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식량안보 구축을 위해 전략적으로 육성한 식량 사업이 에너지·철강에 이어 핵심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에 생산·가공·정제·유통으로 이어지는 팜(Palm) 사업 풀 밸류체인을 구축하며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했다.
24일 포스코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단순 무역을 넘어 생산·가공·물류·판매를 아우르는 식량 사업 전략을 펴고 있다. 각 사업을 시작부터 끝까지 통제하는 구조를 구축해 단기 시황 변화에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인 수익과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식량 사업은 크게 두 분야로 나뉜다. 옥수수·밀·대두를 산지에서 조달·저장·운송하는 곡물 사업과 농장부터 가공·정제·트레이딩까지 직접 운영 체계를 갖춘 팜 사업이다. 지난해 기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곡물 취급량은 약 600만t, 팜유 생산량은 약 60만t이다. 한국의 연간 곡물 수입량이 1800만t, 팜유 수입량이 60~70만t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양이다.
특히 팜 사업은 회사의 핵심 수익원으로 부상한 상태다. 지난해 기준 매출 3570억원, 영업이익 101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전체 영업이익 1조1653억원 중 약 8.7%가 팜 사업에서 나왔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총 1조3000억원을 들여 팜 사업 영역을 적극적으로 확장했다.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 상장사인 삼푸르나 아그로(PT Sampoerna Agro) 지분 65.72%를 인수해 PT.PAR로 사명을 변경했고, 반여년 만인 지난 18일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신규 기업 아이덴티티(CI)를 선포하며 새출발을 알렸다.
PT.PAR 출범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서울시 면적의 약 2.5배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팜 농장을 확보하게 됐다. 인도네시아 파푸아 지역 팜 농장을 운영하는 PT.BIA(2만6000ha), 수마트라·칼리만탄 지역에서 농장과 종자 사업을 영위하는 PT.PAR(12만8000ha), GS칼텍스와 공동 설립한 팜유 정제법인 PT.ARC(연간 50만t)를 통해 팜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종자 개발, 농장 운영, 팜유 생산, 정제유 생산, 바이오연료 원료 공급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식량·소재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다양한 식량 자원 중 팜을 점찍은 건 높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팜유는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유채유·해바라기유·대두유보다 약 4~10배 높다. 식용유뿐 아니라 화학 세제나 화장품, 비누 등 소비재의 원료로 사용되고, 최근 바이오 디젤(바이오 항공유) 등 에너지 소재로도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팜 사업 경쟁력은 세 가지다. 수마트라·칼리만탄·파푸아 지역으로 분산된 팜 농장에서 기후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안정적 생산 기반을 마련했고, 첨단 기술의 결합을 결합해 농장 운영을 고도화하고 있다. 공급을 안정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 구조도 강점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국내 우수 기술을 가진 협력 파트너와 협업해 농장 운영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다비오의 위성 기반 생육 분석 기술, 크래블의 자율주행 비료 살포 기술, 아그래보의 AI 기반 수확시점 최적화 기술이 대표적이다. 축적한 데이터가 생산성 개선을 이끌고, 다시 기술 고도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특히 GS칼텍스와 합작한 정제법인 PT.ARC는 수익성 극대화의 핵심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농장에서 생산한 팜 원유를 PT.ARC에 공급·정제해 판매한다. 원유를 정제해 다양한 석유제품을 만들 듯 팜유도 식용·식품 가공용 유지, 화학·산업 소재 원료, 바이오 연료 등으로 용도와 가치를 결정할 수 있는 셈이다. GS칼텍스는 정제 시설의 운영 효율을 높이고 한국에 바이오 항공유를 공급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팜 농장 등 인프라 자산을 지속적으로 획득하며 ‘풀 밸류체인’을 구축했다”면서 “외부 변수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트레이딩 수수료를 뛰어넘는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에너지·소재·식량 3대 핵심 사업은 자산 확보-인프라 구축-운영과 트레이딩으로 연결되는 동일한 전략 프레임 안에서 움직인다. 특히 식량 사업은 단순 무역을 넘어 재배에서 유통까지 연결해 공급망 안정성과 부가가치를 동시에 높이고 있다. 이를 종합상사만의 글로벌 네트워크 역량과 결합해 글로벌 메이저 기업이 장악한 세계 식량 시장에 균열을 내겠다는 구상이다.
세계 식량 시장은 100년 넘게 이른바 ‘ABCD’라 불리는 공룡 기업이 장악해 왔다.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 벙기(Bunge), 카길(Cargill), 루이스드레퓌스컴퍼니(LDC) 등 4개 회사의 글로벌 식량 시장 점유율이 약 80%에 달하는 만큼 압도적 경제 규모로 식량 공급망을 좌우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곡물과 팜유를 아우르는 통합 밸류체인을 통해 국가 식량안보를 뒷받침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식량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PT.PAR 출범은 팜 사업의 생산 기반 확대와 종자 사업 역량 강화를 통해 식량사업의 새로운 성장단계 진입을 알리는 이정표”라며 “팜 사업 경쟁력을 지속 강화해 글로벌 식량·소재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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