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사고 제1원전 주변 마을 방사능오염 제거 현재진행형…주민 불편 이어져
(후쿠시마=연합뉴스) 조성미 특파원 = 24일부터 방사능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방출 등과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추가 점검을 받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인근은 인적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한적함 그 자체였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남쪽으로 약 6㎞ 떨어진 도미오카마치(富岡町) 중앙에 있는 슈퍼마켓 정도가 차를 타고 찾아오는 주민들로 인해 '이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실감이 나게 하는 유일한 장소였다.
이곳에서 차로 약 20분 정도 가면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심각한 방사성 물질 유출이 일어난 후쿠시마 제1원전이 나온다.
도쿄전력은 오염수 등의 추가 검증을 위해 후쿠시마 제1원전에 온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 방문을 맞아 기자들에게 원전으로 가는 차를 제공하고 내부를 공개했다.
하지만 원전 진입 약 10분가량을 남겨둔 지점부터는 모든 촬영을 금지해 사진 등으로 원전에서 가까운 주변부를 기록할 수는 없었다.
원전으로 가는 길 양쪽에는 가림막 너머로 오염된 토사 등을 넣은 것으로 보이는 검은색 대형 자루가 곳곳에 놓여있었다.
또 과거 주택과 상점이었던 주변 건물들이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채 폐허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IAEA 사무총장의 기자회견이 열린 원전 사무동 건물에 진입하기 전 신발을 벗고 실내화로 갈아신으라는 안내를 받았다. IAEA 사무총장을 비롯해 건물 내부에서 모두가 실내화를 신고 있었다.
신발 아래 후쿠시마 흙이 단순한 흙이 아닌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원전 인근 도로에 세워진 방사선량계에는 이날 방사선량이 시간당 0.980마이크로시버트(μ㏜)라고 표시됐다.
체류 기간이 만 하루 정도로 짧았기 때문에 표시된 대로라면 피폭량이 안전 기준 한도에 도달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곳에서 거주한다고 가정하고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8.58밀리시버트(mSv·1마이크로시버트는 1밀리시버트의 1천분의 1)에 해당하는 피폭량이다.
이는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원전 노동자 등이 아닌 일반인에게 권고하는 인공방사선 노출량 연간 1mSv를 8배 넘어서는 수치다. 다만, 방사선 작업 종사자의 법정 노출 기준(연간 50mSv, 5년간 100mSv)은 넘지 않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지 15년이 흐르면서 방사선 수치 자체는 점차 안정화하는 추세다.
그렇다고 해도 원전 인근 지역 모습에서 정상화는 한참 갈 길이 멀어 보였다.
곳곳에 '귀환 제한 구역' 또는 통과를 위한 '통행증 제시 구역'을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토사·건축 폐자재를 싣고 어딘가로 달리는 트럭은 줄은 잇는데 행인은 찾아보기가 힘들어 보통의 한적한 시골 마을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풍겼다.
트럭에는 빠짐없이 '제거 토사 운반차(환경성)'라는 표식이 붙어있다.
원전 서쪽에 있는 오쿠마마치(大熊町)에서 만난 주민 사가씨는 줄을 쳐서 출입을 막아 놓은 주택들과 논밭을 가리키며 "시간이 흘러 사정이 아무리 나아진다고 해도 사고 이전으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이곳 사람들 생각"이라고 탄식했다.
그는 "인구가 급격히 줄며 대중교통이 없어지다시피 해 가장 힘들어진 것은 차가 없는 노인들"이라며 거의 발이 묶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쿠마마치 인구는 2010년 1만1천515명이었으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지난 3월 기준 1천79명으로 급감했다.
이마저도 방사능 오염 물질을 없애는 제염 작업 등에 종사하기 위해 새로 거주하게 된 외지 인구로 채워져 실제 원주민은 수백명에 그친다고 오쿠마마치 주민들은 전했다.
이 마을은 원전 사고 이후 '귀환 곤란 구역'으로 설정됐다가 2022년 6월 '특정 부흥 재생 거점'으로 바뀌며 피난 지시가 해제됐다. 다만 최근까지 통행증 지참이 필수로 통행이 그다지 자유롭지 않았지만, 이러한 조치도 차차 해제되고 있다.
또, 최근 이 마을에는 예전에 보지 못했던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지난달 문을 연 다이와하우스공업의 모듈형 데이터센터를 포함해 데이터센터 3곳이 잇따라 세워진 것이다.
다이와하우스공업은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업인 루티리아, 타이즈AI와 손잡고 데이터센터 산업을 통해 오쿠마마치 경제 기반 재건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도 현지 언론에 "과거 전력을 기반으로 일본의 경제 발전을 지탱하던 이 마을이 AI에 필요한 데이터센터 성지로 새로운 경제 발전에 나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직접 둘러본 데이터센터는 후쿠시마의 '새 동력'으로 아직 역부족인 인상을 줬다.
일단 모듈형 데이터센터로 규모 자체가 작고 내부에 인력이 상주하지 않는 사실상 무인 시설이어서 일자리 창출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입구에서 만난 외주 경비업체 직원은 "안에 사람이 있지 않고, 경비 상태만 가끔 관리하러 온다"고 전했다.
모듈형이 아니라 대규모 데이터센터라 할지라도 극소수 인원으로 운영이 가능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인근 주민은 "사람을 쓰지 않는 건물이 많이 들어선다고 해서 지역 부흥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데이터센터의 지역 사회 기여 역할에 물음표를 던졌다.
지역 주민 고용에는 도움을 주지 못하더라도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속속 들어서면 버려진 후쿠시마 땅이 쓸모를 되찾았다는 인상은 줄 수 있다.
실제로 AI 발달로 데이터센터 수요는 급증하는데 전자파, 전력 과다 소비 우려 등으로 도시에선 주민 반대가 높기 때문에 인적이 드문 이곳이 최적지로 보이기도 한다.
다만, 도쿄 등 실제 AI 연산 수요가 높은 대도시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데이터 전송 효율이 낮은 점이 과제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방치된 후쿠시마를 일본 정부가 재생 에너지 메카로 키우려는 안도 부상하고 있어 전력 수급에서 매력적인 입지가 될 가능성도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동일본대지진 이후 후쿠시마현 농지에 7.1㎢에 달하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것으로 추정됐다.
오쿠마마치 데이터센터 인근 F건축회사 관계자는 "데이터센터가 들어오고 그 부근에 태양광 패널도 다수 설치되는 걸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 지역의 주요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는 현지인은 소수"라고 말했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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