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전통 화학 사업의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오는 2035년까지 연구개발에 15조 원을 투입하는 고강도 사업 재편 가속화 방안을 내놓았으나 주식 시장에서는 이틀째 약세를 보이며 주가 29만 원 선이 붕괴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LG화학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라는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공급 과잉 우려와 전날의 급락 여파가 이어지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LG화학 CEO 김동춘 사장 / LG화학
24일 오전 9시 28분 기준 한국거래소에서 LG화학은 전 거래일 대비 1.03% 하락한 288,500원에 거래 중이다. 전날인 6월 23일 주가가 31,500원 급락하며 9.75%의 큰 하락폭을 기록한 데 이어 이날도 장중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시가는 292,500원으로 출발해 장중 한때 297,000원까지 회복하기도 했으나 이내 매도세가 몰리며 장중 최저가인 288,000원 선까지 밀려났다. 이 시각 기준 거래량은 57,205주, 거래대금은 약 166억 4,800만 원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시가총액은 20조 4,718억 원으로 코스피 시장 내 시가총액 순위는 41위까지 내려앉은 상태다. 외국인 소진율은 37.23%를 유지하고 있으며 시장의 평균 목표주가는 470,200원으로 제시되어 있으나 최근의 하락세로 인해 전반적인 투자 지표는 하방 압력을 받는 모양새다.
이러한 주가 약세는 대규모 투자에 따른 단기 재무 부담 우려와 전통 화학 업황의 침체 장기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LG화학 최고경영자 김동춘 사장은 지난 22일 열린 사내 타운홀 미팅에서 반도체, 모빌리티, 로봇 소재와 항암 신약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포트폴리오 고도화 전략을 발표했다. 글로벌 공급 과잉과 후발 주자들의 경쟁 심화로 인해 기초 유기화학 중심의 전통적인 화학 사업으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LG화학은 고성장 고부가 산업 중심으로 체질을 완전히 바꾸어 오는 2030년까지 두 자릿수의 영업이익률(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목표 달성을 위해 LG화학은 2035년까지 연구개발(R&D) 분야에 총 15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재원을 투입한다. 전체 R&D 자원의 70%를 반도체, 모빌리티, 로봇 등 3대 육성 사업에 집중 배치하여 기술 격차를 벌린다는 구상이다.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이미 지난 6월 초 CEO 직속의 신사업 개발 조직을 새롭게 신설하고 전략적 투자 관리에 들어갔다. 자체적인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조달 가능한 재원 범위 안에서 유망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을 포함한 외부 성장 전략도 적극적으로 병행하여 사업 확장 속도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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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추진 계획을 보면 반도체와 인프라 부문에서는 첨단 패키징(반도체 칩을 전자기기에 탑재할 수 있는 형태로 포장하는 공정) 소재 시장을 선점하는 데 집중한다. 패키징용 접착제와 저유전 소재(전기 신호의 간섭과 손실을 줄여 데이터 이동을 돕는 절연재), 열관리 소재(발생하는 열을 방출해 기기 성능 저하를 막는 필수 소재), 유리 기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확대한다. PID(미세 회로를 형성하는 감광성 절연재), DAF(칩을 기판에 붙이는 초박막 필름 접착제), CCL(구리 막을 입힌 기판 기본 재료) 등 이미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한 핵심 소재를 발판 삼아 전자 소재 사업 매출을 2030년까지 2조 원 규모로 성장시킬 방침이다.
모빌리티와 로봇 분야에서는 기존 전기차 배터리 소재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넘어 로봇의 뼈대를 이루는 구조 소재와 정밀 구동 부품을 연결하는 접합 소재로 영역을 넓힌다. 주요 고객사와의 공동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기술 장벽을 높이고 안정적인 장기 공급 기반을 다진다는 전략이다. 미래 먹거리의 또 다른 축인 항암 신약 사업은 글로벌 임상 시험과 대외 파트너십 강화를 최우선으로 둔다. 기술 이전과 추가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신약 파이프라인(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의 상업화 성공률을 높여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안착시킬 계획이다.
LG화학은 제품만 판매하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하여 고객사의 제품 성능과 제조 공정 전반을 함께 설계하는 통합 솔루션 기업으로의 진화를 꾀하고 있다. 단순한 단가 인하 경쟁에서 벗어나 독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년 계약을 체결해 흔들리지 않는 고수익 구조를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김동춘 사장은 이번 타운홀 미팅에서 기존 사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첨단 소재와 신약을 중심축으로 삼아 기술이 강한 컨버팅 회사(시장 변화에 맞춰 소재와 제품을 통합 설계하는 기업)로 확실하게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투자 계획이 시장의 신뢰를 얻어 현재의 주가 조정 국면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 향후 외인과 기관의 매수세 유입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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