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콩나물에 '쇼' 공연 계약까지…6·25전쟁 뒤에 남은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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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콩나물에 '쇼' 공연 계약까지…6·25전쟁 뒤에 남은 기록

연합뉴스 2026-06-24 11:48: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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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도서관 수집 NARA 자료 리뷰…"한국전쟁 중 콜라 등장도"

"납품 기록, 전쟁 단면 들여다볼 귀중한 사료…역사로 대접받아야"

도서관 수집 NARA 자료 382만면…한강 건너던 피란민 '귀환' 기록도

미 2군수사령부의 한국병참기지(KBS)가 작성한 군수 지원 정기 보고서 미 2군수사령부의 한국병참기지(KBS)가 작성한 군수 지원 정기 보고서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소장 /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화 자료. 원소장처 출처: RG 407, Entry #NM3 429, Box #887, Folder: Staff sections - Korean Base Section, Jul 1952.Vol.4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양파 3만5천58파운드(lb·무게 단위), 무 7만9천988파운드, 콩나물 1천496파운드….'

1952년 부산에 자리한 중앙무역은 '거래처'에 채소를 납품했다.

특이한 것 없는 거래지만, 채소들이 향하는 곳은 포로수용소였다. 6·25전쟁 당시 미 육군(DA)이 극동군사령부도서(FEC)를 통해 맺은 군 납품, 이른바 '군납'인 셈이다.

이 회사가 약 3주간 무와 콩나물을 공급하고 받기로 한 돈은 3천400만원 상당.

미 2군수사령부가 작성한 1953년 2월분 지휘회의록 미 2군수사령부가 작성한 1953년 2월분 지휘회의록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소장 /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화 자료. 원소장처 출처: RG 407, Entry #NM3 429, Box #898, Folder: Command Report, supporting documents - Korean Base Section, Jan 1953.Vol.1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흥환 코리아정보서비스넷(KISON) 편집위원은 "당시 물자 부족, 통화량 급증, 가격 폭등 등으로 한국 경제는 전쟁형 초고도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었다"고 설명한다.

한민족이 서로 총부리를 겨눈 전쟁 이면에 남은 흔적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최근 공개한 '국립중앙도서관 수집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기록물 리뷰 - 미, 한국전쟁을 조달하다'에는 당시 생활사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언론사 기자 출신으로 1999년부터 미국 국가기록물 가운데 한국 관련 자료를 분석해온 이 편집위원은 6·25전쟁 당시 군수품 납품 기록 등을 분석했다.

미 2군수사령부의 한국병참기지(KBS)가 작성한 군수 지원 정기 보고서 미 2군수사령부의 한국병참기지(KBS)가 작성한 군수 지원 정기 보고서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소장 /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화 자료. 원소장처 출처: RG 407, Entry #NM3 429, Box #886, Folder: Staff sections - Korean Base Section, Jul 1952.Vol.3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가 특히 주목한 것은 미 제2군수사령부가 남긴 정기 보고서다.

보고서는 한국병참기지(KBS·Korean Base Section)에서 어떤 물품을 지원했는지 구체적 사례를 적었는데 부상자들이 쓸 수 있는 침대 숫자까지 기록돼 있다.

'사용 중인 침대 유엔군용 727개, 전쟁포로용 6천122개, 민간인용 1천130개.'

한국 업체와 맺은 군수품 조달 계약과 납품 기록은 자세하다. 각 기록은 1원 단위까지 모두 적었고, 달러 가격도 같이 기재했다고 이 편집위원은 전했다.

한국후방관구사령부(KComZ) 지휘 보고서 한국후방관구사령부(KComZ) 지휘 보고서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소장 /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화 자료. 원소장처 출처: RG 554, Entry #1333(A1), Box #203-1, Folder: Command Rpt, KComZ, 1952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예를 들어 1952년 6월 전북 군산 동암동에 있는 '서해제빙'이란 업체는 식당용 얼음덩어리 41개를 2군수사의 14수송대대에 납품한 것으로 파악된다.

