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아카데미 포럼서 재조명…증손녀들의 추적이 역사 복원으로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후손들의 끈질긴 추적이 100년 넘게 묻혀 있던 독립군 박경환 선생의 삶을 다시 역사 속으로 불러냈다.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와 대한고려인협회는 지난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제5회 홍범도아카데미 포럼을 열고 독립운동사 속에 남겨진 인물들의 삶과 역사 기억의 의미를 조명했다.
포럼에서 반병률 홍범도아카데미 원장은 독립운동 지도자들의 공적은 비교적 잘 알려졌지만, 실제 독립전쟁 현장을 지탱했던 수많은 평범한 대원들의 삶은 여전히 역사 속에 묻혀 있다고 지적했다. 기록 속에서는 '무명'으로 남았지만, 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독립운동도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날 포럼의 중심에는 홍범도 장군 부대에서 기관총 사수로 활동했던 박경환 선생이 있었다. 최근 발굴된 러시아 문서를 통해 선생이 홍범도 부대원으로서 1920년 10월 청산리전투에 참전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의 삶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포럼에는 선생의 증손녀인 박엘레나 씨와 박이리나 씨도 참석했다. 두 사람은 성인이 된 뒤 한국으로 이주해 가족의 뿌리와 역사를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사람은 자기 뿌리를 잊으면 안 된다"며 "타지키스탄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늘 가족의 역사와 조상들의 삶이 궁금했다"고 말했다.
가족의 흔적을 찾기 위한 노력은 수년간 이어졌다. 러시아와 타지키스탄의 기록보관소와 기관에 수없이 문의했지만 대부분 부정적인 답변이거나 답변조차 받지 못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박경환 선생 관련 자료를 발견하게 됐다.
이들은 "어느 날 박경환에 관한 기록을 받게 됐다"며 "그렇게 우리는 처음으로 증조할아버지를 만나게 됐다"고 회상했다.
후손들은 과거에도 선생의 독립운동 공적을 인정받기 위해 관련 자료를 제출했지만, 충분한 입증 자료로 인정받지 못했다. 러시아어 자료 해독과 이름표기 차이, 여러 국가 기록의 교차 검증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포럼에서는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가 관련 자료 검토와 연구를 지원하며 선생의 생애와 독립운동 활동을 더욱 체계적으로 정리해 나갈 계획도 소개됐다.
이어진 순서에서는 대한고려인협회의 역사 프로젝트 '기억의 달력'이 소개됐다. 고려인협회 회원이자 역사학 박사인 바딤 아쿨렌코는 황운정, 이인섭, 박진순 선생의 생애와 독립운동 활동을 발표했다.
대한고려인협회 독립운동가후손회 회장이자 독립운동가 이원수 선생의 후손인 송잔나 박사는 "기억은 혼자 지킬 수 없다"며 "연구자와 기록관리자, 시민단체,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들이 함께 지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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