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정용 기자]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가시화되면서 고유가·고환율·원재료 가격 상승 등 다중 악재에 짓눌렸던 식품업계의 반등이 하반기를 기점으로 본격화될 전망이다.
세계적인 소비 둔화 추세 속에서도 K콘텐츠의 인기가 여전한 만큼 국내 식품가 역시 각종 비용 부담을 덜어내고 본격적인 체질 전환 구간에 들어설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정체기를 맞던 글로벌 투자의 재개와 실적 재반등을 통한 대대적인 모멘텀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24일 외신 등에 따르면 이달 초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94달러대까지 올랐던 국제유가는 최근 미국과 이란 간의 최종 종전 협상을 앞두고 이뤄진 실무협의를 기점으로 23일 기준 77달러(한화 약 11만원)까지 내려왔다. 구체적인 종전 시점을 예단할 순 없지만, 양국 간 협상이 급물살을 탐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 드리웠던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그동안 각종 악재로 부풀려져 있던 비용 부담이 빠르게 완화될 수 있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우선 양국간 종전 협상 이후 감지되는 식품업계의 변화는 정체 국면의 탈피다.
식품기업은 원료를 들여와 산하고 포장한 뒤 국내외로 운송하는 구조인 만큼 유가와 운임, 활율 변화가 손익에 동시 반영된다. 유가가 낮아지면 제조 에너지 비용과 원재료·완재품 운송비 압박이 완화되고, 플라스틱·필름 등 포장재 원료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중동 항로 불안이 줄어들 경우 선적 일정과 재고 운영 부담까지 낮아져 원료 수입과 제품 수출을 병행하는 기업일수록 수익성 개선 폭이 커진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유가가 안정화된다면 해상 운임 부담이 줄어들고, 원부자재 조달 불안 역시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생산·물류·포장 전반에 비용 압박이 큰 폭으로 늘어났던 만큼 종전 이후 급격한 모멘텀 전환이 이뤄짐에 따른 식품가의 실적 수치 변화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해외 생산·판매망 확대와 수익성 회복 가능성도 높다.
해외 생산기지와 판매망을 갖춘 식품기업의 특성상 유가와 운임 여건의 안정은 해외 공장의 원부자재 조달비와 현지 물류비, 에너지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요소로 볼 수 있다. 여기에 환율 변동성까지 완화된다면 인건비·임차료 등 해외 법인 운영 지출의 원화 부담도 줄어들 게 돼 추가적인 반등 포인트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결과적으로 포화된 내수 시장 상황에서 운영 비용 환경 개선을 통해 해외 사업 확대와 수익 개선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전환점이 마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종전 협상 진전으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면 식품기업의 비용 구조를 다시 점검할 여지가 커진다”며 “이미 확보한 원재료와 생산·유통 과정 때문에 즉각적인 반영은 어렵지만, 재고 소진 이후에는 조달과 재고 운영, 가격 전략을 단계적으로 조정하며 체질개선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 하는 것은 K푸드 폭발적인 수출 확대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농식품 수출액을 살펴보면 올해 1분기 기준 25억6000만달러(약 3조94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 증가한 수치다.
세부 품목별 수출 변동 추이를 보면 증가세는 더욱 뚜렷하다. 라면 수출액의 경우 같은 기간 4억3450만달러(약 6687억원)를 기록, 26.4%에 달하는 증가세를 기록하며 수출 전반의 성장을 이끌었다. 지난해 연간 수출액도 104억1000만달러(약 16조220억원)로 사상 첫 100억달러를 돌파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연이어 거머쥔 상태다.
이 같은 성장세에도 올 상반기 식품업계는 원재료와 환율, 물류비가 동시에 손익을 압박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여기에 정부의 물가 인상 압박으로 인한 추가적인 부담마저 떠안았던 만큼 하반기 유가 안정과 물류 정상화가 현실화될 경우 대대적인 실적 회복과 체질 전환이 기대된다.
김지수 한국식품산업협회 홍보협력팀 팀장은 “올 상반기 식품업계는 원재료·포장재 가격 상승에 고환율과 물류비 부담,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까지 겹치면서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기업들이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화로 위기를 버텨온 만큼 하반기 대외 여건이 안정된다면 지금보다 나은 실적과 체질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식품기업들은 협상 진전만으로 하반기 계획을 단정하기보다 상황별 대응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최종 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상황이고, 전쟁 기간 고가에 확보한 원재료·포장재 재고가 생산·유통에 이미 반영돼 있어 낮아진 비용이 새 제품에 적용되기까지 수개월의 시차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환율이 다시 불안해질 경우 수입 조달비 부담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남는다.
그럼에도 업계는 비용 환경이 나아지는 방향 자체에 주목하고 있다. 고가 재고가 소진된 뒤 새 가격 조건이 반영되면 하반기 이후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식품기업 B사 관계자는 “전쟁 장기화로 유가와 운임, 원재료 조달 비용이 함께 오르고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업계 전반의 원가 압박이 커진 상황이다. 종전 이후 유가와 물류 여건, 환율 변동성이 점진적으로 안정될 경우 하반기 수익성 개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해외 생산기지와 판매망을 갖춘 기업은 원부자재 조달비와 현지 물류비, 환산 비용 부담이 줄어들면서 해외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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