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최근 SNS를 통해 확산된 이른바 ‘수원 마약 좀비’ 영상이 실제 필로폰 투약 사건으로 파악되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법무부 장관까지 나서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된다”고 경고한 가운데, 마약 범죄가 일상 속 안전을 위협하는 사회적 위험으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 수원권선경찰서는 전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지난 21일 오후 12시 30분쯤 수원시 권선구 소재 한 아파트 단지 버스정류장 인근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상태로 돌아다닌 혐의를 받는다.
앞서 지난 22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A씨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수원 마약 좀비’, ‘오늘자 수원 펜타닐’ 등의 제목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영상 속 A씨는 허리를 깊게 숙인 채 양팔을 늘어뜨리고 몸의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한동안 제자리에서 좌우로 몸을 비틀고 흔들며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였고 이를 본 누리꾼들은 마치 좀비를 연상케 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특히 영상이 퍼지자 온라인상에서는 미국의 마약 위기를 떠올리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미국에서는 펜타닐과 동물용 진정제인 자일라진을 혼합한 이른바 ‘좀비 마약’이 확산되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일부 지역에서는 마약 중독자들이 거리 곳곳에 몰리면서 도시 경관과 치안 문제가 악화돼 ‘좀비 도시’라는 오명까지 얻기도 했다. 다만 A씨의 소지품 중 필로폰이나 펜타닐 등 마약류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해당 남성이 초등학교와 학원이 밀집한 아파트 단지 인근을 배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충격은 더욱 커졌다. 지난주 서울 강남에서는 마약에 취한 채 길거리에 쓰러져 있던 20대 여성 2명이 긴급 체포된 데 이어 이번에는 이른바 ‘마약 좀비’ 영상까지 확산되면서 마약 범죄가 더 이상 특정 계층이나 은밀한 공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일상 속 안전을 위협하는 사회적 위험으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역시 관련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정성호 장관은 전날 자신의 SNS를 통해 “해외 SNS에서나 보던 이른바 ‘마약 좀비‘ 현상이 이제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범부처 차원의 총력 대응은 물론이고 당장 10월 검찰청 폐지 이후 마약 범죄 대응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향후 형소법 개정 과정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최근 국내에서 확산하는 마약 범죄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검찰청이 지난해 6월 발간한 ‘2024 마약류 범죄백서’를 보면 2024년 단속 마약사범은 2만3022명이다. 이는 최초 집계된 1985년 마약사범(1190명)과 비교해 약 20배 증가한 수준이다.
국내 마약사범은 1999년 1만589명으로 최초 1만명 수준을 넘어선 뒤 1만명 내외로 유지되다가 2015년 무렵 이후부터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SNS·다크웹 등을 이용한 비대면 온라인 마약거래가 보편화되면서 마약사범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마약의 종류는 물론 유통 경로까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이 올해 6월 공개한 ‘마약류 감정백서 2025’에서는 지난해 마약류 감정 건수가 14만여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신종 마약류가 전체 감정의 31.5%로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필로폰의 경우, 국내에서 가장 많이 적발되는 불법 마약류 중 하나다. 지난해 국과수에 의뢰된 압수 마약류 가운데 필로폰이 52.7%를 기록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한남대 경찰학과 이도선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텔레그램, 다크웹 등 SNS, 온라인 거래가 확산하면서 마약 입수 경로가 크게 늘어났다”며 “단순히 단속 체계의 문제가 아니라 마약 유통 환경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 상황”라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검찰·경찰·관세청 등 여러 기관에 단속 기능이 분산돼 있어 효율적인 대응에 한계가 있어 미국, 영국처럼 마약 범죄를 전담하는 기관이나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마약 거래가 텔레그램과 다크웹,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블록체인 분석 조직 확대, 디지털 잠입수사 제도 보완, 가상자산 사업자와의 공조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아울러 이 교수는 마약 범죄를 단순 개인 범죄가 아닌 초국가적 조직범죄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전문 수사인력 확충과 자금 추적 역량 강화가 필요하고 더 나아가 재범률이 높은 마약 중독자를 위해 중독 치료와 재활 프로그램, 재활센터 확충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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