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제석유기구(IEA)에 따르면 전쟁 이전 하루 2000만 배럴 안팎에 달했던 호르무즈 해협 석유 물동량은 지난 3~5월 평균 하루 270만 배럴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에 따른 중동 산유국의 누적 공급 손실은 13억 배럴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IEA는 이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석유 공급 차질'로 평가했다. 중동산 원유와 액화석유가스(LPG), 나프타 등 주요 에너지 수출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산 원유와 석유제품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사태 초기부터 수급 압박을 크게 받았다.
석유 공급이 최악의 충격을 받았지만 석유시장으로 온전히 전이되지는 않았다. 전세계가 비축유를 방출하는 한편 중동 산유국은 우회 수출에 나선 영향이 크다. 여기에 비중동산 수출도 확대 기조를 보였다.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세계 석유 재고가 하루 평균 380만 배럴씩 감소했다는 것이 IEA의 추산이다. 재고가 빠르게 소진하면서 공급 공백을 메운 셈이다. IEA 회원국들도 사태 초기 역대 최대 규모인 4억 배럴 규모의 비상 비축유 방출에 합의하기도 했다.
중동 산유국들은 대체 수출 경로를 활용해 호르무즈 의존도를 낮췄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동서 송유관을 활용해 홍해 얀부항을 통한 수출을 늘렸다. 아랍에미리트(UAE)도 하브샨부터 푸자이라까지 이어지는 송유관과 저장시설, 대체 항로 등을 통해 수출을 유지했다.
미국 등 비중동 산유국의 공급 확대도 수급 완충 역할을 했다. IEA는 미국과 카자흐스탄,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의 수출 증가가 아시아 시장의 부족분을 일부 메웠다고 봤다. 특히 지난달 미국의 원유·석유제품 수출은 1년 전보다 25% 증가했다.
수요 위축도 시장 압력을 낮췄다. IEA는 올해 2분기 세계 석유 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하루 500만 배럴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하루 11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쟁 전인 2월 올해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85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봤던 전망과 비교하면 수급 환경이 완전히 바뀐 셈이다.
문제는 현재의 안정이 구조적 안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비축유 방출은 단기 충격을 흡수하는 수단일 뿐 지속 가능성은 떨어진다. 우회 수출과 비중동 공급 확대도 물류·설비상 한계가 있는 만큼 석유시장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개방이 필수다.
특히 북반구 여름철 성수기가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항공유와 휘발유 등 수요가 늘어나는 7~8월을 앞두고 글로벌 재고가 기록적인 속도로 줄고 있기 때문이다. IEA는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재개되지 않을 경우 국제 석유시장이 7~8월 레드존에 진입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도 안심하기 어렵다. 국내 에너지 수급은 원유와 LPG, 나프타 등 주요 원료의 대외 의존도가 높고 중동산 비중도 크다. 호르무즈 해협 물류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정유사 원가 부담과 석유제품 가격, 석유화학 원료 수급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가 비축유 방출 카드를 아끼고 있는 것도 여름철 수급 관리를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석유제품 가격 안정 조치를 병행해온 상황에서 국제 재고 감소와 여름철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 하반기 에너지 수급 관리 부담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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