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이현정 기자 | 퍼시스가 지주사 분할 이후 창업주 일가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를 공고히 했다. 금융수익과 부동산 임대수익, 계열사 거래가 실적을 떠받치는 가운데 6000억원이 넘는 이익잉여금 대비 주주환원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퍼시스그룹은 지배구조를 재편하며 승계 기반을 다지고 있다. 지난해 지주사 체제로 재편된 이후 퍼시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33.57%를 보유한 퍼시스지주다. 창업주인 손동창 회장은 퍼시스 지분 16.7%를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 비중도 적지 않다. 퍼시스는 전체 발행주식 가운데 22.18%를 자기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실제 의결권이 행사되는 주식 수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최대주주 측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 시장에서는 지주사와 창업주 지분, 자사주를 감안할 경우 창업주 일가가 유효의결권 기준 과반 수준의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퍼시스 관계자는 “자기주식은 주주가치 제고의 일환으로 취득한 물량”이라며 “상법 등 관계법령의 테두리 내에서 주주 및 회사의 미래를 위한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경영상 판단을 진행해 처분이나 소각에 대해 결정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1분기 매출 감소…영업익 적자 전환
문제는 이와 같은 지배구조 안정화와 달리 본업 경쟁력 회복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퍼시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976억원, 영업 손실 2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됐다. 퍼시스 관계자는 “경기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기업 투자 위축과 내수 경기 둔화 영향으로 시장이 전반적으로 둔화된 시기였다”며 “고환율 기조가 지속되면서 일부 원자재 비용 부담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인테리어 공사 매출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인테리어 공사 매출은 25억5400만원으로 전 분기 대비 32.4% 감소했다. 기업들의 신규 오피스 구축과 리모델링 수요가 위축되면서 공사 부문이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주력 사업인 가구 매출도 같은 기간 5% 줄며 성장세가 둔화됐다.
◆1분기 순익 43% 증가…금융수익 덕 봤다
퍼시스의 1분기 순이익은 66억5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다. 영업 손실을 기록했음에도 순이익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이와 같은 배경에는 본업이 아닌 금융자산 운용 성과가 자리하고 있다. 퍼시스는 1분기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에서 약 100억원의 평가이익을 거둔 반면 평가 손실은 37억원에 그쳐 62억원의 순평가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순이익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투자부동산에서 발생한 임대수익도 실적 방어에 힘을 보탰다. 퍼시스는 500억원이 넘는 투자부동산을 보유 중이고, 1분기 투자부동산 임대수익은 21억원 수준이다. 유지관리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적지 않은 규모의 임대이익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계열사 거래도 실적의 한 축을 담당했다. 1분기 특수관계자 대상 매출은 238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4%를 차지했다. 다만 연간 기준으로 보면 특수관계자 대상 매출은 893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6%에 달한다. 퍼시스는 외부 시장보다는 일룸·시디즈 등 계열사 수요에 기반한 내부 공급망 구조를 통해 매출이 형성되는 기업간거래(B2B) 허브 성격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지주사 분할 이후 그룹 내 사업 역할 재배치와 거래 구조 변화가 오너 일가 중심의 지배력 강화와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퍼시스를 중심으로 한 창업주 축과 일룸·시디즈를 중심으로 한 2세 경영 축이 공존하는 구조 속에서 내부거래가 그룹 전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잉여금 6284억 쌓였지만 배당총액 감소
재무 안정성만 놓고 보면 퍼시스는 우량 기업에 속한다. 1분기 말 기준 자본총계는 5983억원, 부채비율은 12%대 수준이다. 단기차입금도 사실상 없는 무차입 경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현금성 자산과 금융자산도 1000억원을 웃돈다.
이에 따라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아쉬움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6284억원이다. 반면 올해 지급이 확정된 연차배당 총액은 약 8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배당총액 보다 16.7% 감소한 수준이다.
퍼시스 관계자는 “최근 가구·인테리어 시장의 업황 둔화와 경기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재무 안정성을 우선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향후 실적과 시장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균형 있는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본업은 적자를 냈지만 금융수익으로 순이익을 방어했고, 6000억원이 넘는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배당총액은 줄었다. 퍼시스는 지배구조 재편과 재무 안정성 확보에는 성공했지만, 본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회복이라는 과제를 여전히 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수익과 부동산 임대수익, 계열사 거래가 실적을 떠받치는 구조가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인지에 대한 시장의 검증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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