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뷰] 세계화, 밖에서 막히고 안에서 무너졌다… 새 경제질서 승자는 ‘버티는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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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뷰] 세계화, 밖에서 막히고 안에서 무너졌다… 새 경제질서 승자는 ‘버티는 국가’

뉴스로드 2026-06-24 15:05: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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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Delvestudio]
[사진=Delvestudio]

세계화는 한때 ‘숫자의 약속’이었다. 인건비가 낮은 곳에서 만들고, 빠른 물류망으로 옮겨, 큰 시장에서 팔면 모두가 이익을 얻는다는 믿음이었다. 냉전 이후 30년간 세계 경제를 움직인 단어는 효율이었다. 기업은 비용을 줄였고 소비자는 낮은 가격을 누렸다.

그러나 전쟁과 팬데믹, 제재와 수출통제가 이어지자 세계화는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에너지는 무기가 됐고, 공급망은 안보가 됐다. 이제 중요한 것은 더 싸게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끊겨도 버티는 회복탄력성이다.

24일 <뉴스로드>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세계화의 균열은 두 방향에서 나타나고 있다. IMF는 국경 밖의 충격을 주목했다. 공급망, 에너지, 기술, 광물이 국가안보 자산으로 바뀌는 과정이다. 세계은행은 국경 안쪽의 붕괴를 짚었다. 제조업 도시의 쇠락, 노동 이동성의 실패, 지역 공동체의 약화, 관세 포퓰리즘의 한계다. 하나는 국가 외부의 거시적 지경학이다. 다른 하나는 국내의 미시적 사회계약이다. 두 분석이 가리키는 결론은 같다. 세계화의 위기는 자유무역 자체의 실패가 아니다. 세계화가 만든 외부 취약성과 내부 상처를 제도로 관리하지 못한 실패다.

한미 무역 통상 (CG)/연합뉴스
한미 무역 통상 (CG)/연합뉴스

▲효율의 시대, 병목의 시대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낮은 관세와 자유무역을 믿었다. 경제 효율성과 정치 안정이 함께 온다고 봤다. 실제로 세계 무역은 1950년부터 2008년 정점까지 세계 GDP 대비 세 배로 커졌다. 그 무역의 절반가량은 완제품이 아니었다. 중간재였다.

이는 세계 경제의 구조가 바뀌었다는 뜻이다. 한 나라가 제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드는 시대가 아니었다. 부품, 소재, 설계, 조립, 물류가 국경을 넘었다. 세계 경제는 국경을 가로지르는 생산망 위에 세워졌다.

그 구조는 평시에는 강했다. 그러나 충격 앞에서는 취약했다. 기업은 1차 협력업체는 알았다. 하지만 2차, 3차 공급망의 병목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의약품, 반도체, 의료용품, 희토류, 에너지가 특정 국가와 특정 항로에 묶여 있다는 사실은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기술전쟁을 거치며 드러났다.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유럽의 의존은 그 대표적 장면이었다. 값싼 러시아 가스는 유럽 제조업의 경쟁력을 떠받쳤다. 그러나 전쟁이 터지자 가격표는 협박장이 됐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도 같은 구조다. 희토류는 스마트폰, 전기차, 미사일, 레이더, 전투기, 풍력터빈에 들어간다. 과거에는 원자재였다. 지금은 산업주권과 군사주권의 목줄이다.

반도체 장비, 배터리 소재, 클라우드, 결제망, 해저케이블, 데이터센터, 항만도 다르지 않다. 세계화는 상품의 흐름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 흐름이 막힐 때 국가가 어디서 멈추는지는 충분히 묻지 않았다.

미국의 정책 전환은 단순한 보호무역 회귀가 아니다. 공급망 위험을 줄이려는 시도다. 핵심 산업을 국내와 동맹권 안에 다시 배치하려는 움직임이다. 여기에는 비용이 든다. 생산비는 올라간다. 비축에는 돈이 든다. 기업은 더 싼 공급처를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IMF의 시각에서 보면 이는 회복력의 보험료다. 문제는 그 보험료가 국가안보라는 이름 아래 조잡한 보호무역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유무역을 모두 버릴 수는 없다. 한국, 독일, 일본, 대만처럼 무역으로 성장한 국가는 세계와 끊어져 살 수 없다. 다만 과거처럼 효율만 보고 공급망을 짜는 시대는 끝났다.

[사진=세계은행]
[사진=세계은행]

▲경제학자들이 놓친 것은 장소

하지만 이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세계화가 흔들린 이유는 중국의 희토류와 러시아의 가스, 미국의 달러와 반도체 통제 때문만은 아니다. 세계화는 선진국 내부에서도 정치적 정당성을 잃었다. 세계은행이 주목한 지점이 바로 여기다.

