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에너지 자립도시인 '솔라시도'의 마스터 플래너 황준호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 대표는 호남권 반도체 공장 유치에 대해 "국가 반도체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전략적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수도권 중심 반도체 산업이 전력·용수 한계에 부딪힌 만큼 충분한 재생에너지와 수자원을 갖춘 호남이 새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24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반도체 공장 호남 유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만 TSMC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TSMC가 신주 공업단지를 넘어 타이중, 타이난, 카오슝 등으로 생산 거점을 넓힌 것은 지진 같은 재난 리스크뿐 아니라 특정 지역의 전력·용수 포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도 첨단 공정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도권 전력과 용수 부족 문제는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호남에는 반도체 산업에 공급할 전력이 충분히 확보돼 있는지 묻자 대답은 더 단호해졌다. 황 대표는 "'될 수 있다'를 넘어 반드시 돼야 하는 흐름"이라며 "이제 대규모 전력을 쓰는 첨단 산업이 전력이 생산되는 지역으로 찾아오는 지역별 분산화가 시급하다"고 했다. 동해안 송전 제약과 수도권 전력 공급 포화 상태를 보면 장거리 송전에 의존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은 전남 해남 솔라시도 기업도시 시행사다. 솔라시도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RE100 산업단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첨단산업 유치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황 대표는 "솔라시도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청정 전력을 송전선로 낭비 없이 인근 반도체 공장이나 AI 데이터센터에 직접 공급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BESS)와 AI 기반 에너지관리시스템을 결합하면 발전량 변동성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호남의 강점으로 염해 간척지와 호수 수면, 우수한 일사량을 꼽았다. 다만 재생에너지를 많이 만들더라도 용처를 확보하는 게 과제다. 계통망 수용 한계와 출력제어 문제가 커지는 만큼 생산된 전기를 지역 안에서 바로 쓰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이를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지역 산업이 직접 쓰는 지산지소형 에너지 자립도시"라고 표현했다.
정책 애로도 짚었다. RE100 산단과 재생에너지 자립도시 필요성은 커졌지만 제도 실행 속도가 현장 수요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가관리간척지 활용 과정에서 부처 협의가 원활하지 않고 영농형 태양광을 일률적으로 요구하면 건설비가 올라 전력 공급단가가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 대표는 "재생에너지 정책은 발전량 확대 중심에서 계통·저장·수요 연계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전기를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보다 만든 전기를 버리지 않고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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