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서울 구로구 개봉2동에서 투표된 교육감 선거 투표지 497장이 아예 개표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24일 KBS가 단독보도한 내용이다.
당시 개봉2동 유권자들은 서울시장 선거와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함께 참여했다. 그러나 개표 결과 서울시장 선거 투표수는 1만384표로 집계된 반면 교육감 선거 투표수는 9887표에 그쳤다. 두 선거의 투표수 차이는 497표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해당 투표함이 개봉된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의 497표가 담긴 바구니가 개표용 투표지 분류기에 투입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투표지를 운반하는 과정에서 바구니가 누락되면서 개표 절차가 진행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선관위가 개표 당일 이미 투표자 수와 개표 수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지 않은 채 개표를 종료했다는 점이다. 이후 선거 다음 날 CCTV 확인 과정에서 운반용 바구니에 그대로 남아 있던 미개표 투표지 497장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선관위도 해당 사실을 보고받았지만 추가 개표나 결과 정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선관위는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규모였고, 개표 종료 이후 추가 개표를 진행할 규정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사안은 단순한 행정 실수를 넘어 선거 관리의 신뢰성과 직결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더라도 실제 유권자가 행사한 투표권 497표가 개표되지 않은 채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선관위가 개표 수 불일치를 확인하고도 원인을 끝까지 추적하지 않았고, 미개표 사실을 발견한 이후에도 별도의 공표나 정정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관리 부실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선거 전문가들은 민주주의의 핵심은 모든 유효표가 정확하게 집계되는 데 있다며, 당락 여부와 관계없이 단 한 표도 누락 없이 개표하는 것이 선거관리기관의 기본 책무라고 지적한다.
이번 사례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각종 개표 오류 논란과 맞물려 선거 관리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제기하고 있다. 497명의 유권자가 행사한 한 표는 법적으로는 존재했지만, 실제 개표 결과에는 끝내 반영되지 못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지는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앞에 재선거를 요구하는 메시지가 붙어 있다. 2026.6.23/뉴스1
특히 이번 사례가 단순한 행정 실수로만 치부되기 어려운 이유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 원칙인 '한 사람, 한 표'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유권자가 행사한 투표권은 단순한 종이 한 장이 아니라 국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헌법상 권리다. 따라서 특정 후보의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개표되지 않은 표를 가볍게 볼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의 정당성은 결과뿐 아니라 절차에 의해 결정된다. 아무리 최종 결과가 바뀌지 않더라도 투표된 표가 개표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확인되면 선거 관리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선거는 유권자가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고 국가기관이 이를 정확하게 집계한다는 믿음 위에서 운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사안은 개표 과정에서 단순 누락이 발생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선관위가 개표 당일 이미 투표자 수와 개표 수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지 않은 채 개표를 종료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후 CCTV 확인을 통해 미개표 투표지 497장이 발견됐음에도 별도의 재개표나 정정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향후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6회 국회(임시회)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6.6.23/뉴스1
선거 전문가들은 선거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의 크기가 아니라 절차의 완전성이라고 지적한다. 만약 특정 지역에서 수십 표나 수백 표 규모의 누락이 반복된다면, 당락 차가 작은 선거에서는 실제 결과를 뒤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국내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수십 표, 많게는 한 자릿수 표 차이로 승패가 갈린 사례도 적지 않았다.
결국 이번 497표 미개표 사건의 핵심은 숫자의 많고 적음이 아니다. 투표소에서 정상적으로 행사된 유권자의 의사가 개표 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았고, 그 사실이 확인된 뒤에도 제도적 보완이나 명확한 정정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민주주의는 모든 표가 동등한 가치를 가진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따라서 단 한 표라도 개표되지 않은 채 사라진다면, 그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선거 신뢰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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