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의 커리어는 은퇴와 함께 끝나는 걸까.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만든 스포츠 매칭 서비스 ‘리플레이(Re:play)’가 은퇴 운동선수와 생활체육인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선수에게는 경기장 밖에서 이어갈 수 있는 직업 경로를, 생활체육인에게는 전문 코칭 기회를 제공하는 구조다.
리플레이는 연세대 실전경영학회 인액터스 소속 학생 창업팀이 운영하는 스포츠 매칭 서비스다. 은퇴 운동선수는 물론 은퇴를 고민하는 현역 선수와 일반 생활체육인을 연결해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선수들이 ‘스포츠 코치’라는 형태로 제2의 커리어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이들이 주목한 문제는 운동선수의 은퇴 이후 삶이다. 올림픽이나 각종 국제대회 기간에는 선수들의 투혼과 성과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대회가 끝난 뒤 상당수 선수는 빠른 은퇴와 함께 진로 공백에 놓인다. 리플레이는 매년 약 1만 명의 운동선수가 평균 20대 초반에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이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불안정한 고용이나 무직 상태를 경험하는 현실에 주목했다. 현역 선수 역시 은퇴 전부터 이후 경로를 준비할 기회가 충분치 않다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봤다.
리플레이 팀장 김주현 씨는 “운동선수들은 오랜 시간 한 분야에 몰입해 온 만큼 은퇴 뒤 다른 직무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선수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운동 경험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비스 구조는 비교적 명확하다. 선수는 코칭에 집중하고, 리플레이 팀은 커리큘럼 설계와 마케팅, 수강생 모집, 운영 관리를 맡는다. 선수 개인이 브랜딩과 홍보, 고객 모집까지 모두 떠안아야 했던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이다. 생활체육인 입장에서는 엘리트 선수 출신 코치를 보다 쉽게 만날 수 있고, 선수 입장에서는 자신의 전문성을 수익화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기는 셈이다.
리플레이는 지난해 4월 러닝 클래스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1년 동안 누적 매출 2000만 원, 서울·전주·익산 지역 누적 이용자 1000여 명을 기록하며 초기 시장성을 확인했다. 단순 일회성 클래스 운영이 아니라, 선수의 코칭 역량을 상품화하고 지역 커뮤니티와 연결하는 방식이 일정 부분 수요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이 팀이 특히 힘을 싣는 지점은 ‘지역 확장’이다. 전문 스포츠 코칭과 관련 커뮤니티가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탓에 지방에서는 양질의 스포츠 교육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리플레이는 전주에 이어 최근 익산에서도 클래스를 열며 지역 기반 서비스를 넓히고 있다. 지역 러닝 크루와 협업해 수요를 발굴하고, 지역 출신 선수들이 고향에서 코치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방식이다. 지역 주민에게는 전문 코칭 기회를, 선수에게는 지역 내 일자리를 제공하는 구조를 실험하고 있는 셈이다.
현장 사례도 나오고 있다. 육상 선수 출신 명은혜 코치는 은퇴 후 병원 재활치료사 등 다른 일을 하며 운동 현장을 떠나 있었지만, 리플레이를 통해 다시 육상 코치로 복귀했다. 현재는 주 6시간가량 클래스를 운영하며 수익을 내고 있고, 기업 협찬과 강의 제안까지 이어지면서 전업 스포츠 코치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단순한 부업 연결을 넘어, 선수 정체성과 전문성을 유지한 채 새로운 일자리로 옮겨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리플레이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2025 현대해상 씨앗 프로그램’에서 2등을 수상했다. 학생 창업팀 수준의 아이디어를 넘어 실제 수요와 실행력을 일정 부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은 배경이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스포츠 코칭 플랫폼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선수 개별 역량에 의존하는 수준을 넘어, 서비스 표준화와 지역별 수요 관리, 장기 이용자 확보가 뒤따라야 한다. 은퇴 선수의 지속 가능한 일자리 모델로 확장되려면 공공 체육 인프라, 지역 체육회, 학교·복지기관과의 협력 구조도 필요하다.
리플레이는 앞으로 서울·전주·익산 외에 구미 등 다른 지역으로도 서비스를 확대하고, 지역체육회 및 공공 스포츠 인프라와 연계한 B2G 사업도 검토할 계획이다. 유소년과 시니어 대상 프로그램을 늘려 생활체육 저변을 넓히는 방안도 추진한다.
리플레이 팀원 이수연 씨는 “운동선수의 커리어는 경기장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방식으로 다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선수와 시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스포츠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은퇴 선수의 진로 공백과 지역 생활체육 인프라 부족이라는 두 문제를 한 번에 풀겠다는 리플레이의 시도는 아직 실험 단계에 가깝다. 다만 대학생 창업팀이 스포츠 산업의 사각지대를 비즈니스 모델로 풀어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향후 확장성과 지속 가능성을 지켜볼 만한 사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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