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대기 한국 선박 22→18척 감소
정유업계, EU 제재로 '글로벌 재보험' 가입 불가
60일 단기면허도 불안정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뚫고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실은 유조선 유니버설호가 10일 울산 남구 울산항 원유부이로 정박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포인트경제]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급물살을 타면서 지정학적 리스크로 얼어붙었던 글로벌 물류망과 에너지 시장에 변화의 기류가 감돌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완화로 억류 위기에 놓였던 한국 국적 선박들이 추가 탈출에 성공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보이는 반면, 국내 이란산 원유 수입 재계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호르무즈 한국 선박 4척 추가 통과...대기 22→18척 감소
해양수산부는 24일 호르무즈 해협 내측에 대기 중이던 우리 선사 운용선박 4척(초대형 원유운반선 1척 포함)이 무사히 빠져나왔다고 발표했다. 한국 국적 선박의 호르무즈 통과는 이번이 네 번째다.
이에 따라 해협 내 대기 중인 한국 국적 선박은 22척에서 18척으로 줄었으며, 억류 위험에 노출됐던 한국인 선원도 134명에서 108명으로 감소했다. 정부는 미사일 공격을 받아 수리 중인 HMM 나무호를 제외한 나머지 선박들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실시간 모니터링과 외교적 지원을 지속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앞서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에 따라 이뤄졌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양국은 스위스 뷔르겐슈토크에서 고위급 회담에서 종전 MOU 이행 관리를 고위급 위원회 신설과 ‘60일 이내 최종 합의 도출’을 골자로 한 로드맵에 합의했다. 특히 양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의 안전 항행을 보장하기 위한 소통 채널 구축에 동의했다.
양해각서에는 레바논 분쟁 종식과 호르무즈 해협의 미국 봉쇄 해제, 이란 제재 및 동결자산 해제 등 대이란 제재 조치가 이뤄져야 최종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어, 국내 이란산 원유 수입 재개에도 기대를 키웠다.
이란산 원유 도입은 EU 제재 유지로 현실적 한계
그러나 국내 에너지·정유업계가 체감하는 직접적인 밸류체인 회복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 재무부가 이란산 원유의 생산·판매를 허용하고 달러 결제까지 승인하는 60일 한시적 임시 일반면허를 발급했으나, 이란산 초경질유(콘덴세이트)의 주요 수입국인 한국 정유업계에 실제 도입에 현실적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유럽연합(EU)의 대이란 제재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 유조선 운항에는 글로벌 재보험 가입이 필수인데, 관련 시장을 유럽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EU제재가 풀리기 전에는 이란산 원유를 실은 선박은 보험 가입 자체가 불가능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은 수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내 정유사가 이란산 원유를 들여와 정제해 유럽 등 제3국에 석유제품을 수출할 때도 외산 원료의 제재 위반 여부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공급망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유업 특성상 60일 이후 언제든 재개될 수 있는 단기 면허에 의존해 장기 공급 계약이나 정제 공정 라인을 조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지배적이다.
때문에 국내 정유업계는 이번 미·이란 종전 협의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유럽 제재 해제와 해협의 완전한 자유 항행 보장 이전에는 섣불리 움직이기 어렵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Copyright ⓒ 포인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