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게임업계 AX, '도입 경쟁'에서 '운영 경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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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게임업계 AX, '도입 경쟁'에서 '운영 경쟁'으로

게임와이 2026-06-24 20:31:41 신고

3줄요약

국내 게임업계의 AI 전환, 즉 AX 논의가 다음 단계로 들어섰다. 초기 화두가 AI 도구를 얼마나 빠르게 도입하느냐였다면, 지금은 도입 이후의 운영 체계가 더 큰 질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는 개발 속도를 높이고 반복 업무를 줄이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실제 조직에 적용하는 과정에서는 비용, 보안, 데이터 관리, 창작의 방향성이라는 문제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NDC 2026에서 공개된 넥슨과 크래프톤의 AX 사례는 이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두 회사 모두 AI를 개발과 운영의 핵심 도구로 보고 있지만 접근법에는 차이가 있다. 넥슨은 사내 데이터와 도구를 직접 쌓아 내부 맥락을 AI가 이해하도록 만드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고, 크래프톤은 여러 상용 AI 도구를 업무 목적에 맞게 관리하고 확산하는 체계를 정교화하고 있다.

출발점은 다르지만 결론은 같다. AX의 핵심은 AI 도입 자체가 아니라,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는 방식을 조직 안에 어떻게 정착시키느냐다.

 


반복 업무는 AI로, 재미의 판단은 사람에게

강덕원 넥슨 AI본부장과 임경영 크래프톤 VP(부사장)가 참석했다
강덕원 넥슨 AI본부장과 임경영 크래프톤 VP(부사장)가 참석했다

게임업계 AX 논의에서 가장 먼저 정리되는 영역은 '무엇을 AI에 맡길 것인가'다. 강덕원 넥슨 AI본부장은 게임 산업에서 AX 적용이 주로 '재미'를 제외한 영역에 집중된다고 설명했다.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데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창의성과 판단이 필요한 영역은 여전히 사람이 담당해야 한다는 취지다.

임경영 크래프톤 AI 트랜스포메이션 부문 총괄도 게임 산업의 AX가 다른 산업과 구분되는 지점을 창의성에서 찾았다. 커머스나 금융처럼 규제와 거버넌스가 강하게 작동하는 분야와 달리 게임은 AI 도입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지만, AI 활용이 고도화될수록 창작의 판단은 더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NDC 현장, (왼쪽부터) 정우철 디스이즈게임 편집장, 김용하 넥슨게임즈 본부장, 김지훈 프로젝트 문 대표이사 / 게임와이 촬영
NDC 현장, (왼쪽부터) 정우철 디스이즈게임 편집장, 김용하 넥슨게임즈 본부장, 김지훈 프로젝트 문 대표이사 / 게임와이 촬영

이 관점은 개발자 대담에서도 이어졌다. 김용하 본부장과 김지훈 대표는 생성형 AI가 반복 업무와 기술적 문제 해결에는 유용하지만, 작품의 개성과 창작자의 판단까지 대신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을 공유했다. 코딩과 버그 수정, 반복 작업에서는 AI가 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일러스트, 캐릭터 디자인, 이야기처럼 팀의 개성이 드러나야 하는 영역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AI는 결과물을 만드는 허들을 낮춘다. 그러나 결과물이 많아질수록 시장에서 선택받는 허들은 오히려 높아진다. 누구나 더 쉽게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가까워질수록, 어떤 게임을 만들 것인지 결정하는 취향과 판단은 더 선명해야 한다. 게임업계 AX가 인력 대체의 문제가 아니라 창작자의 역할을 다시 정의하는 문제로 이어지는 이유다.

 


넥슨은 내재화, 크래프톤은 관리

넥슨과 크래프톤의 AX 전략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출발한다. 넥슨은 사내 데이터와 도구를 직접 확보하고, 이를 개발과 운영의 맥락 안에서 활용하는 방식에 무게를 둔다. 30년간 축적한 유저 행동 데이터와 라이브 운영 경험을 모은 '모노레이크'는 그 핵심 축이다. 넥슨은 이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 체계로 발전시키고, 베테랑의 노하우를 구조화하는 '온톨로지 팩토리', 자연어로 질문하는 'AI 서치' 등으로 확장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오픈소스 AI 에이전트 '오픈클로'를 전사 도입하려 했던 시도도 같은 맥락에 있다. 넥슨은 에이전트를 사내 인프라 안에서 통제하고, 데이터와 보안을 직접 관리하며, 구독형 도구에 대한 종속을 줄이려 했다. 그러나 보안 이슈와 잦은 업데이트, 운영 부담, 인프라 비용 문제가 이어졌고 전사 도입은 보류됐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과 조직 안에서 지속 가능한 것은 다르다는 교훈을 확인한 셈이다.

크래프톤은 다른 접근을 택하고 있다. 상용 AI 도구를 사내에서 활용하되, 사용량과 비용을 가시화하고 현업이 목적에 맞는 모델을 고를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만드는 방식이다. 토큰 비용, 엔터프라이즈 라이선스, 개인 구독 현황을 한눈에 보는 대시보드와 거대언어모델별 성능·가성비 단가표는 이러한 전략을 보여준다.