부산의 '일하상사'는 염장 고등어 10만 파운드를, 대구 태평로에 사무실을 둔 한국 전매청도 미 55병참단에 한국제 담배 '백합'을 공급했다.

이 편집위원은 "군납품 중에는 '병마개가 달린 1갤런짜리 유리병'이 있는데 부산 코카콜라 공장에 입고된 화학 복합제를 저장하기 위한 용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카콜라도 한국 전쟁사에 등장했음을 알려주는 기록"이라고 강조했다.

KComZ의 '빨치산 상황' 지휘 보고서 KComZ의 '빨치산 상황' 지휘 보고서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소장 /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화 자료. 원소장처 출처: RG 554, Entry #1316 (A-1), Box #2, Folder: Command Reports, April 1953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탁, 청소 등 다양한 용역 계약 가운데 눈길을 끄는 부분도 있다.

이 편집위원은 1952년 부산 대창동의 21인조 쇼단과 계약한 내용을 언급하며 "미군은 쇼 공연도 납품받았다"며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용역"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기 대구의 26인조 그룹 '은성밴드'는 일주일간 미군 부대에서 10차례 공연을 했으며 회당 약 31만7천원의 '납품 단가'가 책정됐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그는 "한국병참기지의 납품 기록 등은 한국전쟁의 한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라며 "전사(戰史)의 일부로 대접받아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대구 피난민 수용소 모습 대구 피난민 수용소 모습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소장 /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화 자료. 원소장처 출처: RG 306, Box #33, Folder: Refugees - Korea (1950)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한국전쟁의 또 다른 면을 기록한 자료도 NARA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6월 발간된 '6·25전쟁기 후방의 탄생과 피난민의 현실'(이동원 서울대 역사학부 교수)에서는 전선이 고착된 이후 후방 지역의 삶을 주목한다.

이 교수는 유엔민사원조사령부(UNCACK)가 주도하는 구호 활동을 언급하면서 "후방이 평화롭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짚는다.

그는 "태백산, 지리산 등을 중심으로 빨치산 활동이 전개됐고 포로수용소에서는 공산 포로와 반공 포로 간의 물리적 충돌이 격화됐다"고 설명했다.

피난민의 서울 귀환 상황 보고 피난민의 서울 귀환 상황 보고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소장 /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화 자료. 원소장처 출처: RG 554, Entry #A-1 1301, Box #43, Folder: 383.7 Refugees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로 1953년 4월 한국후방관구사령부(KComZ)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빨치산 공격은 총 290건이 보고됐으며 연인원 4천464명의 빨치산이 관여했다"고 기록한다.

오랜 전쟁의 지친 피란민들의 어려움도 곳곳에 드러난다.

1953년 1월 주한유엔민사원조사령부(UNCACK)의 캐러웨이(E. Carraway) 대령은 "서울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을 막을 실질적인 장벽이 없다"는 지휘관 보고를 전한다.

"많은 이들이 검문소를 통과하지 않고 한강을 건너 서울에 들어가는 길을 찾고 있고… (한국 당국은) 그들을 막으려는 실질적인 노력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피란민의 서울 귀환 상황 보고 중에서)

부산 피난민 수용소 모습 부산 피난민 수용소 모습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소장 /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화 자료. 원소장처 출처: RG 306, Box #33, Folder: Refugees - Korea (1950)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이 교수는 "이제는 후방 지역을 중심으로 6·25전쟁을 겪어낸 한국 민간인의 역사상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2004년부터 NARA가 소장한 한국 관련 기록 자료를 수집하고 디지털 자료로 변환해 목록과 원문 등을 공개하고 있다.

현재까지 수집된 기록 자료는 약 382만면에 이른다.

도서관 관계자는 "발굴된 사료는 기존 연구의 공백을 보완하고, 깊이 있는 학술 연구를 뒷받침해 우리 근현대사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데 돕고 있다"고 말했다.

기록물 리뷰 표지 기록물 리뷰 표지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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