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기성세대 입맛만 맞춘 노동법에 '알바 난민' 전락한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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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기성세대 입맛만 맞춘 노동법에 '알바 난민' 전락한 대학생들

르데스크 2026-06-24 16:50: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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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름방학을 앞둔 대학생들 사이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정규직·기성세대 입맛에만 맞춰져 있어 대학생들에게는 오히려 독(毒)이 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실제로 업종이나 규모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최저임금이 급등하면서 아르바이트(이하 알바) 채용 자체가 크게 줄었다. 또 최저임금에 비례하는 주휴수당 지급을 피하기 위해 주 15시간 이하의 쪼개기 채용이 일반화됐다. 일자리 수가 줄고 남은 일자리마저도 원하는 만큼의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주 14시간 쪼개기 알바 급증, 최저시급 따라 커진 주휴수당 부담 원인

 

서울 소재 4년제 대학교에 재학 중인 박준수 씨(25·남)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알바 자리를 알아보다 깊은 고민에 빠졌다. 부모님의 경제적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벌 계획이었지만 마땅한 일자리가 없었다. 대부분의 알바 자리는 주 15시간을 넘지 않았다. 시간 당 1만1000원을 받아도 주당 최대 15만4000원, 월급으론 60만원 남짓에 불과했다. 여름방학 기간 동안 최소 3개의 알바를 해야 간신히 2학기 등록금을 벌 수 있는 셈이었다. 이마저도 중간에 이동시간까지 감안하면 하루에 최소 10시간 가까이 알바만 해야 가능한 것이었다.


▲ 최근 여름방학을 앞둔 대학생들 사이에서 현행 근로기준법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학생식당 내 카페에서 학생들이 음료를 주문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 ⓒ르데스크

 

박 씨는 "군 입대 전에는 그래도 이정도 까진 아니었던 거 같은데 이번에 알바 자리를 알아보면서 너무 놀랐다"며 "거의 대부분의 알바 자리가 주당 15시간을 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최저시급이 오르면서 주휴수당까지 같이 오르다 보니 점주들이 인건비 부담 때문에 주당 15시간 이상 일을 안 시키는 것 같은데 알바 입장에선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 차비나 이동시간 모두 부담이 크다"며 "차라리 최저시급이 조금 내려가더라도 주휴수당도 받으면서 한 곳에서 일하는 게 소상공인이나 알바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소재 한 대학에 다니다 현재 휴학 중인 이지은 씨(20·여)도 비슷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 씨는 "현재 어쩔 수 없이 카페 2곳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 중이다"며 "이태원의 한 카페에서 평일 12시부터 2시까지 주 5일, 을지로 인근 카페에서 평일 5시부터 7시까지 주 5일 각각 일하고 있고 중간에 비는 시간엔 알바 하는 카페에서 공부를 하거나 친구를 만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별한 목적을 갖고 시간을 보내기 보단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때우기 위한 목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알바 자리가 근무 조건이 비슷하다 보니 마땅히 다른 방법은 없다"고 토로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55조 및 시행령 제30조 등에 따르면 1주 소정근로일을 개근한 근로자에게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부여하고 그에 따른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4주 평균 1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경우에는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시급이 1만1000원이고 평일 5일 간 하루 3시간씩 총 15시간 근무할 경우 주급은 19만8000원이 된다. 반면 근무시간이 14시간일 경우엔 15만4000원에 불과하다. 근무시간은 단 1시간 밖에 차이나지 않지만 주급은 4시간 만큼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점주 입장에선 15시간을 채우지 않는 게 월등히 유리한 구조다.

 

▲ 업종과 규모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서 아르바이트 채용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 8차 전원회의. [사진=연합뉴스]

 

그 결과 초단시간 근로자수는 매 년 꾸준히 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초단시간 근로자(주15시간 미만 근로자)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6.1%에 달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초단시간 근로자는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를 의미한다. 초단시간 근로자는 주휴수당뿐 아니라 퇴직금, 연차휴가, 기간제 사용 제한 등에서도 예외로 분류된다.

 

주휴수당 포함하면 점주는 최저시급 보다 20% 더 부담…"업종별 차등적용이 해법"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높은 최저시급과 주휴수당 부담에 대한 불만 여론이 기존 소상공인을 넘어 청년들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현실과 괴리된 처우 상향이 양질의 알바 일자리를 없애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강남구 논현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지수 씨(37·여·가명)는 "요즘 알바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최저시급이 갑자기 오르면서 알바 자리 구하기가 힘들어졌다는 말들을 하곤 한다"며 "방학기간을 이용해 되도록 많은 돈을 벌고 싶어도 한 가게에서 길게 일할 수 없고 여러 알바를 동시에 해야 하는데 이동시간이나 계속해서 장소를 옮기는 과정에서 불편한 일들이 많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 다니는 이윤정 씨(22·여)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알바 자리를 알아보다가 문뜩 든 생각은 차라리 시급이 낮았을 때가 훨씬 낫다는 것이었다"며 "여기저기 이동하는 시간과 차비를 빼면 오히려 지금이 예전보다 수익이 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 이렇게 구분해서 최저시급을 적용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인 것 같다"며 "지금 같이 정규직 중심으로 최저시급 정해버리면 우리 같은 대학생 알바들의 고충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 아르바이트 근로 환경이 악화되면서 최저임금 인상과 그에 따른 주휴수당 부담을 둘러싼 불만 여론이 소상공인을 넘어 청년층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근무 중인 아르바이트생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미 시행 중인 주휴수당을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는 만큼 업종이나 규모 별 최저시급 차등 적용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저시급이 하향 조정되면 자연스레 주휴수당 지급액도 적어지기 때문에 합리적인 수준에 도달한다면 점주들이 여러 명의 알바를 고용하는 대신 주휴수당을 지급하는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점주 입장에서도 채용 과정에서의 시간과 비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실제로 올해 최저시급은 1만320원이지만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주 15시간 고용 시 점주의 최종 부담액은 18만5760원이다. 이를 15시간으로 나누면 실질적인 최저시급 부담액은 1만2384원에 달한다. 최저시급 보다 시간 당 2000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그런데 만약 소상공인 점포를 대상으로만 최저시급을 20% 하향 조정(시급8256원) 해준다면 일 4시간, 주 20시간 근무 시 알바의 수익은 19만8144원이다. 현재 최저시급 기준으로 두 곳에서 10시간씩 일했을 때 수익 20만6400원과 불과 8000원 정도 차이다. 단 돈 8000원으로 점주는 여러 명의 알바를 고용하는 부담을 줄이고 알바는 이동시간이나 구직 부담 등을 덜 수 있는 것이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근로기준법상 주휴수당 제도는 본래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목적으로 도입됐으나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과 맞물리면서 오히려 일자리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대학생들이 안정적으로 근로하며 학업과 병행하고 싶어도 사업주 입장에서는 15시간 미만으로 고용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무조건적인 최저임금 인상이 청년들의 실질 소득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면 현시점에서는 획일적인 최저임금 정책보다는 업종별·규모별 차등 적용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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