자유무역은 국가 전체로 보면 후생을 키웠다. 그러나 지역 단위로는 승자와 패자를 갈랐다. 금융, 비즈니스 서비스, 첨단기술이 모인 대도시는 세계화의 혜택을 누렸다. 반면 제조업이 모인 중소 산업도시는 중국발 수입 경쟁, 자동화, 산업구조 변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세계화는 모두를 같은 방향으로 끌어올리지 않았다. 어떤 도시는 더 부유해졌다. 어떤 도시는 기능을 잃었다.

경제학자들이 놓친 것은 장소였다. 표준 무역모형은 국가 단위의 이익과 손실을 봤다. 수입 경쟁 산업에서 밀려난 노동자가 수출이 늘어나는 산업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현실의 노동자는 엑셀 표의 숫자가 아니었다.

문 닫은 공장의 노동자는 곧바로 금융, 소프트웨어, 바이오 일자리로 이동하지 못했다. 나이 든 노동자는 지역을 떠나기 어려웠다. 집값이 떨어진 지역의 주택은 팔리지 않았다. 가족, 학교, 병원, 지역 네트워크가 사람을 붙잡았다. 슈퍼스타 도시의 일자리는 대개 고학력자를 위한 것이었다. 저학력 제조업 노동자에게 세계화는 새로운 기회가 아니었다. 잃어버린 임금 프리미엄이었다.

제조업 일자리는 단순한 월급이 아니었다. 대학 학위가 없는 사람도 중산층으로 살 수 있게 한 사회적 장치였다. 공장이 닫히자 임금만 줄지 않았다. 지역 소비가 줄었다. 자영업이 무너졌다. 세수가 줄었다. 학교와 공공서비스가 약해졌다. 주택가격은 내려갔다. 젊은 사람은 떠났다.

실직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역 전체의 소득 충격이었다. 이 상처가 길어지자 경제적 불만은 정치적 분노로 바뀌었다. 브렉시트, 미국의 관세 정치, 반세계화 포퓰리즘은 갑자기 생긴 현상이 아니다. 세계화의 이익을 지역과 노동자에게 되돌려주는 제도 설계가 실패한 결과다.

미국 트럼프 관세 정책 (PG)
미국 트럼프 관세 정책 (PG)

▲관세는 설계도가 아니다

그렇다고 관세가 해법은 아니다. 관세는 정치적으로 가장 쉬운 언어다. 수입을 막으면 공장이 돌아올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계은행의 문제의식은 다르다. 지역 위기의 본질은 수입 경쟁 그 자체가 아니다. 충격 이후 지역이 새로운 성장 경로를 찾지 못했다는 데 있다.

관세는 AI와 자동화로 사라지는 일자리를 막지 못한다. 이미 무너진 숙련 생태계도 되살리지 못한다. 지역 대학, 부품망, 도심 기능, 주거 매력도도 회복시키지 못한다. 관세는 분노를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을 재건하는 설계도는 아니다.

시장에만 맡기는 것도 답이 아니다. 자유방임은 언젠가 낡은 산업도시가 작고 효율적인 규모로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기업은 문을 닫는다. 젊은 사람은 떠난다. 남은 사람은 낮아진 주택가격과 약해진 공공서비스에 적응한다. 이론상으로는 조정이다. 현실에서는 쇠락이다.

피츠버그는 자주 성공 사례로 거론된다. 철강의 도시에서 의료, 생명과학, 로봇공학의 도시로 바뀌었다. 그러나 그 변화에는 한 세대 이상이 걸렸다. 더구나 피츠버그처럼 돌아온 도시보다 돌아오지 못한 산업도시가 훨씬 많다.

그래서 세계은행이 제시하는 대안은 장소 기반 정책이다. 낙후 지역에 보조금을 뿌리는 정책이 아니다. 특정 지역의 생산성, 소득, 산업구조를 다시 세우는 정책이다. 인적 자본과 물적 자본을 동시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직업훈련, 지역 대학, 연구기관, 교통망, 산업단지, 공공조달, 세제 인센티브, 창업 생태계를 따로 볼 수 없다. 한 묶음으로 설계해야 한다. 공장 하나 유치하고 사진 찍는 방식이 아니다. 지역이 어떤 산업을 붙잡을지 정해야 한다. 어떤 기술을 키울지, 어떤 노동자를 다시 훈련할지, 어떤 기업을 연결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IMF와 세계은행의 논의가 만난다. IMF가 말하는 공급망 회복력은 국가 바깥의 병목을 줄이는 일이다. 세계은행이 말하는 장소 기반 정책은 국가 안쪽의 병목을 줄이는 일이다. 밖에서는 희토류, 에너지, 반도체 장비, 해상교통로가 병목이다. 안에서는 숙련공, 지방대학, 직업훈련, 주거, 전력망, 항만, 지역 금융이 병목이다.

