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최근 전쟁 종식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극적인 대화 국면에 진입했으나, 핵심 의제인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을 둘러싸고 정면충돌하고 있다. 양국이 60일간의 후속 실무협상에 돌입한 가운데, 미 의회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적 군사행동을 제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향후 협상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중동 3개국 순방에 나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을 ‘국제수로’로 규정하며 이란의 통행료 부과 시도를 전면 차단하고 나섰다. 루비오 장관은 “현행 국제법 원칙상 국제 수로에서는 그 어떤 국가도 통행료나 수수료를 징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란은 오만과 손잡고 통행료 도입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란과 오만은 공동성명을 통해 “국제 기준에 따른 비용을 포함해 항행 관련 서비스 대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란은 최근 ‘페르시아만 해협 관리청(GSA)’을 통해 모든 통항 선박에 이란 신설 보험의 의무 가입을 요구했다. 현재는 60일간 무상이지만, 최초 휴전 보장 기간이 끝나는 60일 이후에는 보험료 명목의 ‘통행료 변칙 징수’에 나설 가능성이 농후해 세계 해운·무역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해양 전문가들은 이란의 조치를 두고 “자신들이 유발한 위험에 대해 보호비를 요구하는 마피아식 행태”라며 국제법 위반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미 재무부가 GSA에 대금을 지불하는 자 역시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해협을 통과해야 하는 글로벌 선사들은 미·이란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MOU(양해각서) 이행의 핵심 조건인 이란 핵시설 사찰을 둘러싼 진실 공방도 확산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리딩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IAEA 사찰단이 적당한 시기에 현장에 투입될 것”이라며 사찰 재개를 기정사실화했다. 이란의 반발에 대해서는 “그들이 틀렸다. 만약 거부한다면 지금 당장 회의를 취소할 것”이라며 협상 파기 가능성을 언급하며 배수의 진을 쳤다.
그러나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사찰 수용 발표를 공식 부인하며 “새로운 의무를 수용하지 않았으며, 사찰 재개 여부는 향후 협상 과정과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맞받았다.
국내외에서 ‘이란에 지나친 양보를 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경제와 방위 기반이 초토화되었음을 강조하며 “해군·공군·미사일 능력이 없는 상태로 만들고 있다. 공정한 합의를 도출하려는 중”이라고 성과 방어에 주력했다.
양국의 기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같은 날 미 상원은 찬성 50표, 반대 48표로 대통령의 이란 내 군사행동 권한을 제한하는 결의안을 가결했다. 이달 초 하원을 통과한 데 이어 상원까지 가결되면서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에 제동을 건 셈이다. 법적 효력이 없는 상징적 조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이탈표가 나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군사행동을 재개할 경우 치러야 할 정치적 부담은 한층 커졌다.
설상가상으로 레바논 남부 등 현장에서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산발적 무력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이 갈등 완화 기구를 만들기로 합의한 상황에서 터진 이번 악재는 향후 실무 협상의 대형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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