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석유 도매가격의 상한을 더 낮추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가격 통제가 장기화할 경우 재정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향후 가격 왜곡이 커질 수 있다며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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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석유 최고가격 인하 검토 착수
24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유지를 전제로 석유 최고가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3월 27일부터 휘발유는 리터당 1934원, 경유는 1923원으로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 가격 상한을 유지해 왔는데, 이를 3개월 만에 낮추기로 한 것이다.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내주 중엔 새 최고가를 적용해 리터당 2000원 안팎인 전국 주유소 평균 가격을 낮출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날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석유 최고가격제를 좀 더 과감히 유지하고 최고가격도 낮춰야 한다”고 주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다만 중동 전쟁이 종식되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도 재개된데다 국제 유가가 90달러 아래로 안정됐음에도 정부가 제도 종료 대신 연장을 선택한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시장 개입이 장기화하는 모습이어서다.
특히 정부는 앞서 △전쟁 종식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국제유가 90달러 이하 안착이란 3대 조건을 제도 종료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했음에도 제도를 유지하기로 결정하며 정책이 일관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손양훈 인천대 명예교수는 “가격을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문제를 해결하기보단 새로운 문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우려는 재정 부담이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정부가 정유사의 손실분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업계는 첫 3개월의 손실분이 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까지 내리며 앞으로의 재정 부담은 줄어들겠지만 이미 상당한 부담이 누적된 상태에서 제도를 유지할 명분이 약해졌다는 지적이다.
손 교수는 “가격을 억누르면 소비자가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는 신호를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며 “국제유가가 이미 크게 내렸고 가격도 안정된 상태에서 재정 부담을 안은 채 제도를 유지해야 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제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행히 공급 부족이나 수요 급증 등 다른 나라의 부작용이 크진 않았지만 점진적 정상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내 석유가격 내리면 점진적 폐지”
전문가들은 이미 정부가 최고가 인하 수순에 나선 만큼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국제 유가 하락분을 국내 가격에 반영하고, 점진적으로 제도를 종료해야 한다는 얘기다.
홍 연구위원은 “국제유가가 안정되면 가격 상한도 조금씩 낮아질 것이고 석유 최고가격제도 자연스럽게 종료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며 “급격한 폐지보다 점진적 정상화가 바람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선 국제유가가 아니라 직접 체감하는 휘발유·경유 가격이 중요하다”며 “최고가격을 조금씩 낮춰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때 제도를 종료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유 교수는 이어 “휘발유는 가격이 안정화되는 추세인 만큼 이른 시점에 제도를 종료하고, 경유가격은 아직 불안정한 만큼 충분한 시간을 두고 운영하다가 종료하는 차등 종료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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