거시경제의 병목을 방치하면 국가는 위기 때 멈추게 된다. 미시경제의 병목을 방치하면 사회는 선거에서 세계화를 거부한다. 하나는 국가안보의 문제고, 다른 하나는 민주주의 정당성 문제다.

국제통화기금(IMF) 창설 구상을 주도한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회의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케인스가 설계한 전후 국제통화질서는 달러 중심 세계경제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사진=IMF]
국제통화기금(IMF) 창설 구상을 주도한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회의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케인스가 설계한 전후 국제통화질서는 달러 중심 세계경제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사진=IMF]

▲기술은 저절로 노동해방을 가저 오지 않는다

노동시간 논쟁도 여기서 이어진다. 부유해지고 기술이 발전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덜 일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케인스는 100년 전 주당 15시간 노동을 상상했다. 오늘날 AI 낙관론자들도 비슷한 말을 한다.

그러나 세계은행이 정리한 전 세계 노동시간 자료는 다른 결론을 보여준다. 경제 발전 자체가 핵심 근로연령층의 노동시간을 자동으로 줄인다는 증거는 약하다. 노동시간을 바꾸는 것은 소득 수준만이 아니다. 교육, 연금, 노동법, 정규고용, 초과근로 규제, 유급휴가, 사회적 규범이 함께 작동한다. 기술은 시간을 저절로 해방시키지 않는다. 제도가 시간을 재배분한다.

이 사실은 AI 시대 한국에 중요하다. AI가 들어오면 노동시간이 저절로 줄고 생산성이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는 위험하다. 기술이 만든 이익은 제도가 없으면 특정 집단에 몰릴 수 있다. 수도권 대기업, 고학력 노동자, 플랫폼 소유자가 먼저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지방 제조업, 중소기업, 저학력 노동자는 더 빨리 밀려날 수 있다.

노동시간, 임금, 교육, 전직, 연금, 지역 산업정책을 함께 설계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AI도 세계화와 같은 길을 갈 수 있다. 전체 숫자는 좋아진다. 그러나 일부 지역은 버려진다.

케인스의 불확실성도 여기서 다시 필요해진다. 오늘의 경제는 계산 가능한 위험보다 계산 불가능한 불확실성에 가깝다. 전쟁 가능성, 20년 뒤 금리와 구리 가격, AI가 직업을 바꾸는 속도, 대만해협과 호르무즈 리스크, 달러 체제의 변화는 룰렛처럼 확률을 붙이기 어렵다.

이런 세계에서 민간은 투자보다 현금을 선호한다. 돈은 생산으로 흐르지 않는다. 안전한 곳에 쌓인다. 케인스가 말한 유동성 선호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시장은 스스로 충분한 투자를 만들지 못한다. 그래서 공공투자는 단순한 경기부양이 아니다. 멈춘 돈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장치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한미 관세협상 결과에 대해 국회 산자위에 보고하고 있다. [사진=최지훈 기자]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한미 관세협상 결과에 대해 국회 산자위에 보고하고 있다. [사진=최지훈 기자]

▲韓 산업정책, 회복탄력성 중심으로 다시 짜야 

새 경제질서의 핵심은 하나다. 세계화의 다음 단계는 더 싼 세계화가 아니다. 더 질긴 세계화다. 가장 낮은 비용을 찾는 일이 아니다. 끊겼을 때 대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국가 바깥에서는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하다. 동맹 생산, 핵심 광물 비축, 에너지 안보, 기술 표준 참여가 필요하다. 국가 안쪽에서는 장소 기반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직업훈련, 지방대학 재편, 노동시간 제도, 공공투자, 지역 금융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외부 회복력과 내부 회복력이 동시에 서야 세계화는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지속될 수 있다.

한국은 이 문제를 피할 수 없다. 한국은 반도체, 조선, 방산, 자동차, 배터리, 철강, 석유화학, 전력기기, 해저케이블, 원전 기자재로 세계 공급망의 핵심에 들어가 있다. 동시에 원유와 LNG, 핵심 광물, 일부 첨단 장비, 식량, 달러 유동성에 깊이 의존한다.

밖으로는 미·중 기술패권과 에너지 안보에 노출돼 있다. 안으로는 지방 제조업 도시의 고령화, 청년 유출, 산업단지 노후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격차, 수도권 집중을 안고 있다. 한국은 세계화의 수혜국이다. 동시에 세계화의 균열을 가장 빨리 맞을 수 있는 나라다.

