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시' 외쳤지만 관리 실종…'폐자전거 무덤'된 역세권 보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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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시' 외쳤지만 관리 실종…'폐자전거 무덤'된 역세권 보관소

르데스크 2026-06-24 17:11: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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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지하철역 주변 자전거 보관소가 제 기능을 상실한 채 방치된 자전거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친환경 교통수단 활성화 정책에 따라 자전거 이용 인프라는 꾸준히 확대됐지만 정작 사후 관리 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도시 미관 훼손은 물론 시민 보행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현행법상 방치 자전거에 대한 수거 근거가 마련돼 있음에도 현장에서는 계고 조치 이후 수개월이 지나도록 자전거가 그대로 남아 있는 사례가 적지 않아 행정력 부재 논란도 제기된다.

 

르데스크가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역, 논현역, 신논현역, 강남역, 홍대입구역, 영등포역 일대 자전거 보관소를 확인한 결과 상당수 시설이 사실상 방치 자전거 적치장으로 변해 있었다. 보관소 곳곳에는 녹이 슬고 안장 위에 먼지가 두껍게 쌓인 자전거들이 장기간 이동 흔적 없이 세워져 있었으며 일부 자전거 바구니에는 플라스틱 컵과 음료 캔, 담배꽁초 등 각종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바퀴나 체인 등 주요 부품이 사라진 채 골조만 남은 자전거도 쉽게 발견돼 도시 미관을 크게 저해하는 모습이었다.

 

영등포역 인근에서 만난 자영업자 서윤정 씨(42·여)는 "역 주변에 자전거가 항상 빽빽하게 쌓여 있어 보기에 좋지 않다"며 "사람들이 쓰레기나 담배꽁초를 버리는 경우도 많아 여름철에는 냄새까지 난다"고 말했다.

 

강남역 9번 출구 인근 자전거 보관소에서는 장기간 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자전거에 행정기관이 부착한 경고문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해당 경고문에는 "도로 및 공공장소에 방치돼 도시 미관과 시설물 이용에 지장을 주고 있으므로 지정 기한까지 이동하지 않을 경우 관련 법률에 따라 강제 처분될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 강남역 인근 자전거 보관소에 있는 한 자전거. 강제 처분을 예고하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으나 철거 기한을 수개월 넘긴 채 방치돼 있다. ⓒ르데스크

 

그러나 경고문에 적힌 부착일은 지난해 12월 18일, 처분 예정일은 같은 달 28일이었다. 취재가 이뤄진 6월 24일 기준으로 이미 6개월 이상이 지난 상태였지만 해당 자전거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방치돼 있었다. 계고 절차가 진행됐음에도 실제 수거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현행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장소에 방치된 자전거에 계고장을 부착한 뒤 10일 이상 경과하면 이를 수거·처분할 수 있다. 제도상으로는 신속한 정리가 가능하지만 현장에서는 행정 조치가 적기에 이뤄지지 않으면서 단속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남역 인근에서 만난 이윤철 씨(55·남)는 "가끔 시청이나 구청에서 붙여놓은 안내문은 보이는데 실제로 자전거를 수거해 가는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다"며 "경고문만 붙어 있고 그대로 남아 있으니 시민 입장에서는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방치 자전거가 보관 공간을 장기간 점유하면서 정작 자전거 보관소를 이용해야 하는 시민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최근 공유자전거와 개인형 이동장치(PM) 이용이 늘면서 주차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상당수 보관소는 사실상 포화 상태에 가까운 상황이다. 일부 구간에서는 오토바이까지 무단 주차돼 공간 부족 현상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특히 홍대입구역과 영등포역처럼 유동인구가 많고 보행 공간이 좁은 지역에서는 보관소에 자리가 부족해 자전거들이 인도와 지하철 출입구 주변에 무질서하게 세워져 있었다. 일부 구간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까지 자전거가 점유하고 있어 보행 안전을 위협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전역에서 수거된 방치 자전거는 총 1만4466대에 달했다. 자치구별로는 노원구, 영등포구, 송파구 등 자전거 이용 인프라가 잘 구축된 지역을 중심으로 수거 건수가 많았다. 방치 자전거 문제가 특정 지역이 아닌 서울 전역에서 발생하는 문제임을 엿볼 수 있다.

 

▲ 영등포역 인근 인도. 주차 공간이 부족하자 보관소 밖 한 시민이 도로에 자전거를 주차하고 있다. ⓒ르데스크

 

그럼에도 현장에서 폐자전거가 장기간 방치되는 이유로는 인력 부족과 모호한 관리 기준이 꼽힌다. 서울시 자전거보행과 관계자는 "자전거법 시행령상 10일 이상 방치된 자전거만 수거할 수 있다"며 "각 자치구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많지 않은 데다 대부분 1~2명 수준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현실적으로 모든 보관소를 상시 관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자체도 다소 주관적인 측면이 있다"며 "실제로 버려진 자전거인지, 소유주가 일정 기간 장기 주차한 것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아 오수거에 따른 민원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결국 현행 제도는 방치 자전거를 수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돼 있지만 현장 관리 인력과 운영 체계가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용 수요가 높은 역세권 보관소일수록 장기 방치 자전거가 공간을 점유하면서 이용 효율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수거 인력을 늘리는 수준을 넘어 방치 자전거 발생 자체를 줄일 수 있는 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종수 가천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행 자전거법 시행령의 10일 기준은 관리 인력이 상주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할 때 실제 방치 기간을 확인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며 "지자체의 수거 인력 확대와 함께 자전거 등록제를 보다 체계적으로 도입해 소유주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방치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 자체가 행정적으로 부담이 큰 구조"라며 "등록 정보와 디지털 관리 시스템을 연계하면 방치 자전거를 보다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고, 자전거 보관소의 공간 회전율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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