크래프톤은 현업의 AX를 지원하는 FD를 파견하고, AX 포털을 통해 구성원이 AI 활용 결과물을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김창한 대표의 'AI 퍼스트' 선언 이후 전사 차원의 확산에도 속도를 냈다. 넥슨이 도구와 데이터를 안으로 쌓아 올리는 방향이라면, 크래프톤은 여러 도구를 조합하고 관리하는 운영 체계를 세우는 방향에 가깝다.

 


비용과 보안, AX의 현실 과제로 부상

두 회사의 접근법은 다르지만 고민은 비슷하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비용이다. AI 도구를 전사적으로 지원하면 사용량은 빠르게 늘어난다. 토큰 사용량은 하루 단위로도 크게 달라질 수 있고, 조직별 업무 방식에 따라 비용 구조도 달라진다.

넥슨은 토큰 사용량과 생산성 향상의 관계를 분석해 AI 도입 효과를 입증하려 하고 있다. AI 도입 비용이 커지더라도 개발 기간 단축과 품질 향상으로 연결된다면 비용을 다른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크래프톤 역시 조직별로 AI 도입 비용을 산정하게 하고, 중앙에서는 모델별 단가표를 제공하며 파트너사와 단가 인하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보안도 중요한 변수다. AI 에이전트가 메신저, 메일, 로컬 파일, 사내 시스템에 접근할수록 편의성은 커지지만 위험도 함께 커진다. 오픈소스 도구를 사내 버전으로 수정해 쓰는 경우에도 원본 업데이트와 보안 패치를 따라가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AI를 많이 쓰는 것보다 안전하게, 지속적으로, 관리 가능한 방식으로 쓰는 것이 더 중요한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게임 안으로 들어온 AI

크래프톤, ‘PUBG Ally’ 베타 서비스 첫 공개
크래프톤, ‘PUBG Ally’ 베타 서비스 첫 공개

AX는 개발 조직 내부의 생산성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크래프톤은 AI를 실제 게임 플레이에 적용하는 사례도 넓히고 있다. 'PUBG: 배틀그라운드'의 'PUBG 엘라이'는 이용자와 음성으로 소통하며 함께 전장을 누비는 AI 파트너다. 신규 모드 'Ally Duo'에서 이용자는 AI 캐릭터 '엘라'와 2인 팀을 구성하고, 이동, 아이템 수집, 전략 수립 등 여러 상황에서 협력할 수 있다.

엘라는 크래프톤이 CPC로 정의한 AI 캐릭터다. 이용자의 음성 명령과 게임 상황을 함께 이해하고 행동하도록 설계됐으며, 정해진 조건에 따라 움직이는 기존 NPC와 다른 플레이 경험을 목표로 한다. AI가 이용자의 지시를 듣고 현재 전황을 해석해 협력하는 구조다.

 

렐루게임즈 ‘미메시스’, 첫 대규모 업데이트 진행
렐루게임즈 ‘미메시스’, 첫 대규모 업데이트 진행

렐루게임즈의 '미메시스'는 반대 방향의 사례다. 이 게임에서 AI 기반 몬스터는 플레이어의 움직임과 음성을 실시간으로 모방해 동료들 사이에 스며든다. 이용자는 함께 행동하는 대상이 실제 동료인지, 동료를 흉내 내는 몬스터인지 판단해야 한다. 'PUBG 엘라이'가 협력을 만드는 AI라면, '미메시스'의 AI는 의심과 긴장을 만드는 장치다.

두 사례는 게임업계 AI 활용이 장르의 핵심 플레이와 결합할 때 어떤 형태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AI가 개발 효율을 높이는 도구에 그치지 않고, 게임의 규칙과 긴장, 협력 구조를 바꾸는 요소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AX의 결론은 다시 사람이다

게임업계 AX의 방향은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AI는 더 많은 일을 빠르게 처리하게 만들고, 개발과 운영의 시행착오를 줄이며, 이용자와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캐릭터와 시스템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동시에 AI는 비용, 보안, 저작권, 데이터 관리, 창작의 정체성이라는 질문을 함께 끌고 온다.

넥슨과 크래프톤의 사례는 AX가 기술 도입 경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쪽은 데이터를 소유하고 내부 맥락을 AI에 학습시키려 하고, 다른 한쪽은 외부 도구를 관리하며 현업 확산 속도를 높인다. 두 방식 모두 성공과 실패를 빠르게 축적하며 각자의 운영 모델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결국 AX가 바꾸는 것은 게임사가 쓰는 도구만이 아니다. 개발자는 반복 업무에서 벗어나 무엇을 더 깊게 고민해야 하는지, 디렉터는 더 많은 선택지 속에서 어떤 방향을 정해야 하는지, 회사는 AI 비용과 보안을 어떤 체계로 통제해야 하는지를 다시 묻게 된다.

AI가 게임 제작의 속도를 높일수록, 게임사가 증명해야 할 것은 더 빨리 만드는 능력에 그치지 않는다. 무엇을 사람의 영역으로 남길 것인지, 어떤 데이터를 조직의 자산으로 만들 것인지, 그리고 AI가 만든 효율을 어떤 창작의 결과로 바꿀 것인지가 게임업계 AX 경쟁의 다음 기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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