따라서 한국의 산업정책은 기업 지원정책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반도체 클러스터는 공장 부지가 아니다. 전력, 물, 장비, 소재, 인력, 주거, 교통, 교육, 안보가 결합된 국가 인프라다.

조선 도시는 친환경 선박, 해양방산, 항만 물류, 해저케이블, 숙련공 훈련을 함께 묶어야 한다. 철강 도시는 저탄소 공정, 전력망, 방산 소재, 산업용 수소와 연결해야 한다. 방산은 수출 계약만 볼 일이 아니다. 후속군수, 정비망, 부품 공급, 기술보호, 외교금융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배터리는 완제품만으로 승부가 나지 않는다. 리튬, 니켈, 흑연, 재활용, 전력 비용, 미국·유럽 규제 대응이 핵심이다.

지방대학도 다시 봐야 한다. 지방대학은 입학정원 관리 대상이 아니다. 지역 산업의 연구소이자 인력 공급망이다. 지방 산업단지는 낡은 공장 집합이 아니다. 국가 회복력의 현장이다. 직업훈련은 실직자를 위로하는 복지사업에 그쳐서는 안 된다. 다음 고임금 일자리로 연결하는 생산정책이어야 한다.

지역 금융도 달라져야 한다. 부동산 담보대출에만 머물 수 없다. 설비투자, 에너지 전환, 자동화, 방산·조선·전력 기자재 생태계에 장기자금을 공급해야 한다.

이런 설계 없이 관세와 보조금만 말하면 실패한다. 관세는 외국 상품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지역의 역량을 만들지는 못한다. 보조금은 공장을 유치할 수 있다. 그러나 숙련공과 공급망을 만들지는 못한다. 세금 감면 경쟁은 기업에는 선물일 수 있다. 지역에는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

진짜 장소 기반 정책은 돈을 주는 정책이 아니다. 조건을 거는 정책이다. 기업이 지역에서 고용하는지 봐야 한다. 노동자를 훈련하는지 봐야 한다. 협력업체를 키우는지 봐야 한다. 연구기관과 연결되는지 봐야 한다. 약속한 목표를 지키는지도 감시해야 한다. 성과가 없으면 끊어야 한다. 효과가 있으면 키워야 한다. 실험하고, 검증하고, 고치는 정책이어야 한다.

IMF와 세계은행의 메시지는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자유무역은 필요하다. 그러나 자유무역만으로는 국가도 지역도 지킬 수 없다. 세계화의 외부 충격은 국가안보로 관리해야 한다. 세계화의 내부 상처는 지역정책과 노동제도로 치유해야 한다.

이 둘을 따로 보면 해법이 틀어진다. 안보만 보면 보호무역으로 흐른다. 복지만 보면 생산성을 잃는다. 산업정책만 보면 대기업 보조금이 된다. 지역정책만 보면 낙후지역 지원금이 된다. 필요한 것은 산업, 안보, 지역, 노동, 금융을 한 장의 지도 위에 올리는 일이다.

세계화는 끝나지 않았다. 다만 순진한 세계화가 끝났다. 국경 없는 시장이라는 말은 더 이상 맞지 않는다. 공장은 다시 국경을 본다. 돈은 안전한 곳을 찾는다. 에너지는 외교가 된다. 광물은 무기가 된다. 노동자는 투표로 분노를 표시한다.

시장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시장이 만든 상처를 시장 혼자 치료할 수는 없다. 효율은 번영을 만든다. 회복력은 국가를 지킨다. 지역이 무너지면 그 국가의 세계화 전략도 오래가지 못한다.

새 질서의 승자는 가장 싼 나라가 아니다. 가장 오래 버티는 나라다. 외부 충격이 와도 공장을 멈추지 않는 나라다. 내부 충격이 와도 지역을 버리지 않는 나라다. 기술 변화가 와도 노동자를 다음 산업으로 옮길 수 있는 나라다.

한국이 가야 할 길도 여기에 있다. 반도체와 조선, 방산, 배터리, 전력망을 따로 볼 시간이 없다. 국가 회복력의 한 체계로 묶어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과 내수, 산업과 안보를 더 이상 따로 계산할 시간도 없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국제정치경제학 교수는 세계화의 지속 가능성은 국내 제도와 사회적 합의에 달려 있으며, 산업정책은 좋은 일자리와 생산 역량을 함께 겨냥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의 논지를 한국에 적용하면 결론은 분명하다. 한국도 세계화의 수혜국이라는 기억에 머물지 말고, 끊겨도 버티는 산업과 버려지지 않는 지역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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