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철군 요구하지만 네타냐후는 여론상 수용 어려워
이스라엘군, 헤즈볼라 드론에 사상자 발생해도 공세 자제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레바논에서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이 미국 측의 철군 압박과 헤즈볼라를 궤멸해야 한다는 국내 여론 사이에 끼어 선택이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이 지난주에 체결한 임시 종전 양해각서(MOU)의 제1조에는 양국과 그 동맹 세력들이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을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종료하고 레바논의 영토 보전과 주권 보장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란은 이를 근거로 이스라엘의 레바논 내 군사작전 종료와 철군을 요구하면서 이 조항이 준수되지 않으면 미국과 후속 협상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철군을 거부하면서 레바논 내에 '안보 지대'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 탓에 미국과 이란 사이의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이스라엘의 철군 거부 입장에 대해 질문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나는 문제들을 매우 빨리 해결한다, 비비(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별명)와의 문제도 포함해서"라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 일부 지역에서 병력을 철수시키고 빈 자리에 레바논 정부군을 투입하는 방안을 제한된 지역들에서 시험 삼아 실시해보자는 제안이 최근 나왔다.
WSJ는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익명으로 인용해 미국이 이 방안을 지지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중동 전쟁을 끝내기를 원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올해 가을에 치러질 이스라엘 총선을 앞두고 헤즈볼라 공격을 계속해야 한다는 국내 여론의 압박을 받고 있다.
'안보 지대'를 유지하겠다는 이스라엘의 전략은 레바논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특히 광섬유 드론을 앞세운 헤즈볼라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에 어려움이 크다.
원래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 점령 지구를 둔 것은 헤즈볼라의 대전차 미사일이 이스라엘 북부 마을을 공격할 수 있는 거리 밖에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는 게 이스라엘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폭탄을 장착한 드론은 대전차 미사일보다 훨씬 더 먼 거리를 비행할 수 있으며, 실제로도 최근 이스라엘 군인들이 드론 공격 탓에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WSJ에 따르면 23일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알리알타헤르 능선 일대에서 진지를 위협하는 헤즈볼라 무장대원들을 2차례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 능선 아래에 헤즈볼라의 대규모 지하 요새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스라엘군은 지난주에도 이 일대를 장악하려고 진격 공세를 폈으며, 그 과정에서 이스라엘 군인 최소 4명이 숨지자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포함해 레바논 곳곳에 보복 공격을 가했다.
이 탓에 미국과 이란이 계획했던 협상이 무산될뻔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 등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작전이 과도하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후 이스라엘 정부는 군에 공격을 중단토록 지시했다고 WSJ는 익명의 군 관계자들과 취재원들을 인용해 전했다.
'공격 중단 지시'에도 불구하고 실제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23일 알리알타헤르 능선 공격이 '즉각적 위협'에 대응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헤즈볼라 측은 이것이 정전 조건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레바논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 공격으로 2명이 숨졌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가 5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스라엘인의 57%가 레바논 내에 영구적인 '안보 지대'를 설치하는 데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스라엘은 1985년부터 2000년에 철수할 때까지 레바논 남부에서 넓은 '안보 지대'를 점령한 적이 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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