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곽호준 기자 | 현대차그룹이 일본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보스턴다이나믹스(BD) 잔여 지분 전량을 인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보스턴다이나믹스 상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지분 가치 상승이 맞물릴 경우 순환출자 해소와 승계 재원 마련에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업계 소식을 종합하면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 9.65%를 약 3억2500만달러(약 5000억원) 수준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 구조는 현대차 27.96%, 기아 17.22%, 현대모비스 11.20%, 현대글로비스 11.40%, 정의선 회장 22.57%, 소프트뱅크 9.65%다. 해당 거래가 마무리되면 현대차그룹과 정의선 회장 측은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된다.
이번 거래는 지난 2021년 보스턴다이나믹스 인수 당시 체결된 옵션 계약에 따른 후속 절차 성격이 강하다. 당시 계약에는 일정 기간 내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프트뱅크가 지분 매각을 요구할 수 있는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과 현대차그룹이 해당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매수청구권)이 포함됐다. 소프트뱅크의 풋옵션 행사 기간은 지난 21일부터 오는 30일 이내이며 행사 기간 종료 후 현대차그룹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회장 승계 구도 핵심 자산, '보스턴다이나믹스' 부상
이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와도 연결된다. 재계에서는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정의선 회장 승계 구도의 핵심 자산 가운데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현재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 22.6%를 보유하고 있다.
향후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구조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 집단 가운데 순환출자 구조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룹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해서는 현대모비스 지배력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업계의 분석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여기에 상속세 부담도 지배구조 개편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현대차 5.57%, 현대모비스 7%대, 현대제철 11%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분 가치는 약 4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대기업 최대주주 지분 상속에 적용되는 할증 평가와 최고세율을 감안하면 상속세 부담은 최소 2조원대 중반에서 6조원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보스턴다이나믹스 상장이 현실화될 경우 정의선 회장이 구주매출이나 지분 유동화 등을 통해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이 결합한 '피지컬 AI'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점도 이러한 기대를 키우는 요인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CES 2026에서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앞세워 글로벌 로봇 산업의 대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제조 현장 자동화와 미래 모빌리티 사업 확대를 위해 로봇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다만 현대차 관계자는 "보스턴다이나믹스 상장과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 지분 100% 확보 의미…IPO·상용화 속도전 가능성↑
재계에서는 이번 거래가 보스턴다이나믹스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소프트뱅크 지분을 기존 주주들이 현재 보유 비율대로 인수한다고 가정할 경우 정의선 회장 지분율이 24.98%로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차는 30.95%, 기아는 19.06%, 현대모비스는 12.40%, 현대글로비스는 12.62%까지 각각 높아진다. 특히 정 회장의 지분율이 25%에 근접하게 되면서 향후 보스턴다이나믹스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수혜 폭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이 지분 100% 확보 이후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의사결정 과정이 한층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외부 주주와의 이해관계 조정 부담이 줄어들면서 IPO 추진이나 아틀라스 상용화 전략을 보다 공격적으로 전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은 현대차그룹의 아틀라스 본격 상용화와 보스턴다이나믹스 상장 시점을 오는 2028년 전후로 예상하고 있다. IPO 이전 단계에서 프리IPO 방식의 자금 조달 가능성도 언급된다.
시장에서 보스턴다이나믹스 가치가 지속적으로 재평가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인수했던 당시 기업가치는 약 11억달러 수준이었지만 최근 피지컬 AI 시장 확대와 휴머노이드 로봇 기대감이 커지면서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했다는 평가다. 현재 약 30조원 수준인 기업가치는 피지컬 AI 시장 확대에 힘입어 상장 시점에는 100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구글·엔비디아 협력 확대 가능성도 주목
증권가에서는 이번 거래 과정에서 추진 중인 로봇·AI 연구소 'RAI 인스티튜트' 지분 매각에도 주목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2년 보스턴다이나믹스와 함께 RAI 인스티튜트를 설립했으며 당시 4억2400만달러를 투자했다. 현재는 해당 지분을 소프트뱅크에 투자금 대비 크게 낮춘 1억달러 수준에 매각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RAI 인스티튜트 지분 정리는 새로운 AI 파트너십 구축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스턴다이나믹스는 구글 딥마인드와 로봇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협력을 진행하고 있으며 엔비디아 플랫폼을 활용해 로봇 강화 학습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구글이나 엔비디아와의 로봇 AI 관련 파트너십 체결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 정리 자체보다 글로벌 빅 테크 기업과의 AI 협력 확대 여부가 향후 기업가치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구글·엔비디아 등과의 협력이 본격화될 경우 보스턴다이나믹스 기업가치 상승은 물론 현대차·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토에버 등 그룹 내 로봇 관련 계열사 전반이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스턴다이나믹스 기업가치가 높아질수록 정의선 회장이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향후 IPO와 AI 파트너십 확대가 현실화될 경우 기업가치 상승뿐 아니라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재편 논의도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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