결핍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인식해야 한다.

민주화 세대가 자유의 부족 속에서 진보가 됐다면, 지금의 청년들은 자유의 과잉과 공정의 불균형을 보며 전혀 다른 정치적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내란 선거'라는 지난 대선에서 보수후보 김문수·이준석의 2030 합산 득표율이 절반을 넘은 것이 그 단적인 예다.

민주당이 내놓을 지방선거 백서에 2030의 보수화가 '풍족하게 자라서 민주주의 교육이 덜 된 사람들의 투표' 결과로 정의돼 넘어간다면, 진보는 다음 세대의 마음을 얻는 데 계속 실패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집권당이 바뀌지 않는다면 보수는 시대가 요구하는 뉴노멀이 될지 모른다.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